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백신 불평등이 코로나 19의 새로운 변종인 ‘오미크론(Omicron)’의 출현을 야기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8일(이하 현지 시각) CNN은 과학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백신 접종의 불평등이 새로운 변이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19의 변이종인 오미크론은 지난 11일 아프라카 보츠와나에서 최초 발견됐고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집중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6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을’ 델타 변이와 동급인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했다.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백신 접종 격차가 새 변이 발생의 원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샘프턴 대학의 감염학 전문가 마이클 헤드는 “오미크론은 백신 접종률이 낮고 진단 검사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아프리카 남부의 나라에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변종의 출현은 백신 접종이 전 세계적으로는 너무 느려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했다. 보건연구 자선단체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의 제러미 패러 이사는 “오미크론 변이는 백신과 같은 보건 수단의 전 세계적인 공평한 보급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며 “백신 불평등은 대유행을 연장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오미크론의 출현은 선진국이 그동안 백신 제공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탓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의료조사업체 에어피니티(Airfinity)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5일까지 전 세계 집단 면역을 위해 기증하기로 약속한 백신의 약 25%만 제공하는데 그쳤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각각 19%, 11% 규모만 제공했다. 가디언은 “부유한 20개 국가가 백신의 대다수를 독점하고 자국에 쌓아두는 바람에 WHO 등이 주도하는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빈곤국에 제공할 백신 20억 개 중 겨우 3분의 1만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총재는 트위터에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백신 지원에 실패한 결과, 전 세계인이 더 치명적인 코로나 변종의 위험에 노출됐다”며 “오미크론의 등장은 전 세계에 평등한 백신 공급이 왜 긴급한 문제인지를 상기시켜주는 계기”라고 말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