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 논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22년 1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다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른바 ‘금융지주 회장 연임 방지법’이 금융당국 주도로 출범한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계기로 4년 만에 재점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배구조 TF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개선 ▲이사회 독립성 제고 ▲성과보수 체계 개선 등 3대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이번 TF는 단순 권고에 그쳤던 기존 모범관행을 넘어, 법 개정까지 염두에 둔 논의라는 점에서 2년 전보다 파장이 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2년 전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운영해 왔지만, 이는 금융회사 내부 규정에 반영하도록 한 권고 수준에 그쳤다.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위반 시 제재 수단도 제한적이어서 CEO 장기 연임이나 이사회 거수기화 등 구조적 문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금융권 전반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2022년 1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연임 횟수를 1회로 제한하고, 총 재임 기간도 6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지주 CEO의 장기 연임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국회에서 계류되다 결국 폐기됐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임원의 자격 요건만 규정할 뿐 대표이사의 연임 횟수나 임기에 대한 제한은 두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금융지주에서는 대표이사가 3~4차례 연임하며 9~10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 경우 대표이사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금융회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2년 개정안 논의 당시에도 “금융지주회사 임원의 채용 비리나 횡령·배임 사건 등 각종 잡음의 배경에는 대표이사의 제한 없는 연임이 있다”며 “연임을 염두에 둔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이나 인사·청탁 개입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차세대 리더십 육성 측면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월례 프리핑에서 “금융지주 회장이 지나치게 연임하면 다른 후보자들은 수년을 더 기다리다 결국 나이가 들어버린다”며 “그렇게 해서 무슨 차세대 리더십이 나오겠느냐”고 비판했다.
다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대표이사 선임과 연임은 본질적으로 주주와 이사회의 권한인 만큼, 법으로 임기를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국회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개정안이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대표이사의 잦은 교체가 오히려 단기 성과 위주의 경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능력 있는 CEO의 장기 연임은 기업의 장기 비전 수립과 책임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금융업권 관계자는 “JP모건의 회장은 20년째 연임 중이며 이사회 의장도 겸직하고 있다”며 “연임의 옳고 그름에 정답은 없고, 경영 성과를 기준으로 주주와 이사회가 판단할 사안이지 법으로 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외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오는 3월까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상반기 중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