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육에 이어 ‘대체해산물’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체단백질 전문 NPO 굿푸드인스티튜트(GFI)에 따르면 2020년 대체육 시장 규모는 14억 달러(약 1조8300억원)에 달했지만, 대체해산물 시장 규모는 1200만 달러(15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7월 식품기술자협회(IFT)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정기 총회에서 2023년 식품 트렌드로 대체해산물을 꼽았다. 2013년만해도 500만 달러에 그쳤던 대체해산물 투자액은 지난해 1억7500만 달러(약 2321억원)까지 증가했다. 대체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도 2020년 99개, 2021년 120개로 늘었다.
해산물 소비는 육류 소비만큼이나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해산물을 양식하면서 사용하는 항생제, 이후 배출되는 해양 폐기물이 바다 생태계를 망가뜨린다. 새우 양식장을 조성하면서 숲이 파괴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세계 해산물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50년에는 현재의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체해산물 산업이 주목 받는 이유다.
전 세계 32국에 대체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다. 지난해에만 에스토니아, 남아프리카, 호주, 이스라엘 등 국가에서 처음으로 대체 해산물 개발 업체가 등장했다. 대체해산물이 주목받으면서 각국의 음식문화에 최적화된 상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인구대비 세계 최대 해산물 소비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대체 해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 CU, 이마트에서는 식물성 참치가 들어간 삼각김밥을 선보였다. 오뚜기도 지난 6월 처음으로 식물성 참치통조림을 출시했다. 올해 1월에는 대체육과 대체 참치를 생산하는 식물성 식품 전문기업 올가니카가 중국 국영기업 중신그룹의 시틱캐피탈로부터 430억원을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대형 식품 판매업체들도 대체해산물을 생산해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네슬레는 2020년 회사의 첫 대체해산물 상품인 식물성 참치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식물성 새우를 선보였다. 유럽의 최대 참치 통조림 회사 중 하나인 카라벨라(Karavela)는 식물성 참치 통조림 라인을 개발했다.
대체해산물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미역·다시마 같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성분이나 콩, 밀 등을 활용해 만드는 ‘식물성 해산물’, 어류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조하는 ‘세포 배양 해산물’ 등이다. 기존에는 식물성 대체해산물 상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세포 배양 방식으로 생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세포배양 방식을 지향하는 대체 해산물 기업은 전년도에 비해 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식물성 대체해산물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포배양 생산 방식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식물성 대체해산물에 비해 가공을 덜 해도 되기 때문이다. 호주영양사협회에 따르면 대체육이나 대체해산물 같은 대체단백질의 문제는 실제 고기와 해산물의 식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가공 첨가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품 빅데이터 업체인 ‘스푼샷(spoonshot)’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대체단백질 식품을 고를 때 고려하는 주요 요소는 가공 첨가물의 종류와 양이다. 이를 최소화한 식품을 선호한다. 스푼샷 관계자는 “대체해산물 생산 업체들의 과제는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첨가물 개수를 줄이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이원 청년기자(청세담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