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없는 아이들
아이들이 매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다. 출생을 축복받는 생일이다. 생일과 같은 출생의 기록은 인간이면 당연히 갖는 권리이자 욕구다. 하지만 부모가 구금시설에 갇혔거나 한국 국적이 없어서, 이름과 전화번호만 남겨둔 채 떠나서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 책에는 출생의 기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그저 존재 여부만이 확인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출생등록의 중요성과 필요성, 당위성을 강조한다. ‘21세기에 생일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있을까?’라는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고, ‘보편적출생등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의 출생신고는 더 이상 개인의 몫이 될 수 없다.
김희진·강정은 외 3명 지음, 틈새의시간, 1만5000원, 220쪽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우리나라 1호 유품관리사’가 죽음의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책으로 담았다. 저자는 15년 전 일본에서 우연한 기회로 유품정리 일을 배워 국내에 도입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3년간 연수를 했던 회사도 일본에서 맨 처음 유품정리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죽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풀리지 않는 숙제다. 저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장례와 달리 유품정리는 사망 원인이나 주변 상황, 인간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는 고독사나 자살 현장처럼 유품을 보는 게 힘들거나 고인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유품에 손대지 못하는 유족들을 대신해 고인의 흔적을 정리한다. 특히 최근에는 생전 유품 정리 점검과 사후 예약도 늘었다고 전한다.
김석중 지음, 김영사, 1만4800원, 254쪽
녹색 계급의 출현
현 인류는 멸종을 목전에 둔 ‘녹색 계급’이다. 기후위기 심각성은 지겹도록 들어왔다. 그럼에도 환경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주체는 없다. 더는 미룰 수도 없는 지경까지 왔다.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할 가능성과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보호 방식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사회의 맥락에 부합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 책은 방향을 잡지 못하는 녹색계급에 나침반을 제공한다. 이 나침반을 손에 쥔 자들은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함께 싸우고 전진하는 이들이 아니다. 더 좋은 미래를 박탈당했음을 통감하는 자들이다.
브뤼노 라투르·니콜라이 슐츠 지음, 이규현 옮김, 이음, 1만5000원, 180쪽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