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속 장면’이 된 농장, AI가 일하는 시대가 열렸다

애그테크, 농업의 미래를 짓다<3>
AI 로봇으로 농업의 자동화 혁신 이끄는 ‘아이오크롭스’

농촌 인력 부족과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농가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농가의 78%가 인력 부족을 가장 큰 경영 애로로 꼽았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4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농업 분야의 기후피해 복구 비용은 약 5295억 원으로, 2022년(2056억 원)과 2021년(2346억 원)을 합친 금액보다 많았다.

이러한 농촌의 현실에 기술로 해법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아이오크롭스다. 이 회사는 자동화 로봇과 인력 관리 솔루션 등 통합형 스마트팜 시스템을 개발해 농작업 효율을 높이고 있다.

아이오크롭스를 설립한 조진형 대표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친 공학도 출신이다. 2016년 대학원 시절, 기숙사 화분이 시들자 직접 수분 센서와 LED 조명을 결합한 ‘스마트 화분’을 만든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각종 창업 공모전에 도전하던 그는 “농업을 직접 배워야 제대로 된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을 자퇴하고 충남 천안의 토마토 농장에서 3개월간 재배 기술을 익혔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2년간 인턴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농업의 현실을 몸소 체감했다. 그는 “공학적 시각에서 벗어나 작물 재배와 소비자 심리까지 이해하게 된 경험이 아이오크롭스의 기술 철학이 됐다”고 말했다.

◇ 자율주행 로봇 ‘헤르마이’로 예찰·방제 자동화

그렇게 조 대표는 2018년 아이오크롭스를 창업했다. 회사의 대표 기술은 자율주행 농업 로봇 ‘헤르마이(HERMAI)’다. 숙련된 농부처럼 작물의 생육 상태를 관찰하고 예찰 및 방제 작업을 수행한다. 농장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작물의 색·크기·형태를 인식하고, 해충과 병균을 자동으로 제거한다. 원격 제어가 가능하고, 상단 모듈만 교체하면 기능을 바꿀 수 있다.

상용화까지 3년이 걸렸다. 전국 16개 농가에서 70회 이상 실증 테스트를 거치며 레일 인식 오류와 조도 변화 문제를 개선했다. 조 대표는 “실제 농장에서는 데이터 수집이 제한돼 ‘큰 수의 법칙’을 적용해 수만 개의 생육 데이터를 모아 개별 오차보다 전체 흐름을 읽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토마토는 단기 수확 예측이, 파프리카는 장기 생육 예측이 중요하다는 등 작물별 특성에 맞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우여곡절 끝에 2023년부터 헤르마이 상용화를 시작했다. 현재 연구센터와 전국 10여 개 농가에서 운영 중이며, 저가형 방제 로봇도 이번 달 출시한다. 이는 기존 5000만 원대에서 1000만 원대로 낮춘 반자동 제품으로, 사람이 줄을 교체하면 로봇이 자동으로 방제 작업을 수행한다. 

◇ 업무 시간 35% 감소시키는 인력 관리 솔루션 ‘에이션’

또 다른 핵심 기술은 인력 관리 솔루션 ‘에이션(Ation)’이다.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인력·작업 관리 시스템으로, 스마트폰이나 PC로 작업 현황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다. 수확량·방제 기록·온실 이슈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근태 관리·작업 계획·비대면 지시 기능까지 지원한다. 아이오크롭스에 따르면 에이션 도입 시 단순 관리 업무 시간은 35% 줄고, 전체 작업 효율은 15% 높아졌다. 작업자 1인당 평균 작업 면적도 8% 증가했다.

실제 도입 농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전북 장수군의 스마트팜 ‘장수파머’ 측은 “이전에는 감에 의존해 작업 진척도를 파악했지만, 이제는 에이션 대시보드로 누가 어디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캘린더 기능으로는 방제 일정 등 주기 작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의 ‘농업회사법인 팜팜’ 역시 “작업자 근태, 수확량, 속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공정한 평가와 인센티브 제도에 활용하고 있다”며 “수확량 차이와 문제 구간을 즉시 파악해 물류 계획까지 효율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이오크롭스는 자동 수확 기능 개발도 추진 중이다. 특히 생육 속도가 빠른 오이를 대상으로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충북 진천(토마토), 경북 상주·충남 보령(오이) 등 전국 2만 평 규모의 자체 농장을 운영하며 기술 검증과 전문성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올해 북미 중소형 농가 두 곳과 계약을 체결했고, 스마트팜의 본고장인 네덜란드 ‘그린테크 박람회(GreenTech Fair)’에도 매년 참가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대표는 “소규모 농가에는 저렴하고 유용한 센서를 보급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대규모 농가를 위한 무인화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며 “SF 영화 속 장면을 농가에 구현해 K-스마트팜 기술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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