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
전국의 5개 로컬출판사가 함께 기획하고 제작한 지역 기반 인문 시리즈. 대도시가 아닌 생소한 지역에서 자신의 삶을 가꿔 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채롭게 담았다. 강원 고성의 로컬출판사 온다프레스는 남다른 손재주와 집념을 가진 아마추어 레터프레스 인쇄공 부부의 삶을 책에 녹였다. 포도밭출판사는 충북 옥천군에 사는 이주여성들의 투쟁기를, 이유출판은 대전역 인근 철공소 거리에서 만난 장인들의 세월을 다룬다. 열매하나 출판사는 전남 순천에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마을정원’을 만든 주민들의 여정을 풀었다. 경남 통영의 남해의봄날은 충무김밥의 역사를 추적했다.
‘어딘가에는 마법의 정원이 있다’ (장성해 지음, 열매하나, 각 1만3800원, 168쪽)
‘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 (이동행 지음, 온다프레스, 160쪽)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한인정 지음, 포도밭출판사, 160쪽)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 (임다은 지음, 이유출판, 168쪽)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 (정용재 지음, 남해의봄날, 152쪽)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당신은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가난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당장 먹을 음식이 없거나 잘 곳이 없는 문제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원하는 물건을 사지 못하는 문제일 수 있다. 저자는 가난한 나라에나 부유한 나라에나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고 분석했다. UN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20년에만 9300만명의 극빈층이 새로 생겼다. 오랜 시간 빈곤을 연구한 학자이자 반빈곤 활동가인 저자는 가난을 어떻게 정의, 측정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다. “빈곤을 만드는 원인에는 개인의 행위도 있지만, 사회·문화와 같은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개인의 행위 역시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
루스 리스터 지음, 장상미 옮김, 갈라파고스, 1만8500원, 384쪽
아들의 답장을 기다리며
자폐인 아들을 둔 엄마가 30년간 눌러 담은 사랑을 책으로 펴냈다. 저자 채영숙씨는 자폐인 아들을 낳아 기르면서 겪은 일들을 차분하고 진솔하게 전달한다. 아들의 자폐를 처음 알고 “차라리 아이를 데려가세요, 하나님!”이라며 울부짖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책은 “우리의 인생 여정에 반드시 올라야 할 큰 산이 하나 있었고, 우리는 그 산을 부지런히 올랐을 뿐”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가장 큰 부정에서 출발해 가장 큰 긍정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유아기를 지나 세상에 첫발을 내딛고, 학교에 다니고, 사춘기를 겪고, 이제는 청년이 된 아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엄마의 모습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그 그림은, 진심은 마음속에 깊이 스며든다.
채영숙 지음, 꿈꿀자유, 1만7500원, 292쪽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