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옷장을 공유하라”… 잠자는 옷으로 수익 내고, 환경 보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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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2.0] ①패션공유플랫폼 ‘클로젯셰어’

패션공유플랫폼을 운영하는 성주희 클로젯셰어 대표는 “옷장에 옷이 가득 차 있는데도 사람들은 ‘입을 옷이 없다’고 말한다”며 “더는 입지 않는 옷들의 수명을 연장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공유’에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Getty Images Bank

지난해 공유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공유의 가치’를 내세워 성공 신화를 쓴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와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흔들리면서 공유경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공유를 통해 플랫폼과 소비자, 노동자가 이익을 나눠 갖는 본래의 취지는 옅어지고,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이윤을 남기는 플랫폼이 득세한다는 성토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른바 ‘타다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공유경제의 붐을 타고 등장한 타다는 ‘쾌적한 승차 경험’을 무기로 인기를 끌었지만 택시업계와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글로벌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국제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2013년 150억달러(약 17조4000억원)에서 2025년 3350억달러(약 388조5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더나은미래는 폭발적으로 커지는 공유경제 분야에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소셜벤처·사회적기업 등을 차례로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첫 번째 주자는 패션공유플랫폼 ‘클로젯셰어’다. 개인 간 의류 대여를 중개하는 소셜벤처로 옷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플랫폼이 이익을 나눠 갖고, 패션 재화의 낭비를 막아 환경보호에도 이바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셰어러’와 ‘렌터’ 연결해 패션의 수명을 늘리다

문화 행사 기획자로 일하는 30대 여성 신모씨는 지난달 클로젯셰어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다이앤 본 포스텐버그의 드레스를 빌려 연말 파티에 입고 갔다. 구매하려면 50만원 넘게 내야 하는 옷이지만, 일주일간 대여 비용으로 낸 돈은 4만4000원에 불과했다. 신씨는 “인스타그램에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올리고 나서 옷 예쁘다는 칭찬을 100번은 들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2017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로 사업 3년 차에 접어든 클로젯셰어는 ‘셰어러(Sharer·옷을 빌려주는 사람)’와 ‘렌터(Renter·옷을 빌리는 사람)’를 연결한다. 헌 옷을 거둬들여 에코백으로 업사이클링해 재판매하는 소셜벤처 ‘위브아워스’가 전신이다. 위브아워스가 업사이클링을 통한 패션 재화의 수명 연장을 꾀했다면, 클로젯셰어는 개인 간(P2P) 거래를 설루션으로 들고 나왔다.

셰어러는 잘 입지 않는 옷을 플랫폼에 위탁하고서 대여료를 받고, 렌터는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운 옷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 플랫폼은 의류 보관·관리·세탁·배송·결제대행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래 수수료를 가져간다. 플랫폼과 플랫폼 이용자가 모두 이익을 보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약 3000명의 셰어러가 활동하고 있고, 의류 누적 대여는 6만건을 돌파했다. 셰어러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3만원의 대여료를 받고 있다. 상위 20%의 셰어러는 월평균 64만원을 번다. 누적 수익 2500만원을 올린 셰어러도 있다.

클로젯셰어의 미션은 ‘패션 재화의 낭비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하루에 버려지는 의류는 전국에서 193만t이 넘는다. 의류 생산 단계에서 배출되는 폐섬유도 하루에 224t이나 된다. 이 때문에 영국 비영리단체 옥스팜은 패션 산업을 기후 위기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다. 성주희 클로젯셰어 대표는 “패션 산업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활용 가치가 있는 패션 재화가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걸 막아주는 ‘회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클로젯셰어를 통해 이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클로젯셰어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산업은행, 스파크랩벤처스, 500스타트업 등으로부터 총 44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성과 사회적 가치 부문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자에 참여한 이덕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대표는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자원 낭비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패션 테크’로 소셜 임팩트 극대화할 것”

패션 공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분야이지만, 해외에서는 성공 사례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9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제니퍼 하이먼과 제니퍼 플라이스가 세운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가 대표적이다. 연간 매출액이 1억달러(약 1160억원)가 넘어 ‘패션계의 넷플릭스’로 불린다. ‘포시마크(Poshmark)’ ‘스레드업(Thredup)’ ‘스타일렌드(Stylelend)’ 등 기업도 이 분야의 강자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클로젯셰어 이후 ‘윙클로젯’ ‘원투웨어’ ‘코렌탈’ 등 스타트업이 패션공유플랫폼을 운영했지만, 모두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문을 닫았다. 이에 대해 권지현 수원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신뢰성 측면에서 교환·환불 정책이 미비해 소비자 불만이 나왔고, 공유 자원의 품질 관리도 미흡했다”며 “기술성 측면에서도 물품 검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패션공유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기술성 강화 ▲공유 자원의 철저한 관리 ▲물류 관리, 배송 체계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로젯셰어는 사업 초기부터 ‘마케팅’이 아닌 ‘기술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스스로 ‘패션 테크’ 기업을 표방한다. 시드 투자 단계부터 원천 기술 개발에 나섰다. 셰어러가 위탁한 제품을 사진으로 촬영하면 자동으로 색상과 세부 사이즈, 디자인 특징 등이 플랫폼에 입력되는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했다. 제품을 받아서 대여를 시작하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데이터베이스에 누적된 6만건의 대여 자료를 바탕으로 ▲선호 품목 ▲지역 ▲고객 특성 등을 분석해 물류 시스템도 최적화했다. 올 상반기 안으로는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의류를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 3년간 패션공유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한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카이스트와 함께 사회적 가치 측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셰어러와 렌터에게 돌아간 효용을 평가하는 것 외에도 환경 분야에서 얼마나 기여했는지 살필 계획이다. 성주희 클로젯셰어 대표는 “고객들은 각자의 편의나 이익을 위해 패션공유플랫폼을 이용할 뿐이지만,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소셜 임팩트는 굉장히 크다”며 “스마트 공유 시스템 구축과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스케일업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jangp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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