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임팩트 커리어 인터뷰]

임팩트 커리어 릴레이 인터뷰 <2> 오혜정 총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신 말하는 역할에서, 더 정확히 드러내는 역할로”

“기자로서 저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연구를 통해 그 목소리가 왜 묻히는지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익 전문 기자, 기업 재단 실무자, 그리고 사회복지학자. 오혜정 총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커리어는 임팩트 생태계의 여러 지점을 가로지른다. 기업 사회공헌 컨설팅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교육 관련 회사를 거쳐, 2010년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창간과 함께 공익 전문 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기업 재단에서 약 10년간 실무를 경험한 뒤, 현재는 아동·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 다문화 가족을 연구하며 정책과 현장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 긴장 속에서 배운 ‘현장’의 감각

오 교수는 기자 시절을 “항상 긴장 속에 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그는 “내가 쓴 글이 내부 문서가 아니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기사라는 점이 늘 부담이었다”며 “출고를 앞두고는 취재가 충분했는지, 놓친 맥락은 없는지 계속 점검하다가 악몽을 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혜정 총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더나은미래에서 창립 멤버로 활동한 뒤 기업 재단 실무를 거쳐 현재는 연구를 통해 정책과 현장을 잇는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김형탁 기자

긴장과 부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만큼 현장과 가까이 설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취재로 그는 ‘아동 학대 현장’을 꼽았다. 현장을 동행 취재한 뒤 기사가 나가자 “도와주고 싶다”는 연락이 여러 차례 이어졌고, 알려야 할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 역할의 무게와 보람을 동시에 실감했다.

특히 2010년 창간 특집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시리즈는 이후 그의 커리어를 바라보는 기준이 됐다. 직접 현장을 다니며 만난 사회적기업가들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굳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지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며 “그 자세 자체가 큰 자극이었다”고 회상했다.

◇ 기록을 넘어서, 현장에 더 가까이

현재 오 교수는 연구자로서 정책과 실천 현장에서 간과되기 쉬운 지점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연구로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현장에서 임팩트를 직접 만들어내기보다는, 왜 그 임팩트가 충분하지 않은지를 설명하는 일”이라고 정리했다.

기자로 일하던 시절, 그는 점차 기록을 넘어 보다 직접적인 역할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회문제를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실무를 맡아보는 일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후 BMW코리아미래재단 설립 과정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약 10년간 사회공헌 실무를 맡았고, 이 시기 사회복지학 공부를 병행했다.

오혜정 교수는 자신의 일을 “현장에서 임팩트를 직접 만들어내기보다, 왜 충분하지 않은지를 설명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김형탁 기자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된 계기 역시 기자 시절의 취재 경험과 맞닿아 있다. 아동 학대 취재를 마친 어느 늦은 밤, 그는 아이 셋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려 그룹홈으로 향했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이 아이들에게는 돌아갈 집이 없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그는 “그룹홈에 도착해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가던 순간, 한 아이가 뒤돌아보며 눈이 마주쳤다”며 “그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 장면은 이후 보다 현장에 맞닿은 일을 하고 싶다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그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을 ‘무력감’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연구와 글을 통해 설명하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늘 고민이 따른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계속 묻게 된다”고 덧붙였다.

◇ 임팩트 커리어에는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

오 교수가 꼽는 임팩트 커리어의 핵심 역량은 ‘민감성’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하고, 겉으로 드러난 말 이면의 맥락을 읽어내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한 의도로 설계된 정책이나 사업이라도, 세부로 들어가면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임팩트 커리어의 지속 조건으로 그는 ‘사람’을 꼽았다. 오 교수는 “이 영역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외적 보상보다 내적 동기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며 “그 동기가 소진되지 않도록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여나 복지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혜정 교수는 임팩트 커리어의 지속성을 위해 개인의 열정뿐 아니라 성장과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탁 기자

대학에 몸담은 입장에서 그는 청년과 대학생들이 임팩트 커리어를 접할 기회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도 짚었다. 기업 사회공헌 분야는 신입 채용 자리가 많지 않고, 소셜섹터의 다양한 조직과 직무 역시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분야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인턴십이나 실습 등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는 통로가 더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가 그리고 있는 방향은 연구와 현장이 분리되지 않는 삶이다. 그는 “사회복지라는 분야의 특성상 연구와 실제 현장은 계속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26년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지속 가능성’을 꼽았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편인데, 요즘은 그 일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걸 배우고 있다”며 “새해에는 건강을 챙기고, 쉼과 관계, 독서까지 균형을 조금 더 의식해 보려 한다”고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댓글 작성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