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첫 소비자 보상안을 공개하면서 자사서비스와 연계한 보상안으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금 직접 보상 사례가 드물어 최대 규모의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은 지난 29일 “고객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했다”며 2026년 1월 15일부터 총 1조6850억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고객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구매이용권 형태로 지급되며 와우 유료 회원과 일반 회원, 탈퇴 회원 모두 대상이다. 구매이용권은 고객 1인당 5만 원 상당으로, 1회 사용이 가능한 4종으로 구성됐다. 로켓배송·로켓직구·판매자 로켓·마켓플레이스를 포함한 쿠팡 전 상품에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권과 쿠팡이츠 5000원권, 쿠팡트래블 2만 원권,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 원권이 제공된다.
해당 이용권이 전액 현금성 보상이 아닌 쿠팡 내 사용처로 나눠 지급되는 방식인 점을 두고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보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 빈도가 높은 쿠팡과 이츠 부문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1만 원에 그치고, 나머지는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인 쿠팡 트래블과 알럭스에 배정돼 있어 사실상 마케팅 비용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한 점이 유의미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쿠팡의 이번 보상안 규모는 지난해 순이익(940억 원)의 17배, 올 1~3분기 누적 순이익(3841억 원)의 4배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현금으로 지급해달라”는 요구도 나오지만 국내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현금 직접 보상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재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기업이 직접 현금 보상을 실시한 사례는 거의 없으며, 법원의 집단소송 판결을 통해 현금 배상이 이뤄지는 경우도 수 개월에서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기업들은 피해가 확실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자사 서비스와 연계한 자체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SK텔레콤은 2696만명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한 달 통신요금 50% 할인, 추가 데이터 제공, 임페리움 보안 서비스 1년 무료를 제공했다.
KT는 2억 원 이상의 무단결제 피해가 발생한 고객을 대상으로 5개월간 데이터 100GB 무료, 통신비와 단말기 교체 비용 지원 등을 발표했다.
올해 금융정보 유출 사건을 겪은 롯데카드는 10개월 무이자 할부, 카드 재발급 부정사용 보상, 연회비 면제 등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 기업 모두 보상안에 대해 비판을 받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유출 조사로 피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안 발표와 관련해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쿠팡 역시 유출 피해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최대한 도의적 차원에서 보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쿠팡이 초기 대응은 늦었지만 피해 보상안 발표까지 단계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대응이 다소 늦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쿠팡이 기술적 보완 조치와 사고 조사, 피해 보상 등 사안 해결을 위해 단계적으로 필요한 조치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