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킹메이커,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 5년 성과 발표
임팩트 분석 결과, 42억 원 사회적 가치 창출·SROI 6.4배
“임신했을 때 대출도 있었고, 명의 도용까지 겹쳐서 제 삶은 끝났다고 생각했죠.”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아름다운재단’과 ‘킹메이커’가 주최한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 임팩트 연구보고-조명하다’ 행사에서 청소년부모 김랑하 씨(25)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월세를 전전하던 중 이사할 곳조차 막막했을 때, 킹메이커에 도움을 요청했고 곧바로 경기도 오산에서 인천의 장기 주거지원 공간 ‘인큐베이팅하우스’로 향했다.
그날 이후 삶이 달라졌다. 생계비부터 자립 준비까지 지원받으며 ‘포기했던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전산회계 자격증을 딴 그는 현재 킹메이커의 회계 업무를 맡고 있으며, 비영리 회계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 최근엔 LH 자립형 주거로 이주해 독립했다. “예전엔 독촉 전화가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적금도 들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싶어요.”

◇ 청소년부모, 이름조차 없던 존재
청소년부모는 오랫동안 정책상 이름조차 없던 존재였다. 이들은 원가족과 단절돼 독립된 세대 구성을 하지 못하거나, 보호자 동의 없이 주소지를 옮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부 복지 제도는 대부분 주소지와 세대 분리를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한다. 이로 인해 기초생활수급, 의료급여, 양육수당 등 기본적인 공적 지원에서조차 쉽게 배제된다.
미성년자라는 법적 한계도 크다. 자녀의 의료비 부담, 전세 계약, 금융 이용 등 모든 일상이 제약된다. 2021년 청소년복지지원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청소년부모’라는 용어 자체가 법에 없었다. 미혼모, 한부모, 청소년 등으로 분산 분류되며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 긴급부터 자립까지…단계별 주거지원
2019년부터 아름다운재단과 킹메이커는 이들을 위한 주거지원사업을 시작했다. ‘119 응급하우스’를 통해 임신·출산 직후 긴급주거를 제공하고, ‘인큐베이팅하우스’로 이어지는 장기주거, 이후 자립형 주거까지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지원은 주거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심리정서 상담, 양육 코칭, 진로·학업 연계, 정부제도 편입 지원 등 초밀착 사례관리 방식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집 한 칸을 넘어,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통합 지원 모델인 셈이다.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빨래 개기, 분유 타기, 병원 동행은 물론 자립 준비와 검정고시 교육까지 함께한다”며 “삶을 살아내는 데 동기를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업 5년간 총 49가정, 79명의 청소년부모와 60명의 자녀가 지원을 받았다. 이 중 98.3%가 안정적인 주거를 유지했다. 임팩트리서치랩의 청소년부모 주거지원사업 임팩트 연구에 따르면, 총 42억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됐고, 사회적 투자 수익률(SROI)은 6.4배에 달했다.
지원사업 3년 차였던 2021년 3월, 사업은 제도 개선의 성과로 이어졌다. 청소년복지지원법에 ‘청소년부모’ 정의가 처음으로 신설됐고, 2022년부터는 정부의 ‘청소년부모 아동양육비 지원사업’이 시작됐다. 김진아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은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청소년부모’를 한국 사회에 처음 알렸다”고 말했다.
이날 임팩트리서치랩 김하은 부대표는 “청소년부모는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이자 또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양육자”라며 “이들을 단순한 복지 수혜자가 아니라 변화와 성장이 가능한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부모의 위기는 단기지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회복 이후에도 또다시 고립되지 않도록 연속적이고 인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효과적인 맞춤형 지원 체계는 마련돼 있지만, 이를 지속·확산할 생태계는 아직 부족하다”며 “더 많은 현장 조직과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