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혼을 찾아서③] 전통문화, 잊혀지지 않게 다함께 즐겨요

LG U+ 후원, 복지시설·다문화 아이들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경복궁 관람… 미니장구 제작체험
신국악단 ‘소리아’의 소녀시대 GEE 연주로 공연 시작
비보이 댄스와 상모돌리기도 함께 어울어져
신난 아이들 “지루할 줄 알았는데 오길 잘했어요”

연초록 새싹들이 푸르름을 발산하는 경복궁 주차장이 아이들의 설레이는 조잘거림으로 싱그러움을 더해가기 시작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LG U+ 후원으로 진행된 ‘신국악단 소리아와 함께하는 전통문화체험교실’에 참여하는 성동구 생활지원가정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오늘 점심메뉴는 뭐예요?”, “밥은 언제 먹나요?” 등의 질문을 쉴새 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강원도 원주의 3개 아동복지시설에서 온 아이들의 설렘 가득한 맑은 눈들은 광화문의 시내 전경과 경복궁 뒤편으로 보이는 청와대 등 인솔교사가 짚어주는 주위 경관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바쁘게 움직였다.

경복궁에 들어선 아이들은 종로 시니어클럽 문화해설가의 안내로 우리 조상의 지혜와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담긴 바닥 돌, 지붕, 굴뚝 등 사소하게 지나쳤던 작은 부분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는 근정전의 용상(龍床)이었다. 임금님께서 앉으셨던 의자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출입이 제한된 문 앞에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일제히 고개를 삐죽이 내밀었다. 키가 작아 앞이 보이지 않았던 막내 6살 영하가 막 울음을 터뜨리려는 순간, 인솔교사가 재빨리 번쩍 들어 올려 주자 영하의 얼굴은 금세 환한 웃음으로 가득해졌다.

어린이 전통문화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신국악단 소리아 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어린이 전통문화 체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신국악단 소리아 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종대왕 시절 집현전으로 사용되었던 수정전 앞에서 문화해설가 엄화자씨가 “세종대왕이 누구와 함께 한글을 만드셨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조용해진 가운데 “주변 신하요!”라는 한 아이의 재치 있는 대답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여자아이들은 제 또래의 나이에 시집 온 왕비가 머물렀다는 교태전에 관심이 많았다. 이어 도착한 동궁전에서 문화해설가가 세자는 훌륭한 임금이 되기 위해 20명이 넘는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았고, 보름에 한 번씩 임금님 앞에서 시험을 봐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이들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경복궁 관람을 마친 아이들은 오후 프로그램이 진행될 서울신용보증재단으로 이동했다.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온 난계 국악제작촌 노영예 선생님과 함께 국악기 제작 체험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만들게 될 장구의 명칭에 대한 유래와 장구의 재료가 되는 오동나무에 대한 설명, 미니 장구 제작 시범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미니 장구를 만들 장구통, 조이개, 장구 편, 걸쇠가 달린 장구 줄을 받았다. 미니 장구를 잘 완성하면, 개인별로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에 아이들은 마치 장인이 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장구 만들기에 집중했다. 비록 미니 장구지만 좋은 소리가 나도록 마지막 줄 조임은 난계 국악제작촌 선생님들이 66명 아이들 모두의 장구를 하나하나 정성껏 마무리 지었다.

마장초등학교 4학년 윤아는 “자신이 없어 못 들어갔던 국악부 아이들이 연주하던 장구를 멀리서만 봤는데, 내 것이 생겨서 기뻐요”라며 “꼭 사물놀이 그룹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큰 포부도 밝혔다. 태국인 엄마를 둔 금북초등학교 4학년 지혜도 “내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엄마 보러 갈 때 이 장구를 들고 가서 연주해 드릴래요”라며 예쁜 미소를 보여줬다.

미니장구를 제작하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미니장구를 제작하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곧이어 진행된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아이들의 신나는 장기 자랑으로 강당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웃음을 가진 사랑이(6세)는 무대에서 한 번 웃어주는 것만으로 제 얼굴의 세배쯤 되는 선물을 받고 돌아왔다.

마지막 순서로 신국악단 소리아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곡으로 소녀시대 ‘GEE’ 가 연주되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연주와 함께 비보이의 신나는 댄스와 상모돌리기가 어우러졌다. 제일 좋아하는 한자 수업 시간이 있어 오늘 체험교실에 오기 전에 망설였다는 송원초등학교 3학년 원경이는 박수를 너무 많이 쳐서 손이 아프다면서도 “오늘 오기 잘한 것 같아요”라며 빨개진 손을 문질렀다.

원주 엄마사랑 아동 보호시설 이옥 선생님은 “아이들이 서울에 오기 전에는 전통문화교실이 지루할 것 같다며 놀이기구 타러 가자고 졸라서 걱정했었는데, 막상 와서 우리 문화를 재미있게 보고,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또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후원한 LG U+ 고연순 부장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이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를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후원하게 됐다”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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