“신생 재단이라 가능한 실험”…예강희망키움재단이 사각지대를 찾아가는 방식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10>
[인터뷰] 양윤모 예강희망키움재단 사무국장
마약 중독 회복 가정·이주배경 청소년 등 지원 공백 발굴
스포츠·진로 교육 등 대상별 지원 방식도 실험

“초기 재단인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마약 중독 문제도 그중 하나입니다.”

양윤모 예강희망키움재단 사무국장은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중독 회복 가정 지원사업을 시작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재단이 올해 새롭게 주목한 대상은 마약 중독에서 회복 중인 당사자와 가족이다. 기존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영역에서 재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은 것이다.

지난해 6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초대회장이 설립한 예강희망키움재단의 사업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지원체계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대상을 발굴하고, 대상자의 특성과 현장의 필요에 맞춰 지원 방식을 실험하는 것이다. 마약 중독 회복 가정부터 이주배경 청소년, 경계선 지능 아동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면서 치료비 지원과 교육·멘토링, 스포츠 활동 등 서로 다른 방식의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양윤모 예강희망키움재단 사무국장은 기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을 발굴하고,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며 지원 방식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강희망키움재단

◇ 기존 지원이 닿지 않는 곳을 찾다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100일의 기적’은 재단의 이러한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지원 대상으로 삼았다. 중독 문제를 당사자 개인의 치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가족의 회복까지 함께 살피겠다는 취지다.

양 사무국장은 회복 과정에서 3개월 이상 단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약 20가정을 대상으로 치료비뿐 아니라 가족 여행비 등 각 가정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단약을 지속할 동기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업은 전문기관과 역할을 나눠 운영한다. 마약 중독 예방과 회복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답콕’과 협력하고, 답콕과 연계된 수도권 병원에서 지원 대상을 추천받는다. 단약 여부는 병원 검사로 확인하며, 대상자 면담은 답콕이 담당한다. 재단은 사업을 약 3년간 운영한 뒤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더라도 변화하는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영역 역시 재단의 발굴 대상이다. 지난해 시작한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사업 ‘키움로드’가 대표적이다.

양 사무국장은 2000년대 이른바 ‘다문화’ 아동·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법률과 지원체계가 마련됐지만, 이후 민간의 관심은 점차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 인구수는 사실상 줄어들고 있는데 이주배경 청소년은 계속 늘어난다”며 기존 공공 지원체계만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재단은 이주배경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과 진로 탐색 멘토링을 제공한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각자 원하는 진로를 찾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특히 국적이나 체류 등록 여부에 제한을 두지 않아 미등록 이주배경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예강희망키움재단은 라라소셜파트너스와 함께 이주배경 청소년의 한국어 교육과 진로 탐색을 지원하는 ‘키움로드’ 사업을 운영한다. 사진은 10월 9일 한글날 진행된 한국어 특강 수업 현장. /예강희망키움재단

◇ 지원 방식도 실험…대상 넓히고 새로운 시도 이어간다

지원 대상뿐 아니라 사업 방식에서도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정해진 프로그램을 대상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현장에서 확인한 필요에 따라 사업 내용과 운영 방식을 조정한다.

이주배경 청소년을 위한 ‘키움로드’는 지난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참여 방식을 바꿨다. 기존 사업 참여자로 선발되지 않은 청소년도 친구나 부모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진로 캠프를 개방한 것이다.

양 사무국장은 “친구가 선발되지 않으면 본인도 참여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었다”며 청소년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는 관계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개인별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프로그램을 청소년들의 관계와 생활환경까지 고려하는 방식으로 조정한 셈이다.

한국어와 진로 교육 외에 일상생활 적응을 돕는 활동도 추가했다. 멘토와 함께 진학을 희망하는 학교를 방문하거나 대중교통 이용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대처해 보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경험을 쌓도록 지원한다.

예강희망키움재단은 스포츠 활동을 통한 사회참여 지원부터 저널리즘·AI·체육 분야 인재 육성까지 다양한 방식의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경계선 지능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패밀리 풋살 페스티벌’ 현장. /예강희망키움재단

스포츠를 사회참여의 수단으로 활용한 것도 지원 방식의 실험 중 하나다. 지난해 재단은 고립·은둔 청소년과 청년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의 ‘리커버리야구단’을 지원했다. 참여자들은 리그 경기와 제주도 전지훈련 등에 참가하며 다른 사람들과 협동하고 관계를 맺는 경험을 쌓았다.

경계선 지능 아동을 대상으로는 8개 복지관과 함께 풋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리그전을 열었다. 스포츠 활동을 통해 협동과 배려를 배우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다우키움그룹이 프로야구단 키움 히어로즈를 운영한다는 점도 스포츠를 활용한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사업을 직접 수행할지,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할지도 지원 분야에 따라 달리 판단한다. 재단은 협력기관을 선정하기 전 관련 분야 기관 3~5곳을 만나보고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양 사무국장은 “서류나 면담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협업을 시작한 뒤에는 파트너의 전문성을 존중해 해당 영역을 믿고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재단은 올해 직접 기획·운영하는 사업도 확대했다. 저널리즘·인공지능(AI) 기술·체육 분야의 인재 육성이 대표적이다.

저널리즘 분야에서는 대학생의 언론사 취업을 위한 교육과 멘토링을, 체육 분야에서는 중·고등학생 유망주를 위한 장학금 등을 지원한다. AI 기술 분야에서는 대학생에게 장학금과 기업 탐방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연수와 다우기술·한국정보인증·키움증권 등 그룹사 인턴십 연계도 계획하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의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과 재단이 직접 사업을 설계하는 방식을 병행하며 지원 모델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업을 실험하지만,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지원 대상자의 실제 변화에 둔다. 양 사무국장은 “재단의 KPI가 아니라 프로그램 수혜자의 KPI”라고 강조했다. 만족도나 심리적 변화를 측정하는 척도도 활용하지만, 대학 진학·취업·중독 회복처럼 당사자가 실제로 이룬 결과에 더 무게를 둔다는 설명이다.

재단은 앞으로도 기존 지원이 충분히 닿지 않는 대상을 발굴하고 새로운 지원 방식을 시도할 계획이다. 양 사무국장은 “신체·정신 건강 등 건강한 삶과 관련된 영역이 주요 관심 분야”라며 “청각장애 아동의 수술비 지원이나 청각장애인의 스포츠·공연 관람을 돕는 청각보조시스템 ‘히어링 루프’ 설치 등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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