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다이어트 등 ‘재미’ 더하니 기부가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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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기부 ‘퍼네이션’
쇼핑 사이트 ‘희망기지’_아프리카 마을 곳곳의 필요한 물건 볼 수 있고 물품마다 스토리 있어 “울고 있는 아이들 아닌밝은 이미지가 신선해”
게임 앱 ‘트리플래닛’_게임 통해 나무 심으면 실제로 나무 심기 진행
적립식 기부 ‘빅워크’_앱 다운 후 걷기만 하면 100m당 1원씩 기부 돼 소모된 칼로리·적립액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

열매나눔재단의‘희망기지’모금사이트의 메인 화면.
열매나눔재단의‘희망기지’모금사이트의 메인 화면.

“게임 화면을 보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6월, 우연히 ‘희망기지'(hope.merryyear.org)라는 사이트를 접한 취업 준비생 김현주(24)씨는 귀엽고 친근하게 구성된 마을 모습에 매료됐다. 호기심이 생겨 사이트 곳곳을 구경하던 김씨는 이 공간이 아프리카 말라위 ‘구물리라’ 마을 지원을 위한 열매나눔재단의 모금 사이트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병원·학교·발전소 등 마을을 구성하는 장소를 클릭해 들어가면, 그곳에 필요한 물건들을 속속들이 볼 수 있고, 이를 직접 구매하여 기부할 수 있었던 것. “굉장히 신선했다”는 김씨는 “단순히 물품만 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물품마다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곁들여져,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능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이 사이트에서 전기와 학용품을 구매했다. 기부 금액은 총 2만원 정도. 김씨는 “작은 돈이지만, 마을에서 필요한 물품을 직접 쇼핑해서 전달한 것 같은 뿌듯함이 들었다”고 말했다. ‘희망기지’는 사이트를 연 지 한 달 만에 550명이 넘는 후원자가 1억20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모았다. 블로그 등 온라인 홍보 활동만으로 얻어진 결과다.

◇재밌는 기부, 기부 문화의 대세가 되다

스무살 때부터 1:1 아동 결연을 해올 만큼 기부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보통 기부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지저분한 환경과 울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며 “그런데 밝은 이미지로 재미있게 접근하려는 시도 때문인지 주저 없이 지갑을 열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친 ‘퍼네이션(Funation)’이 많아지고 있다.

‘퍼네이션’을 가능케 한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SNS가 있다. 노장우 굿네이버스 기획홍보부장은 “최근 20~30대 젊은 층의 기부가 늘고 있는데, 이는 온라인과 SNS 등 다양한 기부 참여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NGO들도 후원자들이 좀 더 편리하고 재미있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해피빈’, 다음의 ‘희망해’ 같은 온라인 포털 사이트의 기부 방식이나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한 ‘소셜기부’, 그리고 ‘기부천사’ ‘스마트나눔’ ‘기부톡’ 등의 스마트폰 기부 애플리케이션 등이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가 3000만명을 향해 가는 등 디지털 문화에 친숙한 우리나라는 ‘언제, 어디서든 재밌고 편하게 할 수 있는’ 기부 방식을 전 세계에서 앞장서 주도하고 있다.

‘빅워크’는 걷는 것과 기부를 접목시킨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상 속에서 재미있게 기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빅워크’는 걷는 것과 기부를 접목시킨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상 속에서 재미있게 기부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게임을 통한 ‘퍼네이션’도 인기

지난 4월 대학생 곽주현(23·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년)씨는 나무 심기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트리플래닛’의 ‘트리피플’ 2기로 선정되어 서울 강동구 방죽공원을 찾았다. ‘트리피플’은 ‘트리플래닛’ 이용자들이 게임상에서 심었던 나무를 실제로 심어보는 활동으로 트리플래닛이 주관하는 정기 행사다. 2년 전 태풍 ‘곤파스’의 피해 때문에 공터로 변해버린 숲에서 이날 하루 심은 나무는 총 180그루. 곽씨는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생각으로 했던 게임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트리플래닛’은 애플리케이션 게임을 통해 나무를 심고, 그 나무를 취약 지역에 실제로 기부하는 모델이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재미있는 기부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가장 재밌어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찾아야 했다”며 “2000년대가 인터넷이었다면 현재는 스마트폰과 SNS가 가장 재미있는 것이라고 판단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트리플래닛의 기부 원리는 간단하다. 이용자가 게임을 통해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게임 속에 드러난 기업(LG전자·한화 등)은 광고비를 낸다. 그 광고비 중 일부를 UN·유니세프·월드비전 등 파트너십을 맺은 NGO에 전달하면 해당 NGO는 남수단·인도네시아·몽골·한국의 지부를 실행 기관으로 삼아 실제 나무 심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트리플래닛은 출시 9개월 만에 이용자 3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대형 NGO들이 10여년 동안 모았던 후원자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형수 대표는 “현재 우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중에 혼자 330그루를 심은 사람도 있다”며 “단순한 기부라면 불가능한 수치로, 이것이 ‘재미’라는 무기를 가진 ‘게임’의 힘”이라고 했다.

◇걸을수록 기부액 적립되는 애플리케이션

'트리플래닛’은 이용자들이 게임 속에서 심었던 나무를 실제로 심어보는‘트리피플’행사를 진행한다.
‘트리플래닛’은 이용자들이 게임 속에서 심었던 나무를 실제로 심어보는‘트리피플’행사를 진행한다.

카드사에서 포인트 적립 제도를 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포인트를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지기 때문이다. 걸을수록 기부액이 적립되는 애플리케이션 ‘빅워크’도 이런 성질을 이용했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현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만 서비스 중) 작동한 후 걷기만 하면, 100m당 1원이 기부된다.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1만2000명을 확보해 100만원가량을 모았다. 모금된 금액은 절단 장애인을 위한 의족 지원에 사용된다. 빅워크 이용자인 대학생 김은미(24·경희대 경영학과 4년)씨는 “빅워크를 사용한 이후 소모되는 칼로리를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걷는 양이 늘었다”며 “얼마를 걸었고, 얼마가 적립되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크다”고 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가인 한완희(29) 빅워크 대표는 “연예인이나 부자들의 기부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이 매일 쉽게 할 수 있는 소액 기부가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며 “세금을 내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일상의 기부가 자연스러운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태욱 기자

김경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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