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제10회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행사로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국내 앱’ ‘인디 게임 앱’ ‘라이브 퀴즈쇼 앱’ 등 다양한 주제로 2017년부터 꾸준히 진행돼왔다.
올해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임팩트 앱’을 주제로 ▲빅워크 ▲에누마 ▲당근마켓 ▲코액터스 등 개발사 4곳이 초대됐다. 빅워크는 앱을 작동하고서 걷기만 하면 10m마다 ‘1눈(noon)’씩 기부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빅워크’ 앱을 개발했다. 에누마는 3세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혼자서 게임하듯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토도수학’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끼리 중고 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앱을 내놨다. 코액터스는 청각장애인이 택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운전기사와 승객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앱 ‘고요한택시’ 개발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태원 빅워크 대표이사, 전유택 에누마 지사장,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의 주요 발언을 정리해봤다.
장태원 빅워크 대표이사
“2017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0명 중 7명이 기부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내가 기부한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의심스럽고, 경제적 여유가 없고,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기부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빅워크는 기부의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앱을 통해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걷기만 해도 기부에 참여하게 되는 행동형 기부 솔루션 앱 ‘빅워크’를 개발하게 됐다. 현재까지 사용자 94만명이 빅워크로 지구 497바퀴를 돈 것에 맞먹는 20만km를 걸어 200여 개 프로젝트에 포인트를 기부했다.
빅워크 앱 사용자들은 ‘걷기’라는 일상 행동이 기부로 이어져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데서 보람을 느끼고 기부에 참여할 동기를 얻는 것 같다. 최근에는 조깅과 쓰레기 줍기를 접목한 ‘플로깅’ 프로젝트를 선보여 사용자들이 걸음 포인트를 단순히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다양한 기부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빅워크를 통해 일상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며 삶의 변화를 겪는 사용자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유택 에누마 지사장
“처음에는 학습 장애가 있어서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토도수학’ 앱을 만들었다. 그런데 출시하고 보니 장애를 가진 아이뿐만 아니라 비장애 아이들도 토도수학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었다. 이후 3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각자 수준에 맞게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학습 프로그램의 단계를 세분화하고, 아이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앱을 게임처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재미있어야 더 하고 싶어지고, 하고 싶은 걸 해야 잘하게 되지 않나.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른 활동으로 넘어갈 수 있게 프로그램을 설계해 아이들이 연속적으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에누마의 목표는 나이와 학습 환경을 불문하고 아이들 누구나 기초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문맹 퇴치를 위한 소프트웨어 경연대회인 ‘글로벌러닝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에서 우승한 에누마의 ‘킷킷스쿨’도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저개발국 아이들이 혼자서 읽기 능력과 수리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기술과 디바이스를 활용해 아이들의 학습 기회를 넓히고 학습 방식에도 더 많은 변화를 주고 싶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당근마켓의 핵심은 집에서 잠자는 물건을 가까이 사는 이웃끼리 직거래해 자원을 아끼는 것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그리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서비스다.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당근마켓 가장 큰 차이점은 ‘같은 지역에 사는 이웃 주민끼리의 직거래’라는 점이다. GPS 주거인구가 밀집한 도시의 경우 반경 6km 이내 지역 주민들끼리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인구 밀도에 따라서 10~15km로 거래 가능한 지역 범위를 조정하고 있다. 직거래가 불편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데, 배송 과정이 간편하고 사기 위험도 적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또 직접 얼굴을 보면서 물건을 거래하기 때문에 이웃 간 정과 신뢰도 쌓인다. 실제로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보다 당근마켓은 거래당사자 간의 재거래율이 높다.
중고 물품 직거래 외에 지역 주민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매달 11일 진행하는 ‘나눔의 날’이다. 나눔의 날에 사용자가 앱에 등록한 물건은 필요한 사람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매번 1000건 정도 나눔이 성사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밖에 주민들끼리 요리 클래스를 진행하거나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와줄 수 있도록 서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청각장애인은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떻게 하면 청각장애인이 다양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우버에서 청각장애인 운전자가 승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란 소식을 접했다. 여기서 착안해 운전 능력이 있는 청각장애인이 택시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고요한택시’ 앱을 개발하게 됐다.
한편 앱을 실제로 사용할 청각장애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청각장애인이 택시운전을 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앱 개발과 더불어 택시운전사를 희망하는 청각장애인들을 모집해 이들이 택시운전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코액터스에서 하고 있다. 현재 청각장애인 12명이 고요한택시 앱의 도움으로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약 200명이 이들의 택시를 이용했는데, 일부 승객 중에는 운전사가 청각장애인인 것을 알고 곧장 내리거나 언짢은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청각장애인 택시운전사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승객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또 태블릿PC 사용법을 잘 모르는 노인 승객을 위해 자막이나 음성으로 사용법을 안내하는 기능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 상태를 체험하는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에서 로드 마스터(안내원)로 일하는 시각장애인을 돕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태블릿 PC에 전시 방명록 앱을 깔아 관람객들이 후기를 남기면 내용을 시각장애인 로드 마스터들이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코액터스의 슬로건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바꾸는 기술’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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