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현 기자
기업재단 90% ‘직접 운영’…문제해결형으로 변모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2>21곳 중 19곳 전담인력 통한 직접 운영16곳 “향후 문제 해결형 모델 강화” 기업공익재단이 단순한 지원금 제공을 넘어 사회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사업을 기획·실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기업공익재단 21곳을 조사한 결과 19곳(90.5%)이 주요 사업 운영 방식으로 ‘재단 내 전담인력을 통한 직접 운영’을 선택했다. 신한금융희망재단과 우리금융미래재단 두 곳은 특정 현장기관과의 공동 기획·운영과 임직원 참여형 등을 주요 운영 방식으로 꼽았다. 다만 직접 운영을 선택한 19곳도 외부 공모나 현장단체 공동기획, 정부·지자체 협력 등을 함께 활용하고 있어 운영 방식은 다양했다.  ◇ 사업은 재단이 짜고, 실행은 직접 또는 협업  각 재단이 ‘대표사업’으로 제출한 사업의 기획과 실행 구조를 분석한 결과, 크게 세 가지 방식이 나타났다. 재단이 내부 인력으로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핵심 실행까지 맡는 ‘직접 기획·실행형’, 재단이 사업을 주도하되 전문기관과 실행을 나누는 ‘재단 주도·파트너 실행형’, 재단이 사업 방향과 자원을 총괄하고 현장 실행은 전문기관이 맡는 ‘재단 총괄·현장 전문실행형’이다.  SK행복나눔재단의 ‘써니 스콜라’는 재단이 직접 기획과 실행까지 맡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대학생 25명이 약 8개월 동안 현장조사와 당사자 인터뷰를 거쳐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개발·검증·고도화하는 전 과정을 경험한다. SK행복나눔재단은 직접 운영을 주요 사업방식으로 삼는 이유에 대해 “현장 전문성은 오랫동안 그 문제를 다뤄온 비영리 등의 기관들이 훨씬 깊지만, 그럼에도 남겨진 문제들은 있다”며 “시장 규모가 너무 작거나 눈에 잘 띄지 않아 기존 비영리나 소셜벤처가 구조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영역이라면 재단이 직접

기업재단 62% ‘미래세대’ 지원…기후·지역소멸 관심은 2곳뿐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1>21곳 중 13곳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 지원 단순 자금 지원 넘어 심리·일경험·자립까지 복합화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는 시대에 정부와 시민사회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늘면서 자원과 전문성을 갖춘 기업공익재단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 30곳을 대상으로 주력 의제와 사업 운영 방식, 파트너십, 임팩트 측정, 기술 활용 등을 묻는 공통 설문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응답 재단 21곳의 전략과 실행 사례를 분석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의 관심은 아동·청소년·청년 등 미래세대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기후위기와 지역소멸을 주요 의제로 꼽은 곳은 적었다. 지원 방식은 장학금이나 일회성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립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었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 3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재단 21곳 중 11곳(52.4%)이 ‘올해 중점적으로 보는 의제’에 대한 질문에 ‘청년 자립 및 취업’을 선택했다. 이 같은 관심은 실제 대표사업의 지원 대상에서도 나타났다. 21개 재단이 제출한 대표사업을 분석한 결과,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 가운데 하나 이상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은 재단은 13곳(61.9%)이었다. 대표적으로 삼성복지재단은 ‘삼성보육사업’을 통해 어린이집 운영과 교직원 교육, 보육프로그램 개발·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연간 사업비는 약 230억 원으로 영유아 약 7000명과 교사·직원 1700여 명이 참여했다. 개별 아동뿐 아니라 보육기관과 교직원까지 함께 지원하는 구조다. 청소년의 경험과 진로를 넓히는 사업도 있다. CJ나눔재단의 ‘CJ도너스캠프 문화동아리’는 영상미디어·음악·공연·요리 분야 청소년 동아리에 팀당 창작활동비 300만 원을 지원하고, CJ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 코칭, 관련

기업 상생재원, 임팩트투자로 간 사례 나왔다…KB금융 모펀드 결성

KB금융 30억 원 출자…민간자금 더해 50억 원 자펀드 조성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조성한 상생협력기금이 처음으로 임팩트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자본으로 활용된다. 한 번 지원하고 끝나는 기금에서 벗어나 투자금을 회수해 다시 사회문제 해결기업에 투자하는 ‘순환형 자본’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KB금융그룹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30일 ‘상생협력 모펀드’​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이 조성한 상생협력기금 100억 원 가운데 30억 원을 협력재단이 모펀드에 출자하고, 한국벤처투자가 운용을 맡는다. 앞으로 민간자금을 추가로 매칭해 각각 25억 원 규모의 자펀드 2개, 총 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사회문제 해결과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성장성과 혁신성을 갖춘 ‘임팩트기업’​이다. 기존 협력사뿐 아니라 다양한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KB금융에 따르면, 이번 펀드는 2024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돼 상생협력기금을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할 수 있게 된 이후 실제 펀드 결성으로 이어진 첫 사례다. 상생협력기금은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재원이다. 그동안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판로지원 등 협력사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주로 사용됐다. 이번에는 기금의 일부를 투자재원으로 전환하면서 지원 대상도 기존 거래관계를 넘어선 기업까지 넓혔다. 재원의 성격도 달라진다. 지원금은 기업에 지급하면 소진되지만 투자는 기업 성장 이후 지분매각이나 펀드 회수를 통해 자금을 다시 확보할 수 있다. 협력재단은 투자금이 회수되면 이를 다시 출자해 ‘출자→투자→회수→재출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상생협력 재원이 임팩트투자 시장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도

사회문제 해결 성과 따라 지원금…정부, ‘성과보상형 사회연대경제’ 실험

행안부·사회적가치연구원, 2027~2029년 15억원 협력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지역의 사회문제를 얼마나 해결했는지 측정하고, 성과에 따라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부 실험이 시작된다. 기존 보조금처럼 사업 수행 전에 예산을 배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이후 실제 사회적 변화를 측정해 성장지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행정안전부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간 총 15억 원 규모로 협력해 행안부의 ‘사회연대경제 혁신모델 발굴 및 확산’ 사업에 사회성과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를 접목한다. SPC는 사회적기업 등이 만든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뒤 성과에 비례해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취약계층 고용이나 환경 개선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절감한 비용이나 새롭게 만든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평가하는 식이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측정 단위가 개별 기업에서 지역 단위 혁신모델로 넓어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SPC는 주로 개별 기업의 사회성과를 측정하는 데 활용됐다. 앞으로는 특정 지역에서 여러 사회연대경제 조직과 지자체 등이 함께 추진한 사업이 지역 문제를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측정한다. 행안부가 사회연대경제 혁신모델 사업 대상 지역을 선정하면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지역별 사업 특성에 맞는 성과지표를 개발하고 측정·검증을 맡는다. 이후 성과가 우수한 모델에는 성장지원금을 지급하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에 따라 측정지표도 달라질 전망이다.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일자리와 지역소득, 돌봄 사업에서는 돌봄 공백 감소나 이용자의 삶의 변화, 환경 사업에서는 탄소배출이나 폐기물 감소 등이 성과지표가 될 수 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지역에서 만들어낸 사회적

김남길·하정우·어반자카파 총출동…‘즐기면 기부’ 우주최강쇼

김남길과 하정우, 윤경호, 신성록, 뮤지 등 배우·가수·뮤지컬 배우들이 재능기부 공연에 나선다. 관객이 공연을 즐기며 지불한 티켓 수익금은 자립준비청년과 위기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문화예술NGO 길스토리는 오는 11월 28일 오후 4시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2026 우주최강쇼: 길리버셜 스튜디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일반 예매는 1일 오후 8시 티켓링크에서 시작된다. ‘우주최강쇼’는 ‘공연을 즐기면 기부가 된다’는 취지로 김남길 길스토리 대표 겸 배우와 동료 예술가들이 만드는 기부공연이다. 2019년 시작해 올해 여섯 번째를 맞았다. 올해 공연은 테마파크의 놀이기구를 타듯 다양한 아티스트의 무대와 이야기를 만나는 ‘길리버셜 스튜디오(GILIVERSAL STUDIOS)’를 주제로 꾸며진다. 배우 김남길과 전배수, 박성웅, 하정우, 박지환, 김성균, 윤경호, 최영준, 김준한, 이신기, 이유미, 남다름이 참여한다. 가수 뮤지와 조째즈, 안신애, 어반자카파를 비롯해 뮤지컬 배우 차지연·신성록·강홍석, ‘킹키부츠’ 엔젤, 방송인 황제성도 무대에 오른다. 길스토리의 지원을 받은 예술가들도 공연에 참여해 후원이 창작 활동과 성장으로 이어진 과정을 관객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수익금은 자립준비청년 창작가 지원 캠페인 ‘함께나길’과 위기 아동·청소년 일상 회복 캠페인 ‘든든한 하루’에 사용된다. 자립준비청년의 창작 활동과 성장을 돕고, 위기 아동·청소년의 일상 회복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한다. 우주최강쇼는 공연마다 수익금을 공익 캠페인에 기부해 왔다. 2019년 첫 공연은 예매 시작 3분 만에 매진돼 약 4000명의 관객이 참여했으며, 수익금은 공공예술 캠페인에 사용됐다. 2024년에는 이틀간 약 7500명이 공연장을 찾았고, 수익금은 ‘든든한 하루’ 캠페인을 2년간 운영하는 기반이 됐다. 지난해 공연 수익금은 올해 ‘함께나길’을 통해 자립준비청년 문학가 10명의 창작

아름다운가게, 네팔 홍수 피해 이재민에 5000만원 긴급구호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이사장 박진원)가 지난 8월 26일 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은 네팔 이재민을 돕기 위해 5000만 원의 긴급구호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은 아름다운가게가 후원하는 아시아 사회혁신리더 ‘뷰티풀펠로우’의 현지 파트너인 Disaster Education Promotion Office(DEPO)를 통해 진행된다. 현재 네팔 피해 지역에서는 필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주민들의 생활 여건과 위생·보건 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감염병 등 2차 피해 위험도 커지는 가운데 여성과 아동 등 취약계층의 피해가 더욱 가중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아름다운가게는 긴급구호금을 피해 주민의 초기 생활 안정과 기본 생활환경 회복에 투입할 예정이다. 벨콧가디시와 키스팡 농촌시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위생키트와 학업이 중단된 아동을 위한 학습 물품 등을 전달한다. 우선 약 500가구, 2000여 명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현지 피해 규모와 접근 상황에 따라 인근 지역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장윤경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는 “갑작스러운 재해로 슬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열악한 위생 환경 속에서 질병 위험에 노출된 이재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청년 12명에게 들은 42개 이야기…혼자 버티지 않게 한 것은 ‘연결’

혼자 살며 주거계약부터 식사까지 모든 일상을 책임지는 청년, 폭력과 통제를 피해 가족과 관계를 끊은 청년, 정신질환으로 일상이 흔들린 청년.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이들이 삶을 이어가는 데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비슷했다. 필요한 정보를 찾고, 어려울 때 기댈 사람을 만나고, 적절한 지원과 연결되는 일이었다. 청년재단은 청년들의 삶과 경험을 기록하는 콘텐츠 ‘청년인터뷰’를 통해 청년 12명으로부터 42개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30일 밝혔다. 인터뷰에서는 1인 가구와 탈가정, 정신건강 등 청년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가 다뤄졌다. 특히 지원제도가 있어도 정보를 찾지 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해서 언급됐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23.8%는 1인 가구다. 인터뷰에 참여한 1인 가구 청년들은 혼자 사는 만족감과 함께 주거계약과 월세, 식생활 등 생활 전반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이야기했다. 한 참여자는 “생각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가 존재하는 것만큼 대상자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실제 서비스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가족 밖으로 나온 청년에게는 ‘사람과의 연결’이 안전망 역할을 했다. 폭력이나 통제 등을 이유로 집을 나온 탈가정 청년들은 주거와 생계, 진로를 동시에 해결해야 했다. 인터뷰에서는 이 과정에서 친구와 활동가, 커뮤니티 등 자신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다시 생활을 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경험이 나왔다. 정신질환을 경험한 청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현대차 정몽구 재단, 말레이시아서 K-기후테크 해외 실증·투자 연계

국내 연구실에서 개발된 기후기술이 아시아 시장에서 해외 실증과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지난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KLCC)에서 글로벌 기후테크 기관 RMI·Third Derivative(D3)와 함께 ‘그린 소사이어티-RMI/D3 기후테크 피칭 세션’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션은 29~30일 열리는 ‘Energy Tech Summit Asia 2026(ETS Asia)’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유럽에서 7년간 이어진 Energy Tech Summit이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칭에는 재단의 기후기술 연구 지원사업 ‘그린 소사이어티’에 참여하는 연구팀 5곳이 나섰다. ▲블루카본의 인공산호 고분자를 활용한 해양 탄소포집 기술 ▲코드오브네이처의 이끼 기반 토양 복원 기술 ▲한국그리드포밍의 직렬형 그리드포밍 태양광 인버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CernShift의 고순도 수소 생산용 중공사막 ▲휴젝트의 버려지는 운동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에너지트리’ 기술이다. 연구팀들은 기술 원리 자체보다 현지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와 사업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별 사업모델과 차별성, 현지 실증 계획, 아시아 시장 확장 전략을 발표하고 말레이시아 현지 벤처캐피탈(VC)·액셀러레이터(AC), 기업, 기후테크 지원기관 관계자들과 일대일 미팅을 진행했다. 행사 전에는 RMI·D3로부터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피칭 컨설팅도 받았다. 연구개발 단계의 기술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적용처와 실증 파트너, 투자자를 찾는 단계까지 연결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재단이 지난해 8월 글로벌인더스트리허브, RMI·D3와 출범한 ‘아시아 기후기술 스타트업 글로벌 파트너십’의 후속 사업이다. 국내 기후기술 연구팀이 연구개발 이후 해외 실증과 사업화 과정에서 겪는 시장·네트워크 접근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단은 ETS Asia 이후에도 말레이시아 정부

“나는 효자가 아니었다” 영케어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조기현의 10년 

2인분의 삶, 홀로 선 나<2>[인터뷰] 조기현 N인분 대표스무 살부터 아버지 돌봄…“가족 일이라며 사회는 외면”책 출간 뒤 “나도 영케어러” 당사자들 세상 밖으로“불쌍한 아이 아닌 ‘돌봄 페널티’ 문제로 봐야” “가족을 돌보는 사람은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왜 아무도 이걸 사회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지 억울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더나은미래 사무실에서 만난 조기현(34) N인분 대표는 스무 살 무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그의 20대는 또래들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 동의서를 작성하고 간병인을 구했다. 쌓여가는 병원비를 마련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도움을 구하려 사회복지과를 찾았지만 아버지도, 자신도 ‘젊다’는 이유 등으로 지원 대상에서 번번이 벗어났다.  더 힘든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할 ‘언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이나 다큐멘터리 속 가족돌봄자는 수십 년 동안 가족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효자·효녀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조 대표의 현실은 달랐다. 아버지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돌봄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저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되나 싶었어요. 마치 가족을 끝까지 희생적으로 돌보는 사람이 아니면 이 문제를 말할 자격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죠.”  ◇ “아픈 사람은 많은데, 돌보는 사람 이야기는 왜 없을까”  조 대표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심해진 뒤 찾아왔다. 일을 하며 돌봄을 병행하던 어느 날, 혼자 있던 아버지가 큰 화상을 입었다. 조 대표는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분명 돌보는 사람도 많을 텐데 왜

2인분의 삶 짊어진 영케어러…지원금 넘어 ‘독박 간병’ 끊어낼 제도 마련돼야

2인분의 삶, 홀로 선 나<1>2021년 ‘간병 비극’ 뒤 사회문제로 부상올해 첫 지원법 시행…발굴·대체돌봄은 과제“효심 아닌 권리의 문제로 바라봐야” 가족의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어린 나이부터 돌봄을 떠안아온 ‘영케어러’는 오랫동안 가족 안의 문제로 여겨져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 올해 3월 관련 지원법이 처음 시행되며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당사자를 어떻게 발견하고 돌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더나은미래>는 오는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영케어러 위크’의 미디어 파트너로서 영케어러의 삶과 제도 변화, 국내외 지원 현장과 전문가들의 해법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학교가 끝난 뒤 병원으로 향하고,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가족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걱정하는 아동·청년들이 있다. 아픈 부모의 약을 챙기고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의 식사를 돕는다. 때로는 목욕과 용변을 보조하거나 가족 대신 생계를 책임진다. ‘영케어러(Young Carer·가족돌봄 아동·청년)’의 일상이다.  영케어러는 질병이나 장애, 정신질환, 중독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간호·간병과 가사,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아동·청년을 말한다. 지난 3월 시행된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족을 돕는 모든 아동·청년을 영케어러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돌봄의 강도와 지속성, 선택 가능성이다. 일상적인 가사 분담을 넘어 돌봄 때문에 학업과 취업, 건강, 교우관계와 진로 선택이 제한된다면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영케어러에 해당한다. ◇ 이름조차 없었던 돌봄, 한 청년의 비극 뒤 수면 위로 영케어러는 그동안 조손가정이나 장애인 가족, 한부모가정, 빈곤청년 등의 이름 아래 존재했지만, 아동·청년이 수행하는 돌봄노동 자체는 독립된

78년 아동복지 경험을 투자로…초록우산, 임팩트기금 만든다

78년간 기부금을 바탕으로 아동복지 사업을 해온 초록우산이 아동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적 투자자’로 역할을 확장한다. 한 번 지원하고 끝나는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금을 회수해 다른 아동 문제 해결에 다시 투입하는 구조다. 초록우산은 임팩트스퀘어, 루트임팩트와 ‘아동임팩트기금 조성 및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세 기관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칭 ‘아동임팩트기금’을 만들고, 아동·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에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가족돌봄아동과 자립준비청년, 이주배경아동, 디지털 마음건강 등 아동·청소년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기금 규모와 결성 시점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초록우산은 투자 판단에 ‘아동 관점 투자(Child Lens Investing·CLI)’ 기준을 적용한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해당 사업이 아동의 삶과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초록우산은 78년간 아동복지 사업을 수행하며 축적한 현장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기준과 방향을 설계한다. 기금 결성과 운용 전략 수립, 투자기업 발굴·검토와 투자 실행은 임팩트스퀘어가 맡는다. 루트임팩트는 투자 대상 기업과 기부 재원을 발굴하고 관련 기관·네트워크를 연결한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는 만큼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금은 투자금을 회수하면 다시 기금에 편입해 다른 아동 문제 해결 기업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로 운영된다. 기부금을 일회성 사업비로 지출하는 방식과 달리 하나의 재원을 여러 차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초록우산은 공익목적투자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 8월 11일 정관 변경 인가를 받았다. 기존 아동 직접 지원사업을

게이츠재단·빅테크 60곳 뭉쳤다…“AI 언어 사각지대 34억명 해소”

구글·앤스로픽·OpenAI 재단 등 참여5년간 소외 언어 데이터·평가체계 공동 구축데이터 소유권·당사자 동의가 핵심 쟁점 게이츠재단이 구글·앤스로픽·OpenAI 재단 등 60개 기관과 함께 인공지능(AI)의 ‘언어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제 연합체를 출범시켰다. 영어 등 일부 언어에 집중된 AI 생태계를 확장해, 앞으로 5년간 소외 언어 사용자 약 34억명이 자신의 언어와 목소리로 AI를 이용하도록 돕겠다는 목표다. 게이츠재단은 최근 AI 개발사와 기업, 정부기관, 연구기관, 비영리단체, 자선재단 등이 참여하는 공동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앤스로픽과 구글, OpenAI 재단을 비롯해 모질라 데이터 컬렉티브 등이 초기 참여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약 7000개지만, 충분한 학습 데이터와 성능 평가체계를 갖춰 AI가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언어는 일부에 불과하다. 인터넷상 자료가 적은 ‘저자원 언어’는 AI가 문맥이나 방언, 관용어, 문화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번역 오류와 정보 격차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료·교육·농업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언어 오류가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게이츠재단은 말라위 임신부가 현지어로 “양수가 터졌다”고 표현한 말을 AI가 “물을 버렸다”고 오역한 사례를 제시했다. 마크 수즈먼(Mark Suzman) 게이츠재단 최고경영자(CEO)는 AP와의 인터뷰에서 “AI 개발이 지금 당장 멈춘다고 해도 언어 데이터세트를 구축하고,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도구에 적용하는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최근 AI를 활용해 저소득국의 보건·교육·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2년간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체는 ▲개방형 언어 데이터 기반 구축 ▲AI 언어 성능을 측정할 공통 평가체계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