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법·현지법 ‘이중고’…개발협력 NGO에 법률 지원망 생긴다

[인터뷰] 조대식 KCOC 사무총장

“국제개발협력과 인도적지원 단체는 국내법뿐 아니라 현지 법률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대형 단체를 제외하면 이 문제를 전담할 인력조차 없는 게 현실입니다.”

조대식 KCOC 사무총장은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개발협력과 인도적지원 단체들이 규제 중심의 국내법뿐 아니라 현지 법률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담당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용재 C영상미디어 기자

조대식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이하 KCOC) 사무총장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겪는 법률적 어려움이 단순한 운영 이슈가 아닌 ‘구조적 과제’라고 진단했다. 130여 개 한국 국제구호개발 NGO의 연합체인 KCOC는 지난달 20일 법무법인 율촌, 사단법인 온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회원 단체를 위한 법률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협약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온율은 국제개발협력 단체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KCOC는 수요 기관의 자문 연계와 행정적 조율을 맡는다.

― 현장에서 법률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2022년 비영리민간단체 전수조사 당시, 한 단체가 기한을 놓쳤다는 이유로 설립허가 취소 통보를 받고, 청문회 출석까지 요구받았습니다. 해외를 대상으로 국제개발협력을 30년 넘게 운영해 온 작은 단체였는데, 대표는 “사형선고 받은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정작 도움을 요청할 곳은 없었고, 행정 대응도 스스로 감당해야 했죠.”

― 왜 비영리단체에 법률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요.

“지금의 법 체계는 비영리 공익활동을 장려한다기보다는 규제 중심입니다. 준수해야 할 법령은 많고, 단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은 계속 늘어납니다. 법률 대응이 필요한데도 인력이나 예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기부금 관련 논란도 있었다고요?

“2023년 한 단체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았는데, 1·2심에서 법원이 “회원 회비도 기부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대로라면 대부분의 NGO가 불법 모금 단체가 되는 셈입니다. 심각한 위기였죠. 법무법인 태평양과 동천이 중심이 돼 법 해석과 기존 판례를 종합 분석했고, 저희 KCOC를 포함해 시민사회가 의견서와 지지 서명을 보탰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회비는 기부금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고, 작년 7월부터 회비는 기부금품법 대상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구조를 바꾼,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조대식 사무총장은 국제개발협력과 인도적지원 단체들이 스스로 책무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이를 위해 KCOC는 책무성 가이드라인과 책무성 강화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재 C영상미디어 기자

국제 정세 변화도 민간단체의 법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최근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폐쇄 이후 해외 원조 재원이 줄어들고 있고, 세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시민사회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좁히고 있다.

― 이런 흐름이 현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국제사회 차원에서 기후변화나 빈곤, 불평등 같은 문제 해결을 지원하려는 흐름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단체들의 활동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죠. 현지에서 충족해야 할 법적 요건도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온율과 협약을 맺게 됐습니다. 온율의 윤세리 변호사와는 5년 전부터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눠왔습니다.”

―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정책 제안 또한 협의회의 주요 역할일텐데,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계신가요?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5대 주요 정책을 정리해 여야 정당에 전달했는데, 모두 정책 협약으로 채택됐습니다. 글로벌 가치 실현, ODA 통합기구 설립, 복합위기 대응, 기후위기 대응, 시민사회 협력 강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제안이었죠.”

― 시민사회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단체 내부의 신뢰와 책무성도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제도나 법은 외부 환경을 바꾸는 일이고, 그만큼 내부 기준과 실천도 따라가야 합니다. 기부자가 ‘내가 낸 돈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이 활동이 지속가능해집니다. 협력국의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우리가 실제로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는지 증명하지 못하면 단체의 존재 이유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체 스스로 책무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KCOC는 10년 전부터 책무성 가이드라인을 운영해 왔고, 최근에는 책무성 강화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국 시민사회의 해외사업 규모는 2023년 기준 연간 7700억원에 달한다.

조 사무총장은 인터뷰 말미에서 국제개발협력의 미래 키워드로 다름아닌 ‘AI’를 꼽았다. 그는 AI 기술이 단체의 전략 수립, 사업 성과 분석, 리스크 대응 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실질적 도구라고 강조했다. KCOC는 지난 25일 AI 역량강화 워크숍을 열고 16개 단체, 30여 명의 활동가들과 함께 AI의 실무 적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하반기에는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및 성과 측정 교육도 예정돼 있다.

“지금 국제협력 분야는 디지털 전환과 지정학적 변화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기존 방식을 넘어설 도구가 필요하고, AI는 그 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단체들이 새로운 기술과 흐름을 실험하며 나아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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