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단체의 사업모델 혁신] 공익 생태계의 빈틈을 메우려면

요즈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문제 해결의 방법론으로 ‘생태계적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공익사업 분야의 문제 역시 개별 단체나 사업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공익사업 생태계는 어떻게 개선하고 혁신해야 할 것인가.

가장 쉬운 출발점은 영리사업 분야의 생태계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기업들을 대리하는 비즈니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최근 공익사업에 종사하면서, 공익 분야의 생태계가 여러 측면에서 영리 분야에 비해 상당히 낙후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적 개선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각 공익단체와 그 사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예컨대 공익단체를 업종별·지역별로 분류하고, 각 단체의 사업 내용과 조직, 재무 상태 등 기본 자료를 수록한 종합 편람이나 연감 형태의 데이터베이스(data base)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의 감독 권한이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어 모든 비영리법인에 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취합하는 정부기관이 없고, 모든 공익단체가 가입한 협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 때문에 종합적인 정보 축적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데이터가 모든 일의 출발점이다. 누가 주체가 되든,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든 공익단체에 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공익단체 간 네트워킹(networking)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업종별·지역별 협회 등 다양한 조직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 이에 비하면 공익단체 간 네트워킹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다.

셋째, 공익단체들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공익단체 간 공동사업이나 협력사업을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소셜 프랜차이즈(social franchise), 라이선스(license) 등 다양한 형태로 추진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회사와 달리 비영리법인은 합작법인의 설립이나 프랜차이즈·라이선스와 같은 법제를 활용하는 데 제도적 제약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역시 공익단체들이 협회와 같은 공동 조직을 구성해 함께 접근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공익단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거나 구조조정을 추진하려 하면 곧바로 법적·제도적 제약에 부딪히게 된다. 현행 법제에는 비영리법인의 설립과 조직, 활동을 둘러싼 불합리한 규제와 제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신청이 올라가 있는 민법 제32조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주의다. 영리법인은 회사법상 요건을 갖춰 설립등기를 하면 되지만, 비영리법인은 주무부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아가 법인세법상 지정기부금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별도로 국세청의 추천을 받아 기획재정부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이는 헌법상 집회·결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비영리법인을 영리법인과 달리 차별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이 밖에도 비영리법인은 분할이나 다른 비영리법인과의 합병 등 회사법상 허용되는 대부분의 조직 변경이 불가능하고, 합작법인 설립도 어렵다. 이러한 법제상의 제약은 공익단체가 환경 변화에 맞춰 조직을 유연하게 바꾸고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다섯째, 공익단체의 인적 자원 활용 측면에서는 자원봉사자라는 잠재적 자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수많은 은퇴자를 자원봉사 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공익단체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은퇴 이후의 사회참여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생태계는 일반적으로 복잡계(complex system)이므로, 생태계의 문제 역시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접근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공익단체에는 사회복지 전문가뿐 아니라 법률가, 회계사, 전문경영인, 과학자, 기술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익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이 모든 이슈의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공익단체가 보유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공익 분야에 동원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의 유통과 연결을 촉진해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자는, 어찌 보면 매우 원론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지금의 공익 생태계에 필요한 변화는 바로 이 원론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명예대표변호사

필진 소개 

윤세리 명예대표변호사는 법무법인(유) 율촌의 설립 파트너로, M&A·공정거래·국제조세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로 근무한 후, 미국 Harvard Law School(LL.M.)과 University of California, Hastings College of Law(J.D.)를 졸업하고 Baker & McKenzie 시카고·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2019년 법조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였고, The Asia Legal Awards에 의하여 2019년의 아시아 로펌 리더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현재는 사단법인 온율 이사장으로서 다양한 공익 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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