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복지사각지대] 작은 도움의 손길로 위기가정 다시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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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작은 도움으로 일어서는 위기가정

“누가 옆에서 좀 거들어주면 다시 잘살 수 있을 거 같아요. 혼자서 이 처지를 벗어나려고 애쓰곤 있는데, 이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A(46)씨는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나 친척이 없다. 고아로 자라 어린 시절부터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해왔다. 열일곱에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하고, 곧장 사회로 나갔다. 생계를 위해 택배기사, 지게차 운전, 전기 배선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했다. 그렇게 공인노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불행은 갑자기 찾아왔다. 2012년 몸이 무거워 찾은 병원에서 췌장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당장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은 치료비로 쓰였다. 한번 나빠진 경제 상황은 건강만큼이나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2016년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

다시 사회로 복귀하려는 A씨의 의지는 강하다. 한동안 손 놓았던 법률 공부를 하기 위해 방송통신대 법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 A씨는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생계급여 포기각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담당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상담 초기부터 A씨는 수급 대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며 “누구보다 자활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공공근로 월급은 100만원 남짓. 재기를 위해 애쓸수록 생활비가 늘었다. 지난해 6월, 사회복지관 관계자는 A씨로부터 “LH전세자금대출 이자를 1년간 내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고 난감해졌다. 큰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A씨처럼 근로 소득이 있는 경우 공공 부문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관 관계자는 “결국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지원 사업을 찾기 시작했고 ‘신한 위기가정 재기 지원사업’을 통해 체납금 195만원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위기가정에 이 같은 민간 지원 사업은 단비 같은 존재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도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 자녀를 홀로 키우는 B씨는 지난해 12월 남편의 갑작스러운 가출로 ‘소득 절벽’에 놓이게 됐다. 꾸준한 재활 치료가 필요한 아이의 병원비를 대느라 월세와 공과금이 밀리기 시작했고, 휴대전화 요금도 못 낼 처지였다. 하지만 한부모가정 지원 대상자도 기초수급 대상자도 되지 못했다. 시간제 일자리를 겨우 얻었지만 기존에 살던 집의 월세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최근 위기가정 재기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B씨는 “정부 지원으로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었는데 정작 이사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활이 빠듯했다”면서 “눈물밖에 안 나오는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분들이 있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C씨도 비슷한 케이스다. C씨는 이혼 후 두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둘째 아이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녀야 한다. 2015년 파키스탄 국적의 남편을 만나 생활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지속됐다. 빚이 늘어나자 우울증이 찾아왔다. 올해 초 주민센터의 연계로 위기가정 재기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 2월부터는 자활 근로도 시작했다. 그는 “어떤 대가도 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게 부담스럽고 부끄러웠다”면서 “지원 신청도 망설였는데,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가족의 보금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위기가정 재기 지원사업을 운영 중인 강인수 굿네이버스 사업기획팀장은 “위기가정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상자의 심리 회복”이라며 “한 가구당 주어지는 지원금이 많지 않더라도 대상자들은 희망을 갖고 다시 사회로 나가는 동력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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