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만난 ‘기후테크’의 무대 <下>
‘넷제로 챌린지 2025’ 그랜드 파이널 수상 기업 3곳
베트남 기후테크 투자사 터치스톤파트너스와 싱가포르 테마섹재단이 공동 운영하는 글로벌 기후 기술 대회 ‘넷제로 챌린지 2025’에서 우승팀이 지난 21일 호찌민시에서 발표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혁신적인 기후 기술을 베트남에서 실증할 3개 스타트업에 총 2000억 베트남 동(한화 약 111억8000만원) 규모의 보조금 및 상금이 수여됐다. 이는 재생에너지, 지속가능 농업, 순환경제 등 기후위기 대응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는 60개국에서 700개가 넘는 기술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결선에 오른 9개 팀 중 ▲알카보 테크놀로지스(홍콩·재생 에너지 및 탄소 감축) ▲슈즈 애그테크(베트남·식량 시스템 및 지속 가능한 농업) ▲베트남 푸드(베트남·순환경제 및 폐기물 관리)가 각 트랙에서 최종 1위를 차지했다.
◇ 미세조류의 흡수 능력으로 배출가스 ‘자원’ 만든다
홍콩의 ‘알카보 테크놀로지스’는 미세조류가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흡수해 새로운 바이오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조류의 생물학적 흡수 능력을 활용해 배출가스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고배출 산업의 탄소 저감과 자원 생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알카보의 시스템은 배출가스를 조류 배양조로 보내 탄소를 흡수하도록 설계돼 있다. 조류 기반 방식은 생물학적 전환이기 때문에 기존 탄소포집(CCUS) 기술보다 에너지 소비가 적고 운영 비용도 낮다. 제조업·발전소가 많은 베트남 산업 구조와도 잘 맞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알카보는 현재 베트남 폐수처리 시설에 파일럿 시스템 구축을 준비 중이다.
넬슨 응(Nelson Ng) 대표는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조류 기반 전환 기술은 비용 효율성 면에서 신흥국에 적합하다”며 “베트남에서 파일럿 규모를 단계적으로 키워 상업화를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동력과 탄소 배출을 해결하는 ‘농업 로봇’
베트남의 ‘슈즈 애그테크’는 파종·시비·살포 등 주요 농작업을 자동화하는 초경량 농업 로봇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를 통해 베트남 농업 현장의 노동력 부족과 탄소 배출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창업자인 응옥 아잉 부(Ngoc Anh Vu) 대표는 항공우주 분야 연구자 출신이다. 그는 “농민들을 만나보니 작물 관리 방식 개선에 대한 요구가 강했다”며 “이를 해결할 기술을 연구하다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슈즈 애그테크는 지난 2년간 연구개발을 진행해 쌀과 채소 농가에 적용 가능한 제품을 완성했다. 초경량 로봇은 토양·작물 상태를 감지하는 센서와 자율주행 기능을 결합해 밭을 이동하며 필요한 양만 투입한다. 작물 손상을 줄이기 위해 프레임을 가볍게 설계했고, 모듈형 구조를 적용해 유지·보수도 쉽다. 정밀 농업을 기반으로 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줄여 배출량 감소에 이바지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농업이 베트남 전체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정밀 농업 기반의 로봇 기술은 단기간 성과가 가능한 솔루션으로 평가받았다.
슈즈 애그테크는 우승과 함께 싱가포르 에너지·도시개발 기업인 센브콥 인더스트리스(Sembcorp Industries)로부터 5만 달러의 투자상도 받았다. 응옥 아잉 부 대표는 “베트남 농업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데 집중하되, 향후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폐수를 ‘새로운 자원 흐름’으로 바라보다
베트남 푸드(이하 VNF)는 식품 가공 폐수에서 단백질·미네랄 등 영양 성분을 회수해 다시 산업용 원료로 만드는 ‘레트리브(RetriV)’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수산·식품 가공업이 많은 베트남에서는 폐수 처리 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원 회수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크다.

레트리브 기술은 폐수 내 유효 성분을 여과·분리·건조해 다시 사료·식품·농업 자재 등에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오염 물질을 ‘제거 후 배출’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폐수를 ‘새로운 자원 흐름’으로 재구성하는 접근이다. 약 80%의 회수율을 실증한 뒤 상업용 유닛 확대를 추진 중이다.

VNF는 우승과 함께 38M벤처스(38M Ventures)·아이비엣벤처스(AiViet Ventures)·터치스톤파트너스(Touchstone Partners)로부터 각각 5만 달러 규모의 투자상까지 받아,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팀으로 꼽혔다. 반 티 쩐(Van Ty Tran) 애플리케이션 개발 총괄은 “베트남에서 나온 기술이 역내 순환경제 전환을 이끌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두 개의 대규모 파일럿과 상업용 공급을 통해 기술 확장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서상연 현대건설 투자사업부문장은 “한국·미국은 탄소 흡수 기술 비중이 크지만, 이번 대회는 농업·폐수 처리 등 베트남 산업에 밀착된 기술이 많았다”며 “베트남에서 친환경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현지에 특화된 솔루션을 직접 확인하는 데 의미가 컸다”고 전했다.
칸 트란(Khanh Tran) 터치스톤파트너스 파트너는 “올해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솔루션의 ‘질’과 베트남 시장과의 높은 관련성이었다”며 “앞으로도 이 분야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할 계획인 만큼, 내년에는 더 많은 파트너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호찌민=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