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의 지리학
콜레라, 결핵, 말라리아, 코로나19…. 전염병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인류를 덮쳤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도 전염병의 방패로 쓰이지는 못했다. 인간은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저자는 지리적 연결망을 중심으로 전염병을 살피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질병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어떻게 확산했는지, 왜 지역마다 피해 규모가 다른지 등을 추적하다 보면 질병 이면의 불평등한 권력관계와 체제를 확인할 수 있다. 백신불평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운영하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구 비율은 32.5%(약 1930만명)에 불과했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그 비율이 각각 67.9%(2억2400만명), 86.3%(약 4470만명)였다. 저자는 “전염병은 생물학적 질병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라면서 “사회경제적인 구조, 문화적 편견 등이 전염병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지리적 연결망과 불평등 지도를 고려해야지만 전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힌다.
박선미 지음, 갈라파고스, 1만8000원, 372쪽
인간도 짐승도 아닌
페미니즘 시각으로 동물권을 탐구한다면? 이 책은 페미니즘과 동물 옹호가 교차하는 지점, 즉 성(性)차별과 종(種)차별의 교차점에서 여성과 동물을 대하는 혐오와 차별의 문화를 분석한다. 특히 페미니즘 윤리, 철학, 신학의 관점 등 다양한 틀을 활용해 어떻게 여성과 동물이 착취당하게 됐는지를 짚는다.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논의하는 데 흥미롭고 풍부한 시각적 재현, 일화 등을 사용해 독자들이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페미니스트로서 오랜 기간 이론 연구, 정치 활동을 이어온 저자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서구 사회의 지배적 사고와 문화에서 여성, 동물, 유색인종 등은 배제됐다. 이제는 이러한 지배구조를 전복할 때다.”
캐럴 J. 애덤스 지음, 김현지 옮김, 현실문화, 2만6000원, 520쪽
차별 없는 병원
성소수자(LGBTQ+) 모두가 안심하는 진료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서. 국내 의과대학이나 수련 병원에서는 성소수자의 건강과 의료에 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의료인들은 성소수자 환자를 이해하고 진찰하는 데 난항을 겪는다. 이 책은 성소수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개설된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강의를 바탕으로 의료인이 어떤 태도와 지식을 갖고 성소수자를 진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성소수자 의료의 기초 지식부터 문진 방법, 임상 정보 등 진료 현장에서 활용하는 실용적 정보를 담았다. 이에 의료인뿐 아니라 성소수자 당사자도 정확한 의료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LGBTQ+ 모두가 차별받지 않는 진료실’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승현·이주영 외 12명 지음, 휴머니스트, 1만8000원, 296쪽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