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부 지역에 계획된 대규모 유전 개발 사업이 기후변화 대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20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은 “아프리카 나미비아 내륙 지역에 예정된 유전 개발 계획으로 생태계는 물론 지역 공동체까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현재 캐나다의 석유·가스회사인 ‘레콘아프리카’는 나미비아 카방고 지방과 보츠와나 서부 지역 일대 3만4000㎢ 부지를 임대하고 유전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레콘아프리카는 해당 지역에 잠재된 석유가 600억~1200억 배럴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유전 사업이 아프리카 지역의 자연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글로벌마치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에 살아남은 코끼리는 45만 마리로 이 중 13만 마리가 유전 개발이 진행되는 곳을 서식지로 삼고 있다. 로즈마리 알리스 글로벌마치 활동가는 “유전 탐사 작업에서 발생한 진동이 코끼리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유전 개발은 동물들을 멀리 쫓아낼 뿐만 아니라 밀렵꾼들에게도 노출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님모 배시 아프리카보건재단 이사장은 “새로운 도로부터 시추장, 정유시설, 터미널까지 이 사업 과정의 모든 요소가 자연 생태계와 지역 공동체를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규모 유전 개발 계획이 전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17일 국제에너지기구는 새로운 화석연료 공급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즉시 중단하고 2035년까지 가솔린·경유 자동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나미비아 환경단체 ‘빈트후크’는 “해당 유전은 ‘거대한 탄소 폭탄’과 같다”며 “이번 유전 계획이 실현되면 남부 아프리카에 또 다른 유전을 들이는 관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님모 배시 이사장도 “기후 위기를 피하기 위해 전 세계가 향후 10년 동안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