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구 10명 중 5명은 영양 상태가 불량해 비만, 과체중 또는 저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는 적게 먹고 고기는 많이 먹는 등 균형 잡힌 식단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23일(현지 시각) AFP 통신은 ‘2021 세계 영양 보고서(GNR)’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GNR은 각종 영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유엔과 각국 정부, 시민단체, 기업 등 100여 개 기관이 2013년부터 매년 공동으로 발표하는 보고서다. 전 세계 음식 섭취 실태와 영양 자금 조달 상황 등을 제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8%는 너무 많이 먹거나 적게 먹어 과체중·비만 또는 저체중 상태다. 5세 미만 중 약 1억5000만명은 발육부진이며 4500만명은 영양결핍이다. 3890만명은 과체중이다. 성인의 경우 40% 이상이 과체중, 비만이다.
인류의 식단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하루에 과일과 채소를 다섯 접시 이상 먹을 것을 권장하지만, 실제 섭취량은 권장량의 절반가량이었다. 콩류, 견과류 섭취량은 권장량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붉은 고기, 가공육의 일주일 섭취량은 권장량의 5배에 달했다.
영양 불균형 현상은 국가 경제력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저소득 국가 사람들은 과일, 채소 등 건강에 좋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고 저체중 인구 비율도 높았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붉은 고기, 가공육, 유제품, 설탕이 든 음료 등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음식 섭취량이 많았다. 과체중·비만도 비율도 높았다. 보고서는 “여러 영양 목표치들은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다른 식이요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며 “더 새롭고 총제적인 목표를 권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간의 음식 섭취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도 처음 분석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5%는 식량 수요로 인해 발생한다. 식량 수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2010년에 비해 14% 증가했다. 특히 동물성 식품 생산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가축의 분뇨, 사료 재배를 위한 숲 훼손 등으로 환경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 식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아프리카·아시아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악화한 영양 상태 개선을 위해 추가 자금을 긴급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1억5500만명이 추가로 빈곤에 빠져, 영양 상태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발육부진, 영양결핍, 산모 빈혈과 관련된 개선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0억 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재정적 부담이 늘기는 하지만, 미리 조치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영양 개선에 투자해 사회가 얻을 경제적 이익은 2030년까지 연간 5조7000억 달러, 2050년에는 10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레나타 미차 테살리아대 교수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 이후 성인 사망 인구 중 4분의 1이 부실한 식단의 영향으로 목숨을 잃었다”며 “이번 연구는 지난 10년간 세계인의 식단이 개선되지 않았으며, (불량한 음식 섭취는) 사람들 건강과 지구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