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파타고니아 부사장 “재활용 못 해 창고에 쌓아둬”…이유 있는 솔직함

맷 드와이어 부사장 “이윤은 지구를 구하는 도구…완벽함보다 ‘더 나은 행동’에 집중해야” 

“파타고니아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서 재정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자 방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반적인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 비용, 정시 배송 등을 신경 씁니다. 하지만 그 끝에 지구를 위한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의 맷 드와이어(Matt Dwyer) 제품 기술 혁신 부사장은 지난 9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파타고니아 책임경영 심포지엄’에서 단호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드와이어 부사장은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성이 ‘이윤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통해 지구를 되살리는 것’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료공학자 출신으로 고어텍스 제조사(W.L. Gore & Associates)를 거쳐 12년 전 파타고니아에 합류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의 맷 드와이어(Matt Dwyer) 제품 기술 혁신 부사장은 9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진행된 ‘파타고니아 책임경영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일반적인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 비용, 정시 배송 등을 신경쓴다”며 “하지만 그 끝에 지구를 위한 일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유현 기자

◇ 매출 70%를 버린 결정…‘클린 클라이밍’의 혁신

파타고니아의 ‘책임 경영’은 ‘클린 클라이밍(Clean Climbing)’에서 시작됐다. 이는 브랜드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의 초기 사업인 ‘쉬나드 이큅먼트(Chouinard Equipment)’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7년,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며 북한산 인수봉 바윗길을 개척하기도 했던 이본 쉬나드는 제대 후 직접 등반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주력 제품은 강철로 만든 피톤(Piton·바위 틈에 박아 확보물로 쓰는 쇠못)이었다. 하지만 그는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암벽이 자신의 피톤을 박고 빼는 과정에서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쉬나드는 즉시 회사의 매출 70%를 차지하던 피톤 생산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대신 바위 틈에 끼워 넣어 훼손을 최소화하는 알루미늄 너트인 ‘초크(Chock)’와 ‘헥센트릭(Hexentrics)’을 개발했다. 

드와이어 부사장은 “환경 운동의 순간에서 발명이 나왔다”며 “오늘날 전통 등반으로 이어지는 모든 장비가 그 결단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 매출의 1%를 ‘지구세’로 지불, 약 9600억 원 기부

이때부터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사명을 제도화하고, 기업 차원의 기부·활동을 확장했다. 대표적인 게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2002년, 이본 쉬나드와 낚시용품 회사 ‘블루 리본 플라이스(Blue Ribbon Flies)’의 창립자 크레이그 매튜스(Craig Mathews)가 공동으로 만든 것으로, 기업이 환경 자원을 이용해 돈을 벌었으니, 그에 대한 대가로 ‘지구세(Earth Tax)’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핵심은 이익(Profit)이 아니라 매출(Sales)의 1%를 기부한다는 점이다. 

파타고니아의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캠페인. /캠페인 홈페이지 갈무리

2023년 기준, 전세계 60여 개국, 5500여 개의 기업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파타고니아는 이를 통해 기후·물·토양 등 6개 환경 영역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환경단체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1% 네트워크’의 총 기부액은 약 8억2300만 달러(약 9600억 원)이다. 

◇ “우리는 아직 순환형 기업이 아니다” 솔직한 고백 

드와이어 부사장은 이날 “파타고니아는 현재 순환형 비즈니스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고, 대부분의 제품은 수명을 다한 뒤 갈 곳이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기업의 노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드와이어 부사장에 따르면, 재단 과정에서만 매년 700만 파운드(약 3175톤) 이상의 원단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는 자투리 원단을 모아 다시 실로 뽑아 만드는 ‘리스판서빌리-티(Responsibili-Tee)’ 티셔츠를 제작했다. 이 제품은 버려진 플라스틱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Recycled Polyester)와 공장 자투리 원단을 결합한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든다. 

기존 면 티셔츠 대비 생산 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96%,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만큼 줄였고, 공정무역(Fair Trade Certified™) 봉제로 제작돼 노동자 권익 보장에도 기여한다.   

또한 폐어망 재활용 소셜 벤처인 ‘브레오(Bureo)’와의 협업 사례도 소개됐다. 남미 해안에서 발생하는 폐어망을 수거해 ‘넷플러스(NetPlus)’라는 재생 소재로 만드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드와이어 부사장은 “힘들었고 실패도 많았지만, 현재 파타고니아 제품의 10% 이상이 폐어망 소재로 만들어지며 6000톤 이상의 폐어망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 아웃도어 브랜드가 “옷 사지 마세요” 말한 이유 

드와이어 부사장은 “재사용·수선·재판매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 뉴욕타임스에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실었다. “매출은 레드(적자)에서 블랙(흑자)이 되지만, 환경은 블랙에서 레드가 된다”는 메시지였다. 결론적으로 이 광고를 게재한 이후 오히려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상승하며 매출과 브랜딩 모두를 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때 뉴욕타임스에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실었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갈무리

드와이어 부사장은 “재판매조차도 탄소 배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며, 제품을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물론 해결할 수 없는 기업 차원의 기술적 난제도 존재한다. 드와이어 부사장은 “PFAS(과불화화합물) 코팅이 된 방수 재킷처럼, 오늘날 기술로는 재활용이 어려워 물류센터 한쪽 지하 창고에 ‘보류’ 상태로 쌓아두고 있는 제품도 많다”며 “그래도 언젠가 해법이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소재·구성 데이터를 최대한 정교하게 쌓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의 기술을 기다리는 동안 그가 강조한 현실적인 해법은 ‘효율성’과 ‘협력’이다. 드와이어 부사장은 “효율성은 멋져 보이지 않지만, 제조 풋프린트를 줄이고 비용까지 아끼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공급망 파트너와의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드와이어 부사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행동’을 촉구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늘 복잡한 이해관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다행히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이미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완벽함이 아니라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향해 행동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측정하고, 데이터를 확보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한편,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2022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회사 지분을 전부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쉬나드 일가는 전체 주식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2%를 파타고니아의 기업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인 ‘파타고니아 퍼포스 트러스트(Patagonia Purpose Trust)’에 넘겼다. 나머지 98%의 의결권 없는 주식은 환경 보호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홀드퍼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에 기부했다. 파타고니아의 소유권을 자연 보호를 위한 신탁재단과 비영리 단체에 귀속시키며 기업의 모든 수익은 자연보호 활동과 환경위기 대응에 사용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쉬나드는 당시 “현재 우리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며 “모든 수익은 영구히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구하기 위해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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