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금융의 새로운 작동법<下>
진입 구조 부재부터 신뢰·측정 방식까지, 작동을 가로막는 핵심 쟁점
임팩트 금융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한 구조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SOVAC 살롱 X 임팩트 써밋 #임팩트금융’에서는 기관과 사업 수행 조직이 각자의 위치에서 마주한 장벽을 드러내며, 임팩트 금융의 작동 방식을 점검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SOVAC, 임팩트확산네트워크, 아름다운재단, 루트임팩트, 임팩트스퀘어,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혁신단, 임팩트얼라이언스가 공동 주관한 행사는 벤처 필란트로피와 임팩트 투자가 ‘자본의 연속성’이라는 흐름 안에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한국형 ‘임팩트를 위한 투자’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는 임팩트 투자, 비영리, 재단, 중간지원조직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자본의 흐름과 역할을 논의했다. 행사는 발제와 패널 토론 이후, 기관과 현장 실행 조직이 각자의 시각에서 장벽을 짚는 대담으로 이어졌다.
◇ 기관이 꼽은 장벽…“진입 구조 없고, 성과는 너무 늦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좌장을 맡고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가 함께한 첫 대담에서는 기관 관점에서의 한계가 제기됐다. 기관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장벽은 두 가지다. 임팩트 투자로의 진입을 돕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 그리고 성과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과도하게 길다는 점이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재단이 임팩트 투자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기금운용위원회 설득 3개월, 내부 부서 설득 6개월, 이사회 보고까지 약 1년 반이 소요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의지는 있지만 이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표준화된 경로가 없다”며 “각 기관이 비슷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사례나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점도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김 사무총장은 “왜 다른 재단들이 이미 시도한 사례를 참고하지 못하고 각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정보와 경험이 축적·연결되지 않는 구조를 문제로 짚었다.
이어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로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의지는 있지만 이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도구와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협력이나 사업 아이디어가 논의 단계에 머무르는 이유 역시, 이를 구체적인 실행으로 전환해 줄 진입 구조와 가이드라인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과 체감까지의 긴 시간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사회문제 해결의 타임라인은 일반 투자보다 훨씬 길다”며 “투입 대비 변화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수배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와 펀더 모두 피로를 느끼게 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투입 이후 일정한 변화와 성과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 간격이 지나치게 길다 보니 인내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효과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후 분야처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성과가 후퇴하는 경우, 그 피로감은 더욱 커진다”며 “수년간의 노력이 정책 변화 등으로 되돌려지는 경험은 현장과 투자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데, 이러한 구조 자체가 생태계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는 소규모 파일럿을 통한 구조 실험과, 그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생태계 차원에서 공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블렌디드 파이낸스 등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제도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사례를 축적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기존 제도 안에서만 해법을 찾기보다 제도 자체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병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신뢰는 보고서 아닌 현장, ‘실패를 위한 측정’도 필요해

이어진 대담에서는 박정웅 임팩트얼라이언스 팀장의 진행으로 강국현 사단법인 오늘은 사무국장, 박송인 봉앤설이니셔티브 사무국장, 이상현 SK행복나눔재단 본부장이 현장 실행 조직의 입장에서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펀더와 실행 조직 간의 신뢰는 ‘보고서’가 아닌 ‘현장’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박 사무국장은 “펀더가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대상자를 이해할 때 의사결정의 속도와 사업의 질이 높아진다”며 “현장 밀착형 소통이 결국 더 나은 사업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사업의 성과를 단기간에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됐다. 박 사무국장은 “기금의 본질은 사업 시작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드러난다”며 “초기 계획에 얽매이기보다 현장 상황에 맞춰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애자일(Agile)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순환의 경험’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기획-실행-평가-재기획으로 이어지는 한 사이클을 제대로 돌려보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중요하다”며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왜’ 성공하거나 실패했는지 요인을 찾는 것이고, 그 요인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현재의 임팩트 측정 방식이 이러한 실행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 사무국장은 “많은 재단이 과거 성과를 기준으로 비교하는 관성적 평가에 머물러 있다”며 “이제는 측정이 단순한 보고용 수단이 아니라, 실패의 과정까지 자료화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