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경각심 높이는데, 한국은 20년 만에 ‘환경위기 뒷걸음’

환경재단·아사히글라스재단, 121개국 조사 토대로 환경위기시계 공개

전 세계가 기후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가운데, 한국의 위기의식은 오히려 둔감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재단이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과 공동 발표한 ‘2025 환경위기시계(Environmental Doomsday Clock)’에서 한국 시각은 20년 만에 처음 8시대로 내려앉아 8시 53분을 기록했다.

환경재단이 발표한 일본 아사히글라스재단이 발표한 ‘2025 환경위기시계’에 따르면 세계는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한국은 반대로 위기의식이 둔감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Unsplash

환경위기시계는 국가별 환경오염에 따른 인류 생존 위기 인식을 시각으로 표현한 지표다. 시곗바늘이 자정에 가까울수록 위기의식이 높음을 의미한다. 1992년 첫 발표 이후 세계 환경위기 평가 지표로 자리 잡았으며, 환경재단은 2005년부터 매년 공동으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조사에는 전 세계 121개국, 1751명의 환경·지속가능발전·ESG 전문가와 시민사회 활동가가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설문조사를 토대로 국가 및 지역별로 가장 시급하게 고려해야 하는 세 가지 환경 분야 데이터를 가중 평균해 지표를 산출했다.

한국의 환경위기시각은 지난해(9시 11분)보다 18분 뒤로 물러나며 20년 만에 처음 ‘매우 위험’ 단계에서 ‘위험’ 단계로 내려갔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실과 달리 한국 사회의 경각심이 낮아진 ‘위험한 역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평균은 9시 33분으로 전년(9시 27분)보다 자정에 6분 더 가까워졌다. 중동(34분), 오세아니아(23분), 서유럽(14분) 등 지역에서는 위기의식이 한층 높아졌다. 세계 시계는 2001년 이후 25년 연속 ‘매우 위험’ 구간인 9시대를 기록 중이다.

◇ 고령층에서 환경 문제 우려 높아…문제 해결 주체는 ‘정부’

연령별 분석에서는 60대 이상 고령층일수록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으며, 20~50대는 상대적으로 낮아 세대 간 인식 격차가 드러났다.

분야별로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는 ▲기후변화(29%) ▲생물다양성(13%) ▲사회·정책(13%)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환경위기시계로 환산하면 ▲생물다양성(9시 50분) ▲기후변화(9시 39분) ▲사회·정책(9시 39분)으로, 세계 평균(9시 33분)보다 더 자정에 가까웠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진전 여부를 체감하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정책 및 법 제도’와 ‘대중 인식’이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자금·인적 자원·기술 등 ‘사회 인프라’는 3년 연속 낮은 수준에 머물러 탄소중립 사회 달성을 위한 기반이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가능성에 대해 2030세대는 40% 이상으로, 50대 이상은 30% 미만으로 평가하며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올해 처음 추가된 ‘환경문제 해결의 주체’ 문항에서는 전 세계 응답자의 다수가 중앙정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특히 아시아, 동유럽, 구소련 지역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기업 종사자의 절반 이상(51%)은 정부를 1순위로 답한 반면, 중앙정부 소속 응답자 중에서는 27%만이 정부를 선택했다.

◇ “한국 사회의 기후 무감각증 드러난 결과”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한국 환경위기시계가 20년 만에 8시대로 내려왔지만, 이는 실제 상황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기후 무감각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고 행동으로 옮기는 구체적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최열 이사장(가운데)과 임직원이 참여해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지난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STOP CO2, GO ACTION’ 퍼포먼스를 벌였다. /환경재단

환경재단은 지난 9월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STOP CO2, GO ACTION’ 퍼포먼스를 열어 시민들에게 기후위기 경각심을 알렸다. 또 위기시계를 자정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한 실천 해법으로 ‘맹그로브 100만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모금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이 직접 환경위기 대응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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