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를 만나다
지난 8월 8일.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이하 ‘KLC’) 봉사자들이 경기 성남 ‘안나의 집’에 모였다. 최근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노인 무료 급식소들이 다시 문을 닫으면서 무료 급식으로 하루를 버티던 노인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시락을 만들어 배급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배식 시간은 오후 3시. 봉사자들은 오전 10시부터 630인분의 도시락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봉투에 물을 담아 옆 사람에게 넘기면 다음 사람은 복숭아를 담고, 다음 사람은 빵을 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오후 3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배식 줄이 길게 늘어섰다. KLC 봉사자들은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진다”며 도시락 포장에 속도를 높였다.
코로나19, 더 심각해진 노인 빈곤 문제
KLC는 2015년 설립된 비영리 청년 단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인 한국 사회에서 노년의 삶을 조명하고 젊은 세대와 문제의식을 공유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했다. KLC 운영진 윤성일(33)씨는 “무료 도시락을 받으러 나온 한 어르신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배고픔이 훨씬 무섭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KLC가 노인 빈곤 해결에 나서는 이유”라고 밝혔다.
KLC는 지난 4월부터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운영을 잠정 중단한 노인 관련 공공시설 및 다중 이용시설을 대신해 주말마다 무료 도시락 배식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은 성남에 있는 ‘안나의 집’에서 하고, 일요일에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사회복지원각 노인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제공한다. KLC는 “코로나19 발생으로 독거노인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곧바로 도울 방법을 모색했다”면서 “글로벌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인 ‘틱톡 코리아’와 협업해 총 1만 개의 도시락을 기부받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한 글로벌 펀딩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도시락 배식을 위한 모금 활동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갈라 파티로 모금하고 페이스북으로 홍보
코로나19 이후에는 주2회 도시락 배식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매월 고정적으로 무료 급식 봉사를 진행해왔다. 젊은 직장인이 주축을 이룬 KLC는 기금을 조성하는 방법도 특별하다. 일 년에 한 번, 250명 규모의 국내 최대 ‘자선 갈라 파티’를 주최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여러 이벤트를 열어 참가자들에게 네트워크 기회를 제공하며 후원금을 얻는다. 이렇게 얻어진 후원금은 전액 서울노인복지센터에 기부한다. 어버이날 기념 김밥만들기, 할매집밥 요리 수업, 어르신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등 세대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주최했다.
KLC는 2019년 12월 기준 3억2700만 원을 모금했고, 누적 1020명의 봉사자가 함께했다. 노인 무료 급식소에는 2019년 12월 기준 누적 12만명분의 식사를 지원했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에 앞장선 공을 인정받아 2019년 11월 보건복지부 자원봉사단체 부문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KLC의 가장 큰 목표는 노인 빈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동참을 늘리기 위해 ‘SNS’로 KLC의 미션과 활동 성과를 전한다. 봉사자 모집도 매월 페이스북을 통해 신청받는다. 모집이 10분이면 마감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노인 빈곤 이슈를 함께 해결해 나갈 대학지부도 설립했다. 직장인 중심이었던 KLC의 나눔의 가치가 대학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다. KLC의 대학지부는 ‘나눔’ ‘소통’ ‘세대’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추구한다. 서강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KLC 대학지부가 지부 1기로 설립이 된 데 이어, 세종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도 KLC 대학지부 2기가 공식 설립됐다.
윤성일 씨는 “KLC을 통해 젊은 세대가 주체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단순히 어르신들이 밥을 굶지 않게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세대 간의 간극, 소통의 부재, 가진 것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자는 것입니다.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작입니다.”
박세연 청년기자(청세담1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