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에코나우 대표
[하지원의 에코 NOW] 황금알은 보이고, 거위는 보이지 않는다

수돗물이 끊기면 물의 소중함을 안다. 기름값이 오르면 자동차를 덜 타야 하나 고민한다. 그런데 전기는 조금 다르다.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지고, 충전기를 꽂으면 휴대전화가 충전된다. 그 전기가 어디에서 와서,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내 방까지 왔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에너지 문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이것인지 모른다. 에너지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지만, 그 존재와 가치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솝우화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가 있다. 한 농부에게 매일 황금알 하나를 낳는 거위가 있었다. 그는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해 거위 배를 갈랐지만, 황금은 없었다. 결국 매일 얻을 수 있었던 황금알마저 잃은 것이다. 어릴 때는 이 이야기를 ‘욕심부리지 말라’는 교훈으로 읽었다. 환경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조금 다르게 읽힌다. 우리는 황금알의 가격은 알면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가치는 잊고 사는 게 아닐까. 전기도 그렇다.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내가 이번 달에 사용한 전력량과 요금이 나온다. 그러나 그 전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자원이 필요했는지, 전기가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환경비용이 발생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더구나 이제 에너지는 전등과 에어컨 뒤에만 숨어 있지 않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에너지가 들어 있다. 원두를 재배하고 가공하고 운반하고, 물을 끓이기까지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돗물 한 컵에도 취수와 정수, 펌프와 하수처리의 에너지가 숨어 있다. 옷 한 벌, 택배 상자 하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손가락 끝에도 에너지가

[하지원의 에코 NOW] 지구는 왜 아직 금성이 되지 않았을까 – 이제 ‘공급’ 대신 ‘우리’를 바꿀 때

지구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금성을 보라. 칼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에서 금성을 ‘지옥’에 비유했다. 크기와 밀도는 지구와 비슷하지만, 표면 온도는 480도에 달하고 기압은 지구의 90배다. 납조차 녹아내리는 이 가혹한 환경의 원인은 단 하나, 바로 ‘통제 불능의 온실효과’다. 금성의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태양 빛은 들어오지만 열은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 단순한 메커니즘이 행성 전체를 되돌릴 수 없는 지옥으로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먼 우주의 비극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산업화 이전 280ppm이었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 420ppm을 돌파했다. 인류가 최소 80만 년간 경험하지 못한 수치다. 그 결과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1.1도 올랐다. 현재 추세라면 금세기 말 평균기온은 2.5~3도 상승하는 파국적 경로에 들어서게 된다. ‘몇 도의 상승’은 숫자로만 보면 미미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여파는 기하급수적이다. 폭염으로 인한 노동 생산성 저하, 식량 안보 위기, 물 부족, 그리고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이미 우리의 지갑과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의 물가 상승 역시 기후 리스크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환경 운동가들의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생존’의 문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의 행동 변화와 수요 관리만으로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최대 7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기술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기후 정책은 주로 공급

[하지원의 에코 NOW] 지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 ‘시민’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차 안의 안전띠는 그저 ‘답답한 끈’에 불과했고, 식당이나 버스 안에서 담배 연기를 뿜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었다. “내 차에서 내가 안 매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밥 먹고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낙이다”라는 말이 지금보다 훨씬 크게 들리던 시절이다. 하지만 나와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그 ‘말도 안 되던 소리’는 어느덧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작은 인식의 변화가 여론이 되고, 그 여론이 정책을 움직여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약속인 ‘안보’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야 할 변화 앞에 서 있다. 바로 ‘환경 안보’라는 과제다.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 세계 곳곳의 갈등이 우리의 일상까지 파고드는 ‘안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리 있는 분쟁보다 더 가까이에서 우리의 평온한 하루를 위협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기후위기다. 당장 지난달만 해도 그렇다. 한낮 기온이 여름을 방불케 하는 4월, 어느 때보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에 우리는 벌써 에어컨 리모컨에 손이 간다. 작년 여름 서울의 열대야가 46일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던 것처럼, 지구가 보내는 경고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아도 폭염으로 도시 기능이 멈추고 누군가의 생존이 위태로워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안보의 얼굴이다. 바로 ‘환경 안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위협 앞에서 지구를 지키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올해 지구의 날 테마인 ‘Our Power, Our Planet(우리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