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발언대] 코로나19 이후의 비영리<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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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사단법인 시민 이사 겸 NPO스쿨 대표

어딜 가나 코로나19 이야기다. 미디어에도 코로나 19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NGO나 NPO 등 비영리조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거대한 재난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바꾸고 있는 지금, 비영리 영역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증명하고 재난 이후에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장애인·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비영리조직 대부분이 이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코로나 19 국면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노인·장애인 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 등의 복지 시설과 도서관·평생교육원 등 지역사회 서비스 센터, 비영리활동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자원봉사센터 등 많은 시설이 문을 닫았다. 이들 시설 대부분이 개관 이래 최초의 휴관을 겪었다. 비영리기관과 이들이 돕던 사회적 약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문제는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도 비영리 영역의 약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복지·공공서비스 전달체계가 ‘올스톱’ 수준으로 무너지면서, 정부와 민간의 관계성이 달라질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복지·공공서비스 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는 비영리조직 등 민간 영역의 복지 관계자들에 대한 개입과 관리를 강화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비영리 관계자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시국에서 시민의 건강과 위생 관리 역할을 독점하게 된 정부가 앞으로의 민관 파트너십을 이끌며 ‘관 주도’ 방식을 강화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고 있다. 존재감과 역할이 축소된 비영리 영역이 ‘정부에 대한 견제’와 ‘자율적 활동’이라는 두 날개를 잃어버리고 정부의 에이전시로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올 정도다.

물론 재난 상황에서 거액의 후원금을 모집하는 일부 조직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비영리조직은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 기부금이 줄어들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기부나 자원봉사 참여를 독려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비영리 영역이 지금까지 역량을 쌓아온 대면 중심 회원 확대와 모금 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비영리 영역의 모금과 참여 독려 역량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활동의 의미를 전달하고, 이것을 다시 후원금이나 자원봉사 참여 등 조직의 자원으로 연결하는데 집중돼 있다. ‘비대면 접촉’의 시대에는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미디어나 SNS 활용 능력 등 비대면 홍보는 물론 이 과정을 촉진할 앱 개발 능력 등 IT기술까지 필요해지고 있지만, 비영리 영역에서 이 분야 전문가는 많지 않다.

코로나 19는 모든 비영리조직들의 시험대가 됐다.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고민의 시작과 끝이 단순히 ‘서비스 질 향상’ 정도여서는 안 된다. 코로나 19 이후의 세상에선 지금껏 비영리가 단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이재현 사단법인 시민 이사 겸 NPO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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