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韓 공적금융 화석연료 투자액 세계 3위 ‘오명’

우리나라 공적금융기관이 여전히 화석연료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담긴 보고서가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2일 “미국 환경단체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과 지구의벗 미국지부(Friends of the Earth US)가 1일(현지 시각) G20 국가의 공적금융기관, 다자개발은행의 에너지 투자를 분석한 연간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G20 국가와 주요 다자개발은행은 2019~2021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연평균 63조원(550억 달러)을 지원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연평균 33조원(약 290억 달러)을 투자했다. 재생에너지 부문 투자액은 2016~2018년 대비 2조3000억원(20억 달러) 밖에 증가하지 않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함에도 지원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19~2021년 연평균 8조1000억원(71억 달러) 규모의 공적금융을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했다. 일본, 캐나다에 이어 가장 큰 규모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석유·가스 투자액이 연평균 6조9000억원(60억 달러), 석탄 투자액은 연평균 1조4000억원(12억 달러)에 달했다.

2019~2021년 G20 상위 15개국의 연평균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투자금액. /기후솔루션
2019~2021년 G20 상위 15개국의 연평균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투자금액. /기후솔루션

한국의 지난해 해외 직접 화석연료 투자액은 2018~2020년 평균보다 30% 가량 줄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 같은 하락은 2021년 데이터의 불투명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지난해 투자 내역 확보가 쉽지 않아 일부 누락된 수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실제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은 보고서에 잡힌 통계를 웃돌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 수출신용기구인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연평균 7조원(62억 달러)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총 화석연료 금융 지원액의 약 85%를 차지하는 규모이며, G20 국가 수출신용기구 중 3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기후솔루션은 “그럼에도 우리나라 공적금융기관은 신규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어 더 큰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SK E&S를 통해 약 9400억원(6억6000만 달러)을 투자한 호주 바로사 가스전의 경우, 연간 1000만톤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글래스고 선언’ 동참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39개국이 서명한 ‘글래스고 선언’은 참여국이 2022년까지 온실가스 저감대책이 없는 해외 화석연료 부문에 직접 투자를 끝내고, 청정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는 내용이다. 글래스고 선언에 참여한 영국, 덴마크, 프랑스, 벨기에, 핀란드는 이미 신규 화석연료에 대한 공공 금융지원을 제한하는 정책을 확립했다.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1위인 일본도 지난 5월 G7 정상회의에서 ‘글래스고 선언’과 유사한 수준의 화석연료 금융 지원 중단을 선언하며 국제 흐름에 합류했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은 아직 공적금융 부문이 구체적인 투자 배제 정책을 내놓지 않아 오는 6일부터 열리는 제27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7)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거센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위기로 화석연료 사업의 좌초 리스크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신규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한국도 더 늦기 전에 글래스고 선언에 합류해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지원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에너지 소비가 가장 높은 수준의 나라”라며 “에너지 수입을 통해 이를 충당하겠다는 발상이 파괴적인 화석연료 사업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면서 한국은 점점 기후 선진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COP27을 계기로 화석연료 등 잘못된 해결책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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