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출권거래제(ETS)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자발적 탄소시장과 배출권거래제가 연계될 수 있는 제도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탄소 크레딧’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탄소 크레딧은 온실가스 감축 활동으로 획득한 배출량 감축분에 대해 공인기관이 발급하는 인증서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법적인 감축 의무 없이 자발적으로 감축 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국제탄소시장은 크게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자국 내 탄소배출 규제체체(ETS 등)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나뉘는데, 그간 국제탄소시장은 CDM·ETS 등 규제시장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CDM은 선진국이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해 발생한 감축분을 선진국의 감축목표 달성에 이용하는 제도다. 자국 내 탄소배출 규제체제는 배출권거래제 등 각국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탄소배출 규제 제도를 말한다.
전경련은 “규제시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국제사회의 인식과 함께 CDM이 2012년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며 “그 빈자리를 자발적 탄소시장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는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기업의 ESG 경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이 2030년까지 최대 15배, 2050년까지 최대 100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COP26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된 탄소 크레딧이 국제탄소시장 지침을 충족하고, 참여국 승인을 받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감축실적(ITMO·International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으로 전환되면 감축의무 기업은 이를 상쇄배출권으로 바꿔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상쇄배출권은 감축의무 기업이 기업 외부에서의 감축실적을 배출권으로 전환한 것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 (TSVCM·Taskforce on Scaling Voluntary Carbon Market)’와 같은 독립감시기구도 출범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된 탄소 크레딧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국내 배출권거래제 시장은 경직돼 있다. 정부가 사전에 정한 할당배출권 이외에는 공급이 제한돼 가격 급등락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현재 배출권 매매회전율(허용배출량 대비 거래량)은 4.3%로 코스피 매매회전율(평균상장주식수 대비 거래량)이 30~50%가량인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전경련은 “배출권거래제 시장에 거래물량이 충분치 않아 배출권 가격이 널뛰기하고 있다”며 “시장의 가격신호가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이 앞으로 배출권거래제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발적 탄소시장 육성을 위한 검증체계 지원, 국외 ITMO와 국내 배출권거래제의 연계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