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거니즘 만화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가 그림 에세이로 기록한 비거니즘 일상 일기.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장식 축산이 동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작가는 비건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비거니즘을 ‘모든 종류의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으로 정의하는 작가의 비건 지향적인 일상이 35개의 에피소드 안에 녹아들어 있다. 채식의 단계에 대한 기본 정의부터 일상 속에서 비건이 마주하는 오해나 편견 등 어려움과 생활 속 팁까지 담았다. 작가는 “비건은 완전한 채식주의가 아니라 다른 생명의 고통을 생각하며 일상 속의 불완전한 실천을 지속하는 사람” 이라며 ‘삶의 지향으로의 비거니즘’에 더 많은 사람이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보선 지음, 푸른숲, 1만6500원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장애인의 성적 욕구를 해결해주는 자원봉사자는 불법일까? 지체장애인을 돕는 활동 보조사는 장애인끼리의 성관계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지적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대만인 기자 천자오루가 지금까지 금기시돼온 장애인의 성적 욕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엮어냈다. 이 책에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교육을 주장하는 교사, 성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지만, 저자는 어떤 관점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욕망을 가진 장애인들의 얼굴을 선명히 묘사하면서 장애인을 당연히 ‘무성의 존재’처럼 치부해 온 우리 사회의 “빈약하고 창백한 상상력”(본문 발췌)을 지적할 뿐이다.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 사계절, 1만7000원
여성 연구자, 선을 넘다
다른 나라에 오랜 기간 체류하며 그 나라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해외 지역 연구는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여성 연구자에겐 그 벽이 더 높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상대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성추행·성폭력 등에 노출되기도 한다. 결혼이나 출산·육아는 연구도 많은 여성 연구자들이 연구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연구 질문들을 찾고, 연구를 포기하지 않은 여성 연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책이 나왔다. 이란, 태국, 미얀마 등 전 세계 현장을 누빈 12명의 여성 연구자들이 각자의 고군분투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다양한 나라에서 서로 다른 연구를 진행한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지리적인 선뿐 아니라 지적 전통, 편견의 선까지 넘고 살아남은 여성들’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홍문숙 외 11명 지음, 눌민, 2만6000원
마을의 진화
한국만큼이나 심각한 ‘지방 소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에 작은 시골마을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도쿠시마현의 작은 마을 ‘가미야마’다. 총 인구 5500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개발자, 예술가 등 젊은 이주민들이 많아 활기가 넘친다. 고령의 원주민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아사히신문 지역 기자로 오사카 지역을 30년 이상 취재해온 베테랑 기자가 ‘사람들이 모여드는 신기한 시골 마을’의 비밀을 파헤쳤다. 저자는 ‘민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삶의 실험’이 도쿠시마에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든 비결이라고 말하며, 번뜩이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서로 의견이나 삶의 태도를 존중하고 “일단 한번 해 봐!”하고 응원해주는 ‘친절이 순환하는’ 마을 분위기가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을의 기본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간다 세이지 지음, 류석진 외 3명 옮김, 반비, 1만8000원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를 뒤흔든 메르스, 사스, 에볼라 등 전염병의 실체를 파헤쳤다. 지난 2017년 처음 나온 1판의 개정, 증보판이다. 저자는 중국 남부의 박쥐 동굴, 중앙아프리카의 정글 등을 추적하며 박쥐, 침팬치 등 동물에서 인간의 몸으로 바이러스가 옮겨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안타깝게도, 저자는 “바이러스는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체에서 개체로 옮겨다니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인간의 몸에서 없애도 다른 동물의 몸에 기생하다가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결코 정복할 수 없는 인수공통감염병을 정복할 길이 없다면 ‘줄일’ 수 있을 방법은 없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 하나. ‘자연 앞에서 겸손해질 것’.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할수록 살 곳이 없어진 바이러스들은 인간을 숙주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저자의 마지막 경고다. 데이비드 쾀멘 지음, 강병철 옮김, 꿈꿀자유, 3만원.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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