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더나미 책꽂이] ‘백래시 정치’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제2의 불확실성의 시대’

백래시 정치

제20대 대선을 전후로 한국 선거판에 새로운 프레임이 등장했다. ‘이대남’ ‘여성가족부 폐지론’ 등으로 유권자를 집결시키는 안티페미니즘(Antifeminism) 프레임이다. 과거에도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발은 존재했지만, 저자는 정치세력과 결합한 ‘백래시(backlash)’에 주목한다. 백래시는 민주주의 성장이나 진보적 물결에 대한 반동을 총칭하는 단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집단적 공격을 일컫는다. 백래시는 안티페미니즘 분석을 위한 주요 개념이지만, 상대적으로 이론적 깊이가 부족하며 현상을 발견하고 기술하는 도구에 머무른다는 평가도 받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백래시를 새로 정의했다. 1999년 군복무 가산점제 위헌결정부터 오늘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이르기까지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의 굵직한 역사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백래시의 정확한 개념과 양상, 대응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톺는다.

신경아 지음, 동녘, 1만6000원, 272쪽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혐오와 차별의 시대, 모두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남발되는 공감이다. 고통에 공감한다는 말을 건네는 이조차 진심이 담긴 심심한 위로인지, 공감을 가장한 말뿐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고통을 불행으로 인식하는 관점으로는 공감이 동정이나 시혜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저자는 상실과 결여, 고통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농인(聾人) 부모에게 태어난 비청각장애 아동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공감’이라는 말로 연민했다. 부모의 장애를 안타깝게 보는 시선이 자신을 훑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논픽션 작품을 집어들었다. 책 너머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고통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가치를 깨달았다. 저자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삶을 단편화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우리의 세계를 확장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길보라 지음, 창비, 1만6000원, 208쪽

제2의 불확실성의 시대

인간은 변수로 인해 계획이 어긋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불확실성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령화하는 인구와 노동력, 증가하는 소득불평등, 기후변화 등 미래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들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대비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비 방안이 확실히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입안자와 기업이 모두 생각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공공과 민간 양쪽의 자원이 모두 필요함을 역설한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융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발생할 위기와 기회, 그리고 돈의 흐름이 궁금한가.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는 로드맵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스티븐 폴로즈 지음, 강성실 옮김, 한국물가정보, 1만7000원, 352쪽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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