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뉴 파워’에서 미래를 찾아라”…아산나눔재단, ‘2019 N포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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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9 N포럼’에서 아샤 커란 기빙튜즈데이 CEO, 데릭 펠드맨 인플루언스SG 사업총괄, 이선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상 왼쪽부터)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컨벤션홀에서 ‘2019 N포럼’이 열렸다. N포럼은 아산나눔재단이 2015년부터 매년 비영리 분야의 리더십과 역량 강화를 목표로 개최하는 행사다. 재단이 운영하는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 수료생들이 기획·운영하고 있다.

올해 포럼은 ‘비영리, 미래전략 보고서 : 뉴 파워(New power)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초연결 시대에 등장한 ‘뉴 파워’를 이해하고 이를 비영리 분야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이 취지다. 이날 현장에서는 ‘방탄소년단(BTS)’부터 ‘#Me Too’까지 뉴 파워를 둘러싼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풀뿌리 운동’ 방식으로 BTS 키운 팬클럽 ‘아미’

이지영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BTS 예술혁명저자)

이지영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 ⓒ아산나눔재단

“BTS는 팬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기를 얻어 해외진출까지 한 사례다. 그런데 팬클럽아미(Army)’가 작동하는 방식은 마치 풀뿌리 운동에 가깝다. 아미는 다른 팬클럽과 달리 권력이 집중되는 회장이나 중심 조직이 없다. 모든 아미들이 각자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필요할 경우 작은 조직을 꾸려 함께 목표를 달성한다. 한국의 아미 회원이 BTS 콘텐츠를 영어로 번역해 SNS에 올리면 이것을 받아서 전 세계 아미들이 베트남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등으로 다시 번역해 전파시킨다. 미국 아미들은 미대륙을 동부·중부·서부로 나누고 그 안에서 다시 몇몇 주들을 묶어 자체적으로 지역별 하위 조직을 만들어 활동한다. 예를 들면 지역 라디오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꾸준히 BTS 음악을 신청하거나, 레코드가게를 돌며 BTS 음반을 들여놓으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특히 아미들은 집단지성을 통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난해 BTS 멤버가 원자폭탄이 터져 피어오른 버섯구름 사진이 있는 티셔츠를 입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때 팬들은 이 논란의 배경과 정황을 분명히 파악하고 정확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화이트페이퍼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명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5대륙 팬들이 참여해 논란에 얽힌 정치적·역사적 이야기들을 A4용지 80쪽 이상의논문’으로 집필해 한국어·영어·일본어판으로 배포했다. 일독을 권한다.”

  

함께 목소리 내며올드 파워밀어내는뉴 파워

아샤 커란 기빙튜즈데이 CEO

아샤 커란 기빙튜즈데이 CEO. ⓒ아산나눔재단

“’(power)’은 간단하게의도한 결과를 만들어낼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체로 이 힘은 소수의 사람이 갖고 있었고, 피라미드 형태로 발현됐다. 우리는 이러한올드 파워를 경험하며 살아왔다.

최근에는 힘의 변화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 대형 영화제작사 사장으로서 영화계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던 하비 와인스틴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66년부터 2016년까지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god)’ 과 더불어서 많이 언급된 이름이 하비 와인스틴이었을 정도로 그에게는 막대한 영향력이 있었다. 그는 이 영향력을 이용해 배우의 커리어를 망가뜨리고,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 아주 오랫동안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휘둘러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Me 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서 와인스틴에게 피해를 본 여성들이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Me Too’ 해시태그는 전 세계로 확산해 여성들이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길이 됐다와인스틴은 직업을 잃었고, 체포돼 현재 소송 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결과가 어떤 강력한 권력을 가진 한 사람이 아니라, 대중이 연대해 함께 힘을 발휘한 덕분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사례는미국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이하 NRA)’ 이야기다.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건과 사고가 수없이 자주 일어나는데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NRA의 영향력 때문이다. 오직 이 한 단체 때문에 정치인들은 총기를 규제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NRA는 조금씩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다른 강력한 단체가 나타나 이들을 압박하기 때문이 아니다. 풀뿌리 시민이 대규모 군집을 이뤄 다 같이 NRA받아들일 수 없다’(not acceptable)고 목소리를 낸 덕분이다. 이 중에는 엄마들로만 구성된맘스디맨드액션(Moms Demand Action)’처럼 전통적 의미의 힘과 권력을 전혀 갖지 못한 곳이 많다.”

  

명령보다는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를 묻다

이강원 변호사(前 슬로워크 전략컨설팅 사업부 대표)

이강원 변호사. ⓒ아산나눔재단

“지난 2007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봉사자로 일한 적이 있다. 보통의 선거 캠프는 한마디로 상대편과 ‘전쟁’을 벌이는 ‘군대’에 가깝다. 군대처럼 각 지부 총괄책임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오바마 캠프는 전혀 달랐다. 사람들을 모아 작은 조직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캠프를 꾸리다 보니 수직적으로 조직 전체를 관리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조직이 확산했고 성과도 났다.

처음 캠프에 합류했을 때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대체로 첫날에는 전화와 유권자 목록을 주면서 하루에 몇 백명에게 전화를 돌리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런데 오바마 캠프에서는 두 시간 넘는 커피 타임으로 시작했다. 내가 속한 캠프 리더는 나를 스타벅스로 데려가 왜 캠프에 합류하기로 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찬찬히 물었다. 그다음 내가 맡을 수 있는 역할들과 받을 수 있는 지원들을 설명해줬다. 이때의 경험이 훗날 조직 문화를 컨설팅하는 업무에 큰 도움이 됐다.”

 

 

우리가 해야 한다는믿음이 뉴 파워의 원동력

데릭 펠드맨 인플루언스SG 사업총괄(밀레니얼 임팩트 프로젝트연구 책임자)

데릭 펠드맨 인플루언스SG 사업총괄. ⓒ아산나눔재단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에 참여할지 여부를 믿음에 따라 결정한다. 따라서 비영리 조직들은 사람들이 지지할 수 있는 믿음의 메시지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비영리 조직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조직이 추구하는 믿음에 관심이 있고, 그 믿음에 동의할 때 비로소 움직인다.

미국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서프라이더재단(Surfrider Foundation)’은 사람들에게 믿음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예다. 서프라이더재단은 상근 근무자가 24명인 작은 재단이지만 비슷한 목적을 가진 미국 내 다른 단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를 끌어모은다. 이들은 해변과 바다가 곧놀이터인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우리를 강조한다. 조직의 미션이나 활동을 설명하며당신을 위해 이 조직이 이런 일을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일은 해변과 바다를 놀이터로 생각하는 우리 모두의 임무이자 역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다.

비영리 조직의 리더들은 사람들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으로도 만족감을 느끼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내가 참여한 조직의 활동을 이끌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어떤 활동을 기획할 때 그 활동 전반을 모두 관리하려고 하기보다 참여자들에게 어느 정도 결정권을 넘겨줄 수 있어야 한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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