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더나미 책꽂이] ‘편향의 종말’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동물권력’

편향의 종말

머릿속에 한번 박힌 편견은 그 뿌리를 뽑아내기 어렵다. 인간이 고정관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미국의 차세대 과학 저널리스트 제시카 노델은 이 물음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우선 노델은 교육·의료·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을 진단한다.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차별과 혐오는 인간의 편향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편향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두뇌는 불확실한 결과를 정확히 예견했을 때 쾌감을 느낀다. 반대로 예견이 틀리면 짜증과 위협을 느낀다. 이러한 보상시스템 속에서 인간은 생각을 공고화하고,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 편향의 회로를 끊기 위해서는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노델은 스웨덴 유치원의 가치중립 교육,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여성 종신교수 비율을 66%까지 늘린 사례를 얘기하면서 실질적인 해법을 알려준다. 노델의 설계는 자신의 편향을 줄여나가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방향키가 돼 줄 것이다.

제시카 노델 지음, 김병화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2800원, 500쪽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늦은 밤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엄청난 소리에 벌떡 일어난 안드레이는 집 밖을 살폈다. 러시아군이 폭격을 퍼붓고 있었다. 악몽이길 바랐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현실이었다. 안드레이는 가족들을 자동차에 태워 급히 해외로 피신시킨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안전한 거점과 중고차, 방탄조끼, 헬멧을 구하는 것이었다.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다. 헬멧을 쓰고 방탄조끼를 걸친 안드레이는 피란민과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이 책은 구호활동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전쟁의 사각지대에서 사람을 구하고, 전후 재건을 돕고, 헌혈 네트워크를 구성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민간 자원봉사자 6명의 얘기를 다뤘다. 화상·서면으로 만난 자원봉사자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희망과 의지를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무엇이 이들을 전쟁터로 이끌었을까. 그리고 무엇이 이들을 계속 움직이게 할까.

안드레이 클류치코·테탸나 부리아노바 외 4명 지음, 정소은 옮김, 스리체어스, 1만2000원, 136쪽

동물권력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기록하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질까? 바이러스 폭탄을 가지고 다녔던 원숭이 ‘앨피’부터 군인 194명을 구한 통신병 비둘기 ‘셰르 아미’, 임종을 예견한 고양이 ‘오스카’까지. 이 책의 주인공은 인간과 역사를 함께 살아온 동물들이다. 저자는 ‘동물이 인간 지배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의 능동성에 주목한다. 인간과 동물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며 지구의 역사를 써 내려온 모습을 촘촘히 복원하면서 동물은 인간 문명의 조연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동물 나름의 의식과 판단이 역사에 미친 영향력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다.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는 말은 이렇다. “동물권을 위한 거시적인 기획도 중요하지만, 인간과 동물 개개의 관계에서 나오는 작은 행동 또한 역사를 바꾼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남종영 지음, 북트리거, 1만8500원, 396쪽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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