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새희망씨앗 사건, 비영리의 희망을 꺾지 않았으면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email
Share on print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새희망씨앗기부금 사기 사건을 기억하는가? K스포츠, 미르재단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라 더 충격이 컸다. 결손 아동을 후원한다는 명목으로 127억원을 가로채 재판에 넘겨진 새희망씨앗의 윤모 회장에 대해 얼마 전 징역 8년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  

1심 법원이 판단한 사건의 대략은 이렇다. 피고인은 주식회사 새희망씨앗과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을 설립한 뒤, 전국 20개 지점과 센터의 상담사를 동원해 불특정 일반인에게 후원 권유 전화를 하게 했다. 상담사들은지역에 있는 소외계층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나눔교육을 해달라’ ‘도움을 주신 만큼 기부금 영수증을 통해 소득공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후원이 되면 아이와 일대일 매칭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14년부터 약 3년간 총 5만여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127억여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텔레마케팅 방법으로 나눔교육에 관한 콘텐츠를 판매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했는데, 위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고 누가 교육 콘텐츠를 구매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돈이 아이들의 교육비로 사용될 것이라 믿고 월 1만원씩 자동 출금되게 했고, 많게는 1600만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돈은 해당 지점에 60%가 지급돼 교육 지원과 관계없이 사용됐다. 40%는 새희망씨앗으로 입금돼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쓰였으며 나머지 일부가 기부금으로 사용되는 구조였다. 피고인은 나눔교육카드 배부, 장학금 지원, 태블릿 지급 등 78억원 상당의 후원활동을 했으므로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나눔교육에 사용됐다는 콘텐츠 가격은 53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기부했다는 태블릿도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피고인은 허위 직원에게 급여를 주고 그 일부를 반환받기도 했으며, 회사 돈으로 땅과 아파트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127억여원 사기, 17억여원 횡령, 기부금품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를 인정했고, 위 범죄에 대한 법원 양형 기준에 따른 최종 형량 범위는 6년에서 15년임을 판시하면서 피고인에게 8년 형을 선고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차갑다. 피고인이 가로챈 돈이 어떤 돈인가. 물가, 부동산, 교육비가 고공 행진을 하는 가운데 평생을 가계부채와 더불어 사는 서민들이 단돈 1만원이라도 이웃 아이들을 돕겠다며 내놓은 돈이었다. 사건의 피해액은 127억원이지만, 10조원 이상의 기부시장에 미친 악영향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엄중한 경고적 의미를 생각했을 때 과연 적절한 양형이었는지 의문이다.

이 사건의 후폭풍은빈곤층을 돕다가 같이 빈곤층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비영리법인, 활동가들에게도 미치고 있다. 정부, 국회에서 비영리·공익법인에 대한 규제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와 규제가 강화되면 비영리법인에 대해 과도한 행정력이 요구되고, 기부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또한 비영리법인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이번 사건처럼 주식회사의 기부금 모집이나 기부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모금행위와 관련된 범죄가 예방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비영리법인에 의무를 더하는 제도적 규제 강화보다는, 정부의 감독 인력 및 조사권한을 강화하고 범죄행위가 있는 경우 엄정하게 처벌하는 체계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있더라도 우리 사회 범죄율을 제로화할 수 없듯, 비영리 분야에서 유사 사건이 또 일어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갑과 마음을 닫기보다는 기부할 단체에 대해 더 면밀히 살펴보고 단체와의 스킨십을 늘려 공익활동에 대한 참여와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동기획: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재단법인 동천

관련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