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재단 90% ‘직접 운영’…문제해결형으로 변모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2>
21곳 중 19곳 전담인력 통한 직접 운영
16곳 “향후 문제 해결형 모델 강화”

기업공익재단이 단순한 지원금 제공을 넘어 사회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사업을 기획·실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기업공익재단 21곳을 조사한 결과 19곳(90.5%)이 주요 사업 운영 방식으로 ‘재단 내 전담인력을 통한 직접 운영’을 선택했다. 신한금융희망재단과 우리금융미래재단 두 곳은 특정 현장기관과의 공동 기획·운영과 임직원 참여형 등을 주요 운영 방식으로 꼽았다.

다만 직접 운영을 선택한 19곳도 외부 공모나 현장단체 공동기획, 정부·지자체 협력 등을 함께 활용하고 있어 운영 방식은 다양했다. 

◇ 사업은 재단이 짜고, 실행은 직접 또는 협업 

각 재단이 ‘대표사업’으로 제출한 사업의 기획과 실행 구조를 분석한 결과, 크게 세 가지 방식이 나타났다. 재단이 내부 인력으로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핵심 실행까지 맡는 ‘직접 기획·실행형’, 재단이 사업을 주도하되 전문기관과 실행을 나누는 ‘재단 주도·파트너 실행형’, 재단이 사업 방향과 자원을 총괄하고 현장 실행은 전문기관이 맡는 ‘재단 총괄·현장 전문실행형’이다. 

SK행복나눔재단의 ‘써니 스콜라’는 재단이 직접 기획과 실행까지 맡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대학생 25명이 약 8개월 동안 현장조사와 당사자 인터뷰를 거쳐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개발·검증·고도화하는 전 과정을 경험한다.

SK행복나눔재단은 직접 운영을 주요 사업방식으로 삼는 이유에 대해 “현장 전문성은 오랫동안 그 문제를 다뤄온 비영리 등의 기관들이 훨씬 깊지만, 그럼에도 남겨진 문제들은 있다”며 “시장 규모가 너무 작거나 눈에 잘 띄지 않아 기존 비영리나 소셜벤처가 구조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영역이라면 재단이 직접 새로운 관점으로 해법을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의 ‘마루SF’ 역시 재단이 사업모델뿐 아니라 공간 운영 등 핵심 실행까지 맡는 형태다. 재단은 2025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마테오에 첫 해외 거점을 마련하고 미국 진출 스타트업을 위한 단기 체류형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최대 2년간 멤버십을 제공하고, 연간 최대 16주 동안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동료 창업가들과 사업 경험을 나누는 ‘위클리 리뷰’, 현지 창업가·투자자와 만나는 ‘인사이트 아워’ 등 프로그램도 재단이 자체적으로 구성했다. 2025년 기준 멤버십 스타트업은 53팀이다.

재단이 사업을 설계하고 총괄하지만 실제 실행을 다른 주체와 나누는 유형도 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CMK 임팩트프러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 스타트업을 선발해 1대1 멘토링과 컨설팅, 투자 연계, 글로벌 진출,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2026년에는 초기·성장 단계 20개 팀에 약 10억 원을 지원한다. 사업 운영에는 임팩트투자·액셀러레이팅 전문기관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참여하며, 행사 기획·운영과 홍보·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 실행에 현장 전문성 살린 협업형

반면 현장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재단이 사업의 방향과 구조를 설계하고 자원을 조정하되, 실제 서비스 제공은 전문기관이 맡는 방식도 나타났다. 

우리금융미래재단의 ‘우리금융×굿윌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재단은 전국 굿윌스토어 건립을 지원하며 발달장애인 일자리 생태계 확대라는 사업 방향을 함께 만들고, 실제 매장 운영과 발달장애인 고용은 밀알복지재단이 맡는다. 

신한금융희망재단의 ‘위기의 순간, 신한과 함께’도 현장기관과 역할을 나누는 구조다. 재단은 사업의 방향과 재원을 총괄하고, 지역 사회복지사와 경찰관 등 현장 전문가가 복지사각지대 가구를 발굴해 필요한 지원으로 연결한다. 2025년 누적 기준 7156가구, 1만6398명에게 약 105억 원을 지원했다. 

신한금융희망재단은 “직접 운영하는 사업도 다수 있지만, 사업을 기획할 때 다양한 주체가 공감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중요하게 본다”며 “여러 기관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콜렉티브 임팩트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6곳 “앞으로는 문제 해결형 모델”

재단들이 앞으로 가려는 방향도 비슷했다. ‘향후 3~5년 동안 가장 주력할 변화’를 묻자 21곳 중 16곳(76.2%)이 ‘시혜성·단발성 지원에서 벗어나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문제 해결형 모델 구축’을 선택했다. 콜렉티브 임팩트와 연대협력 확대는 6곳(28.6%), 데이터 기반 임팩트 측정·관리는 5곳(23.8%), AI·빅데이터를 활용한 공익사업의 디지털 전환은 3곳(14.3%)이었다.

CJ나눔재단은 ‘문제 해결형 모델 구축’으로 전환하는 배경에 대해 “지난 20년간 취약 아동·청소년을 지원해왔지만 복지 현장의 인력·예산 공백과 구조적 양극화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재단은 단발성 체험이나 기존 지원 방식만으로 아이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답했다.

LG연암문화재단 역시 단순 교육 제공에서 끝내지 않고 전략적 문제 해결로 사업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재단은 “2025년부터 법적 장애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농맹인을 대상으로 점자교육을 시작했지만, 일반적인 점자교육 방식으로는 학습이 어렵고 전문 교재도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이에 현장 요구를 반영해 전문기관·전문가와 농맹인용 점자교재를 개발하는 한편, 교육을 받은 농맹인을 다시 강사로 양성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조유현·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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