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차 안의 안전따는 그저 ‘답답한 끈’에 불과했고, 식당이나 버스 안에서 담배 연기를 뿜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었다. “내 차에서 내가 안 매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밥 먹고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낙이다”라는 말이 지금보다 훨씬 크게 들리던 시절이다.
하지만 나와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 ‘말도 안 되던 소리’는 어느덧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작은 인식의 변화가 여론이 되고, 그 여론이 정책을 움직여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약속인 ‘안보’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야 할 변화 앞에 서 있다. 바로 ‘환경 안보’라는 과제다.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 세계 곳곳의 갈등이 우리의 일상까지 파고드는 ‘안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있는 분쟁보다 더 가까이에서 우리의 평온한 하루를 위협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기후위기다.
당장 지난달만 해도 그렇다. 한낮 기온이 여름을 방불케 하는 4월, 어느 때보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에 우리는 벌써 에어컨 리모컨에 손이 간다. 작년 여름 서울의 열대야가 46일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던 것처럼, 지구가 보내는 경고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아도 폭염으로 도시 기능이 멈추고 누군가의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안보의 얼굴이다. 바로 ‘환경 안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위협 앞에서 지구를 지키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올해 지구의 날 테마인 ‘Our Power, Our Planet(우리의 힘, 우리의 지구)’은 그 질문에 분명한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사람이다.
정부의 선언이나 기업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일상 속 시민들의 선택이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여름철, 에어컨을 조금 늦게 켜거나 온도를 1도만 높여도 전력 사용량은 약 7%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 선택이지만 수백만 가구가 함께 실천하면 거대한 에너지 절약 효과가 만들어진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쓰레기가 쏟아지는 계절에 텀블러 하나를 챙겨 다니는 습관 역시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든다.
거창해 보이지 않는 이런 행동들이 모일 때, 우리의 일상은 거대한 ‘환경 안보망’이 된다.
이러한 힘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난 17년간 연간 3만 명씩 환경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이들이 기후를 ‘언젠가 해결될 남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지켜야 할 권리’로 받아들이는 순간 변화의 주인공이 되는 모습을 보았다.
환경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먼저 어른을 설득하고, 집안의 분리배출을 챙기며,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행동을 시작한다. 그 작은 변화들은 때로 사회를 움직이는 더 큰 목소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이 직접 기후소송을 제기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었고, 국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명확히 세우도록 압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시민의 행동과 목소리가 모일 때 정책은 움직인다. 정교한 정책이나 수조 원대 기술도 그것을 삶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면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우리는 이미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 경험이 있다. 안전벨트와 금연이 상식이 되었듯이, 기후위기도 결국 우리의 인식이 정책을 움직이고 사회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 있다.
환경 안보는 누군가 대신 해결해 줄 숙제가 아니다.
지구의 날은 매년 돌아오지만, 우리에게 남은 골든타임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세상은 사람이 바꾸고, 사람은 교육이 바꾼다. 이제 우리 안의 잠재력을 깨워야 할 때다.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
필자소개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모토 아래 누적 33만 명의 환경 교육을 실천해 온 전문가입니다. 2009년 설립한 에코나우는 국내 유일의 유엔환경계획(UNEP) 파트너 기관입니다. 2025년 환경 교육의 대중화와 기후 위기 대응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습니다.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위원 및 EU 기후행동 친선 대사로 활동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