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와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 있다면…청년들이 말하는 ‘유일한 아카데미’의 힘

‘유일한 아카데미’ 수료생들이 말하는 문제정의·현장경험·진로 성장

“헬스케어를 항상 제품의 관점에서 바라봤어요. 수익성이 있는 제품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제품인지에 관심이 컸죠. 그런데 유일한 아카데미를 하면서 헬스케어는 결국 사람을 위한 분야라는 점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지난해 ‘유일한 아카데미’ 1기에 참여한 전영신(26) 씨는 프로그램을 마친 뒤 헬스케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오는 8월 졸업을 앞둔 전 씨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유일한 아카데미는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한 문제기반학습 교육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이 헬스케어 분야 사회문제를 직접 탐색하고, 이해관계자 인터뷰와 현장 검증을 거쳐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올해 2기를 맞았다.  

지난해 1기 참가자들은 장애인의 병원 접근성,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 문제, 치매 노인 실종 문제, 청년 우울증 예방 등 헬스케어와 맞닿은 사회문제를 주제로 6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영신 씨가 속한 노인팀은 치매 노인 실종 문제를 다뤘다. 치매 노인과 가족, 현장 관계자, 경찰 등을 만나며 단순히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보다 ‘길을 잃어도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전 씨는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제품만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환자들의 고민과 불편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인팀은 생성형 AI로 CCTV 화질을 개선하고, 지도 등 일상 플랫폼에 실종자 정보를 연동해 시민의 자발적 관심을 유도하는 참여형 안전망을 제안했다. 

◇ 당사자 관점의 문제해결, 진로 경험으로 이어지다 

이밖에 청년팀은 우울증 당사자 곁의 친구와 주변인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감 가이드북과 전시를 기획했다. 장애인팀은 성동구 일대 병원 70여 곳을 직접 돌며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병원 접근성 지도를 만들었다. 다문화팀은 미등록 이주아동과 의료진·통번역 봉사자를 잇는 플랫폼을 제안했고, 영유아팀은 아이의 기침 소리와 횟수를 기록해 진료를 돕는 앱과 스마트 패치를 구상했다. 

주제는 달랐지만,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발견한 문제의식은 같았다. 공급자가 아닌, 문제를 겪는 ‘당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다.

1기 장애인팀에서 병원 접근성 지도를 제작한 황수진(25) 씨는 아프리카 식수 문제 해결을 위해 설치된 우물 사례를 떠올렸다. 비영리단체가 우물을 설치했지만,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물을 길으러 가는 시간이 유일한 자유 시간이었던 여성들에게는 오히려 삶을 더 힘들게 만든 사례였다는 것. 황 씨는 “도움을 주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해결책을 제시했을 때는 상대방에게 더 큰 불편이나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은 참가자들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활동 이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취업한 황 씨는 “가고 싶은 회사들의 면접을 볼 때 ‘유일한 아카데미’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전공 공부만 한 학생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대한 고민도 해본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2기, 현장성과 멘토링 강화해 운영 

올해 2기는 1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성과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유일한 네트워킹 데이’가 새롭게 마련돼 현장 전문가 특강과 1기 수강생 교류가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앞선 기수의 프로젝트 경험을 듣고, 팀 활동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와 진로 고민을 나눌 수 있다. 

유한양행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유일한 멘토링 데이’도 운영된다. 올해 2기부터는 R&D 연구소, 임상의학, ESG 등 참가자가 희망하는 부서의 임직원이 온라인 그룹 멘토링에 참여해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 산업적 맥락, 사회적 가치 확장 가능성을 함께 점검한다. 

올해 교육은 오는 7월 9일부터 8월 11일까지 총 10회기에 걸쳐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특강, 필드스터디, 디자인씽킹 워크숍, 팀 프로젝트를 통해 건강과 돌봄, 의료 접근성, 정신건강 등 헬스케어 분야 사회문제를 탐색하게 된다. 특강과 멘토링에는 원희목 유한재단 이사장, 신현상 한양대학교 교수, 서정주 사이임팩트 대표,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대표 등이 참여한다. 

마지막 날에는 성과공유회인 ‘유일한 임팩트 포럼’이 열린다. 참가자들은 팀별로 도출한 사회문제와 솔루션을 발표하고, 기업·재단·임팩트 투자·AI 솔루션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우수팀 3개 팀에는 상금과 수료증이 수여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청년들이 보건·의료 사회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길 바란다”며 “이들이 향후 헬스케어와 사회혁신 분야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2026 유일한 아카데미’는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 있는 전국 대학생 30명을 모집한다. 휴학생과 졸업예정자도 지원할 수 있다. 참가 신청은 6월 7일까지 유일한 아카데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참가자 사전 설명회는 6월 1일 오후 8시 온라인으로 열리며, 교육 프로그램 및 활동 혜택 등이 자세히 안내될 예정이다. 설명회 신청 역시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아래 유일한 아카데미 1기 수료생 4명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김민수 씨(노인팀·치매 노인 위한 안전망 구축) 

“유일한 아카데미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정확한 문제 정의’의 중요성이었다. 이전에는 헬스케어를 통계 수치, 병원·약물 중심으로 바라보며 기술적인 해결책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치매 노인 실종 문제를 직접 다루며 보호자의 고령화, 경보문자 피로도 등 책상 위에서는 알 수 없던 현장의 제약 조건을 마주하게 됐다. 이를 통해 좋은 해법은 참신한 아이디어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 가능한 대안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직원 멘토링 역시 제약바이오 산업의 여러 직무를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취업 목표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현재 항체 의약품 생산 기업에서 QC(품질 관리) 직무를 맡고 있는 만큼, 유일한 아카데미는 단순한 대외활동이 아니라 사회와 소통하며 일하는 방식을 배운 경험으로 남았다.” 

전영신 씨(노인팀·치매 노인 위한 안전망 구축) 

“부산에서 매주 오가며 참여한 이유는 유한양행과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직접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활동 전에는 헬스케어를 수익성 있는 제품의 관점에서 바라봤지만, 치매 노인과 가족, 현장 관계자를 만나며 헬스케어는 결국 사람을 위한 분야라는 본질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치매 노인이 길을 잃지 않게 할까’를 고민했지만, 문제를 다시 정의하면서 ‘길을 잃어도 괜찮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경험은 제약회사 면접에서도 가장 깊이 질문받은 활동이었다. 전공 지식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정확히 짚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는 역량이 기업 현장에서도 중요하게 평가된다는 것을 느꼈다. 이 활동은 비단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마케팅, 경영, 연구개발 등 어떤 직무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든든한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다.” 

최희수 씨(청년팀·청년 우울증 예방 위한 안전망 구축) 

“사회문제 해결은 거창한 답을 내놓는 일이 아니라,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한 발짝 들어서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배웠다. 청년 우울증 문제를 다루며 처음에는 병원과 약물 치료가 정답이라고 생각했지만, 활동을 거치며 치료를 넘어선 ‘예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우울증 당사자의 주변인을 위한 가이드북을 기획했고, 전문가 피드백을 반영해 제작자의 관점이 아니라 실제 읽을 조력자의 입장에서 내용을 수정했다. 이해관계자 인터뷰, 근거 기반의 원인 분석, 팀원과의 의견 조율은 학교 안에서는 배우기 어려운 실전 경험이었다. 활동 종료 후에도 팀원들과 가이드북을 보완하며 한국생명존중재단 예비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은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는 비전을 실천으로 옮기는 계기가 됐다.” 

황수진 씨(장애인팀·병원 접근성 향상 위한 지도 제작)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타인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였다. 좋은 의도로 만든 해법이라도 당사자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불편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장애인 병원 접근성 문제를 다룰 때도 직접 휠체어를 끌고 성수동 일대를 이동하며, 단순히 턱이나 계단의 유무가 아니라 문 폭, 복도 회전 공간, 문 무게처럼 실제 이용자가 겪는 조건을 세밀하게 확인했다. 이 경험은 제약·바이오 공정 엔지니어라는 진로에서도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현재 중증 환자를 위한 항체 의약품 생산 업무를 맡으며, 이 약이 누군가의 삶과 직결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품질 기준에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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