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사, 기후리스크 대응 ‘글로벌 5분의 1’ 수준

국내 화석연료 보험 규모 182조원, 신재생에너지는 25조원에 불과
“석유·가스까지 포함한 탈화석연료 전환 시급”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기후리스크 관리 수준이 글로벌 평균의 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7일 국내 보험사의 화석연료 정책을 평가한 ‘2024 한국 스코어카드’를 공개하며 국내 평균 점수가 10점 만점에 0.9점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보험사 10곳 평균은 4.7점으로, 격차가 뚜렷했다. 포럼은 “국내 보험산업이 국제적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국내보험사, 일부 개선에도 여전히 하위권

평가는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언더라이팅(보험 인수) 및 자산운용 제한 정책 ▲탈화석연료 단계적 축소 계획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산출됐다. 국내 10대 보험사의 평균 점수는 0.9점. 삼성화재가 2.0점으로 1위, 롯데손해보험(1.4점)과 한화손해보험(1.3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코리안리재보험은 0.1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밝힌 국내 주요 보험사별 점수 및 순위를 살펴보면 삼성화재해상보험이 1위를, 코리안리재보험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확인됐다. 삼성화재는 석유·가스 신규사업 제한 정책을 도입하며 상대적 개선을 보였다. 롯데손보와 한화손보도 석탄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하는 정책을 세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 대다수는 신규 석탄발전소만 제한하거나 프로젝트 단위 적용에 그쳐 실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선도사들이 기업 단위·포트폴리오 단위로 석탄·석유·가스 전반을 축소하는 데 비해, 국내 보험사들은 예외조항을 두거나 단계적 철수 로드맵조차 없는 상황이다. 알리안츠(Allianz), 악사(AXA) 등이 2030년(OECD 기준), 2040년(전 세계 기준) 탈석탄 기한을 못박은 것과 대조적이다.

◇ 기후손실 커지는데…여전히 화석연료 ‘몰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보험업계는 지난 20년간 기후변화로 600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국내에서도 농작물재해보험 지급액이 2023년 1조원을 넘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국내 보험사의 화석연료 보험 잔액은 182조7000억원(2024년 6월 기준)으로,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보장 규모는 24조 8000억원으로 화석연료 보험 잔액 182조 7000억원 대비 13.6%에 그쳤다. 신재생에너지 신규 자금 투입도 2023년 4000억원, 올해 상반기 1000억원에 불과해 ‘약속만 있는 전환’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화석연료 보험 잔액은 202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보험 잔액의 증가세는 더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보고서는 원인으로 금융·보험배출량을 반영한 구체적 감축 목표와 철수 계획 부재를 꼽았다. 실제로 이를 반영해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보험사는 세 곳뿐이다. 강윤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은 “보험 배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실질적 넷제로는 불가능하다”며 “온실가스 감축 차원을 넘어, 기후정책 강화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자산 리스크로부터 보험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보험산업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위험을 관리하고 분산하는 핵심 제도”라며 “화석연료 지원 축소와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설정을 통해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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