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난민촌 덮친 코로나… 감염자 파악 어려워, 매일이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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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한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유한나(왼쪽 사진)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교육활동가는 지난해 11월부터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로힝야 난민캠프의 코로나19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유한나(33)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증진교육활동가는 굳은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100만명이 몰린 세계 최대 난민촌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활동 중인 그는 “매일이 아비규환”이라고 말했다. 로힝야 난민캠프는 2017년 8월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도망친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 남부 콕스바자르에 자리 잡으면서 생겨났다. 지난달 15일 이곳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한 달 만에 확진자가 39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3명으로 집계됐다. 유한나 활동가는 “첫 확진자의 감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빽빽하게 들어선 집, 공용 수도시설 등 난민촌 특성상 감염 경로 파악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과 16일 진행된 유한나 활동가와의 화상·서면 인터뷰를 통해 로힝야 난민캠프의 코로나19 상황을 전해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무너지는 난민촌

―상황이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오늘도 집집이 들러 감염병 예방 교육을 하고 왔어요.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텀을 두고 했던 교육을 지금은 매일 해요.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난민들도 NGO 직원들도 모두 긴장하며 돌아다니고 있어요.”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는 난민촌에 동요가 있었나요?

“많이 무서워했죠. 확진자 발생 한 달 전 정부에서 난민캠프 출입을 봉쇄했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죠. 근데 감염병이 퍼져버린 거예요. 기어코 올 게 왔구나 싶었어요.”

―확진자가 나온 뒤 어떤 조치가 내려졌나요?

“난민캠프 출입 통제가 더 강화됐죠. 구호 단체 직원들도 대부분 자기 나라로 돌아갔어요. 저희 스태프도 2000명가량 있었는데 절반으로 줄었어요. 그나마 저희는 의료 구호 단체로 분류돼 많이 잔류한 편이에요. 다른 NGO는 70%가량 귀국한 걸로 알고 있어요. 다른 단체들과 협업하면서 일해야 하는데 인력이 다 나가버리니까 프로젝트 수행이 많이 힘들어진 상황이에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인력 공백이죠. 다른 단체 직원들이 귀국하면서 그들이 운영했던 병원, 헬스케어센터들이 다 문을 닫았어요. 유증상자나 병이 있는 환자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적어지니까, 우리 병원 줄이 길어지고 결국 치료를 못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져요. 생활 관리 인력도 많이 빠졌어요. 특히 화장실 관리가 안 되고 있어요. 여긴 ‘푸세식(재래식)’ 화장실이라 분뇨차로 분뇨를 퍼야 하는데 못 하고 있죠. 이미 가득 차 버린 화장실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기 시작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순식간에 모든 게 무너지고 있어요.”

병원 꺼리는 난민들… ‘소통’이 중요해

유한나 활동가는 지난해 11월 로힝야 난민캠프로 왔다. 난민 대상 건강 교육과 난민 소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코로나19가 터졌다. 감염병이 급속하게 퍼져 나가면서 기존의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현재는 감염병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난민캠프 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책은 나왔나요?

“저희 단체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격리병상을 400개 정도 설치했습니다. 일정 거리를 두고 병상을 배치하는 식입니다. 난민캠프 내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WHO가 병상 1000개를 설치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 유증상자 찾기부터가 쉽지 않아요. 로힝야족은 미얀마 병원에서 의료적 차별을 받은 경험이 많아서 병원을 크게 신뢰하지 않아요. 병이 있어도 오지를 않아요.”

―의료적 차별요?

“난민들은 피난 때 겪었던 트라우마가 있어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에게 총구를 겨누고 사살했던 잔상과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넌 경험들 말이에요. 난민들과 조금만 대화해보면 폭력·차별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은 걸 금세 알 수 있어요. 병원에 대한 트라우마도 심해요. 미얀마 병원에서는 로힝야족이라는 걸 알면 진료를 미룬다고 해요. 그냥 병들어 죽게 내버려둡니다. 그래서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낮아요.”

―그럼 유증상자는 어떻게 찾아내나요?

“찾아가는 거죠. 오늘같이 집집이 돌아다니면서 전수조사를 해요. 몇 명이 아프고, 증상은 어떻게 되는지, 사망한 사람이 있는지, 왜 죽었는지 등을 물어보죠. 일단 한집에서 발열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발견되면 그 이웃들도 발열 체크를 해요. 난민들은 격리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서 증상이 있어도 병원 격리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경우엔 자가 격리 안내를 해주고 집에 머무르게 합니다.”

―집에 머무르게 한다 해도 난민은 ‘거리 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아닙니까.

“공동 수도시설을 통해 물을 같이 쓰니까 감염병이 계속 퍼져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더 심각한 건 캠프 내 불법 의료 시설이에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의료술로 치료하는 곳이죠. 허가받지 않은 약과 주사들이 투입되는 경우도 많아요. 코로나 때문에 불법 의료가 더 늘어나고 있어요.”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겠네요.

“숨어 있는 확진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렵죠.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 가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코로나19가 여기서는 이제 시작되고 있어요.”

유한나 활동가는 “문화적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힝야족은 종교적 믿음이 강해요. 그래서 캠프 내 종교 지도자를 만나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해요. 우리 단체에서 활동하는 로힝야족 자원봉사자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들이 난민과 소통하고 그걸 영어로 우리에게 알려줘요. 난민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지금 상황에선 뭐가 필요한지 물어보고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런 소통을 멈추지 말아야 해요. 코로나 예방과 완치를 위해선 난민들의 협조가 가장 필요하니까요.”

[허정민 더나은미래 기자 hoo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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