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사회적경제… 한국 소셜벤처에 세계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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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F 유일 아시아인 이사 김재구 교수 인터뷰

2008년 영국서 시작된 ‘사회적기업 월드포럼’
올해 행사 최초로 개도국 아프리카에서 개최
경제 분야에서도 ‘분배’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
내년 한국 사회적기업을 스피커로 내세울 것

72개국 1500여 명이 참가한 제12회 SEWF(사회적기업 월드포럼)가 지난달 23~25일 에티오피아에서 열렸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 8인으로 구성된 SEWF 이사회의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이 ‘빈곤’을 연구한 개발경제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매사추세츠공대의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를 비롯한 수상자들은 15년간 40여 개 저개발국 현장을 누비며 빈곤 문제의 해법을 연구했다. 그간 빈곤 퇴치를 위해 선진국들이 해왔던 국제개발협력 사업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 경제학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달 23~25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2019 사회적기업 월드포럼(Social Enterprise World Forum·이하 ‘SEWF’)’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다. 72개국 1500여 명이 참석한 이 포럼의 키워드는 세 가지였다. ‘아프리카’, ‘국제개발협력’, 그리고 ‘사회적경제’. 지난 1일 만난 김재구(55)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빈민층의 삶을 개선하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사회적경제가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인으로 구성된 SEWF 이사회의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노벨위원회는 지금까지 주로 ‘성장’을 연구한 경제학자들에게 상을 줬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분배’를 연구한 학자들에게 준 겁니다. 성장이 아닌 분배를 위한 고민, 기울어진 운동장을 똑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이 박수 받는 시대가 됐어요. 그 중심에 ‘사회적기업가’들이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들이죠.”

SEWF는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사회적기업가들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마련된 국제 포럼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사회적경제가 발달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꾸려져 2008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첫 포럼을 열었다. 이후 각 대륙을 돌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서울에서 포럼이 열렸다. 민간에서 사회적기업을 지원해온 함께일하는재단이 포럼을 주최했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이를 후원했다. 김재구 교수가 진흥원장을 맡고 있던 때였다.

“한국 사회적경제를 흔히 ‘정부 주도형’이라고 하고 서양은 ‘시민 주도형’이라고 하는데 잘못된 얘기예요. 보텀 업(bottom-up). 시민들이 시작해 성장하던 것을 정부가 받아 법제화한 거죠. 서울에서 개최된 SEWF는 ‘민’과 ‘관’이 협력해 만들어낸 한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사회적경제가 시대적 과제이자 글로벌한 흐름이라는 걸 국내에 알리는 역할도 했죠.”

제12회를 맞은 올해 SEWF는 역대 최초로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서 개최됐다. 김재구 교수는 이를 ‘일대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SEWF가 아프리카에서 열린 적은 있었지만 아프리카의 유일한 G20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이번 에티오피아 포럼에서는 성 평등, 재활용, 기후, 이주민 문제 등에 주력하는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사례가 발표됐다. 사회적기업과 일반기업의 성공적인 협업 모델,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임팩트투자 등을 주제로 하는 세션도 마련됐다. 처음으로 개발도상국에서 포럼이 열렸기 때문에 각국 참가자들이 ‘사회적경제를 통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층 더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에티오피아에 사회적기업이 5만5000곳이나 있다고 하길래 ‘진짜 그렇게 많나’ 궁금해서 좀 알아봤습니다. 그 나라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조직은 모두 사회적기업으로 세고 있어요. 협동조합은 물론 비영리법인까지도 포함시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죠.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협력이나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지, 정확한 조사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EWF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적기업가가 주축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참가자의 70%가 사회적기업가였다. 중간지원조직 담당자와 투자자, 정부 정책결정자 등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김재구 교수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사회적경제로 들어오고 있다”면서 “사회적금융이 정비되고 임팩트투자가 확대되면서 사회적기업가들의 혁신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사회적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SEWF의 규모가 매년 커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나중에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면 굳이 ‘사회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구별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이 사회적기업이 돼야 한다는 얘깁니다.”

올해 SEWF의 한국 참가자는 22명이다. 아프리카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사회적기업가들도 참여했다. 르완다에서 활동하는 ‘키자미테이블’의 엄소희 대표, 우간다 지역에서 일하는 ‘제리백’의 박중열 대표 등이 직원들과 함께 포럼에 참석했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전 세계가 한국의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가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 정비가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것,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라는 전담 공공기관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죠. 무엇보다 우리나라 소셜벤처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성수동 소셜벤처들을 보세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죠.”

내년 9월 캐나다 노바스코샤에서 열리는 ‘2020 SEWF’에는 민관이 협력해 ‘한국대표단’을 파견하는 게 목표다. 그때는 한국의 젊은 사회적기업가들을 연사로 무대에 세우고 싶다고 했다. “훌륭한 팀이 너무 많아서 누구를 내보낼지가 고민이죠(웃음).” 인터뷰 내내 빠르게 말을 쏟아내던 김 교수가 처음으로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blindletter@chso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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