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SG 주주제안 반토막…트럼프 ‘안티 ESG’ 기조에 기업들 눈치보기

ESG 주주제안 3년 새 536→184건으로 급감
공개 제안 줄고 사전 협의 증가…“후퇴 아닌 방식 변화” 분석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주주제안이 올해 들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SG 주주제안 분석 전문 기관 프록시 임팩트가 지난 16일 발간한 ‘2026 프록시 프리뷰(Proxy Preview 2026)’에 따르면, 3월 17일 기준 미국 기업 주주총회에 상정된 ESG 관련 제안은 184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355건)의 48%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4년 536건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다. ESG 주주제안은 기업의 탄소 배출, 인력 다양성,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안건으로, 공시 확대나 내부 정책 변화를 끌어내며 관련 이슈를 공론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프록시 임팩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ESG 주주제안은 전년 대비 48%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정책 압박과 기업 자율성 확대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Freepik

이러한 감소는 ESG와 DEI를 둘러싼 정책적 압박과, 기업 경영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정책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5년 11월 주주제안 처리 방식에 변화를 주며 기업의 재량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기업이 특정 주주제안을 제외하려면 SEC 판단을 거쳐야 했지만, 이후에는 기업의 판단 여지가 커지며 안건 포함 여부를 보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 경영진의 영향력이 커지고, 투자자들이 ESG 관련 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감소가 ESG 의제 자체의 축소라기보다, 대응 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기업과 투자자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안건을 조정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공개 제안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DEI나 기후 이슈처럼 정치적 논란이 큰 사안일수록 불필요한 외부 노출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 협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마이클 패소프 프록시임팩트 최고경영자는 “제안 감소는 ESG 결의안에 대한 정치적 반대의 지표에 가깝다”고 짚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활동을 전반적으로 되돌리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라며 “물론 후퇴하는 기업도 있지만 시장이 갑자기 재생에너지나 기업 내 다양성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규제 강화에 위축된 DEI…기업 리스크로 번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기업들의 ESG 활동, 특히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에 대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2025년 1월에는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DEI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2026년 3월에는 연방 계약업체와 하도급업체의 DEI 정책 운영을 제한하는 추가 조치에 서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계약 해지나 입찰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이 관련 이슈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DEI 프로그램 제한 행정명령과 연방 계약업체 규제를 잇달아 도입한 가운데, IBM은 ‘시민권 사기 방지 이니셔티브’ 첫 사례로 1700만 달러 합의에 나섰다. /Slack

정책 변화는 기업 현장에서도 구체적인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2026년 4월 10일, IBM은 DEI 정책과 관련한 정부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법무부에 1700만 달러(한화 약 251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미 법무부는 IBM이 직원 보상 체계에 ‘다양성 수정치(diversity modifier)’를 반영했다고 보고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법무부가 출범시킨 ‘시민권 사기 방지 이니셔티브(Civil Rights Fraud Initiative)’의 첫 번째 해결 사례다. 이 이니셔티브는 기업이 다양성 목표를 명분으로 차별적 의사결정을 했는지를 민사 사기 법리로 검토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DEI 정책이 실제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법률시장도 마찬가지다. 2026년 들어 기존에 변호사 인구통계 데이터를 공개하던 미국 로펌 약 50곳이 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미법률취업협회(NALP)의 니키아 그레이 사무총장은 “현재 환경에서는 인구통계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수집하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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