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코로나 이후 갈 곳 잃은 ‘학교 밖 청소년’… 사회적 편견, 교육 소외 이중고

학교 밖 청소년이 코로나 여파로 갈 곳을 잃었다. 지난 8월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서비스가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고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뜻한다. 교육부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 소외는 채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에 두 번 우는 ‘학교 밖 청소년’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지난해 기준 약 39만명으로 추산된다. 청소년들이 학교 대신 찾던 주민센터나 시립도서관, 청소년기관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장기 휴관에 들어갔다. 못다한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 훈련을 받던 청소년들의 교육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다만 학교 안 청소년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할이지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의 경우 여성가족부 소관이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18개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과 직업 등을 책임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센터가 장기 휴관에 들어가면서 청소년들이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마포구 꿈드림센터의 경우, 지난 5월 이틀만 재개관한 뒤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휴관에 들어갔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검정고시는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꿈드림센터 대부분은 8월 중순 코로나 재확산 이후 단계적 개관 계획마저 모두 무산된 상황이다. 오산시 꿈드림센터 관계자는 “활동비가 지급되는 직업훈련 인턴십도 진행하다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활동이 중단됐고, 영상 콘텐츠 제작 교육과 같은 10명 미만의 수업도 센터 휴관으로 전면 중지된 상황”이라며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교육이나 주 1회 집으로 DIY키트를 보내주는 취미생활 프로그램만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습에서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다. 청소년 정책은 여러 부처의 협력으로 수행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홀로 책임지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지자체가 협력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이용한 학생 자기진단 관리와 급식 예산을 활용한 농산물 꾸러미 지원사업 대상에서도 빠져있다. 학교 안 청소년의 경우, NEIS를 통해 매일 체온을 측정하고 감염병 증상 여부, 동거가족 전염 가능성 등을 관리받고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교육재난지원금이나 식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꿈드림센터에 등록된 청소년에 한하거나 직접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송혜교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는 “코로나19로 모든 청소년이 보건, 교육 부문에서 위기상황을 겪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더 소외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부 주도 하에 전국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서 비대면 수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학교 안 청소년과 달리 학교 밖 청소년이 다니는 기관에서는 해당 시스템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주소지 인근의 청소년기관의 여건에 따라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울타리로 나뉜 청소년 정책, 칸막이 행정 없애야

청소년 기관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사설위탁 등 관리 주체가 다양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운영이나 지원에 대한 하나의 공통 지침을 알기 어렵다. 현재 기관에 따라 휴관 기간이나 운영 방식이 제각각이고, 이를 통합해서 알려주는 시스템이 없는 이유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스스로 정보를 탐색해야 한다.

2019년 기준 꿈드림센터 이용자 수는 4만825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교 밖 청소년의 약 12%에 그친다. 꿈드림센터 218개소 중 57개소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일부 지방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센터에 다닐 여건조차 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의 청소년을 위해 학령기 의무교육단계의 청소년에 한해서라도 정보 연계를 통해 보다 많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은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대입시 검정고시 점수를 학교별 변환 기준에 따라 내신점수로 치환받게 되는데, 대학교 입장에서는 난도가 높지 않은 검정고시의 특성상 만점자에게 1등급을 주기 어렵다. 이 때문에 변별력을 낼 수 있는 다른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교 밖 청소년의 입장이다. 현장 활동가들은 “검정고시생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 한정적인 것도 문제지만 담당 교사가 없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추천서 한 장 받는 일도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참여수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교육참여수당은 ‘서울시교육청 학교 밖 청소년 도움센터 친구랑’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하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교육활동비를 지급하는 정책이다. 송혜교 대표는 “학교 밖 청소년의 보호자도 교육비를 세금으로 내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전적인 지원과 새로운 입법안은 항상 여론에 부딪힌다”면서 “전국 시도 교육청으로 확대할 만한 모범사례로 꼽힌다”고 했다.

구하린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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