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비영리단체 상위 10곳 중 9곳… 사옥을 직접 소유한 까닭은?

[비영리 부동산 대해부] ① 서울 시내 주요 NPO 건물지도 그려 보니…

 

“단체 건물도 제 후원금으로 산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지난해 여러 비영리단체가 기존 후원자들의 문의 전화로 고초를 겪었다. 온라인에 국내 결연 아동과의 갑론을박이 알려졌던 A 재단이나, 기관 내 성희롱 의혹이 보도된 B 재단에서 기존 후원자의 전화가 빗발쳤던 것. “내가 낸 후원금 중 얼마가 임원 연봉에 쓰이냐”는 전화도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비영리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등 단체의 자산에 대한 후원자의 눈초리가 따가워진 것. 이에 더나은미래는 비영리단체의 부동산에 대한 대중의 오해와 궁금증을 풀고, 투명성 화두를 던지는 ‘비영리 부동산 대해부’를 연재한다. 첫 번째는 ‘서울 시내 주요 NPO 건물지도(이하 NPO 건물지도)’ 편이다. 서울에 법인 사무소를 둔 비영리단체 중 개인 기부금 및 목적사업비 지출 상위 10곳(의료·학교법인 제외)의 건물을 분석했다(2016년 한국가이드스타 자료). 굿네이버스(사단법인·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사단법인·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한국컴패션, 홀트아동복지회(이상 가나다순) 등 10개 NPO의 건물 히스토리를 들어봤다.

◇비영리단체 보금자리 ‘마포구’ 인기… 90%가 직접 건물 소유

서울 25개 자치구 중 주요 단체들이 가장 많이 자리 잡은 지역은 마포구다.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이 마포구 창전동에, 홀트아동복지회가 합정동에 사옥을 두고 있다. 영등포구와 중구가 뒤를 잇는다. 영등포구에는 월드비전(여의도동)과 굿네이버스(영등포동)가, 중구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정동)와 어린이재단(무교동)이 자리해 있다. 그 외 강남구 수서동(밀알복지재단)과 강서구 염창동(기아대책), 용산구 한남동(한국컴패션)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들은 실제 비영리단체의 자산일까.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10개 단체 중 9곳이 매입이나 후원 등으로 건물을 취득해 직접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지난 2016년 마포구 창전동 소재 사옥을 259억원에 매입했다. 종로구 창성동과 청운동에 있던 기존 사옥 두 채를 매각하고, 연면적 6903.32㎡(약 2100평) 지상 11층 지하 3층 규모의 신사옥으로 통합 이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옥 매각 자금과 운영비(전체 모금액 중 평균 17% 이하) 중 일부를 적립한 ‘사옥 마련 자금’에 대출금을 보태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사단법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은 2014년 영등포동 소재 건물을 194억4000만원에 매입했다. 용산구에 세 군데로 쪼개졌던 사무실을 한 건물로 합치면서, 연면적 9881.38㎡(약 3000평)짜리 지상 12층 지하 5층 규모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전체 비용의 53% 이상은 금융기관 대출로, 기존 사무실을 처분한 매각 자금과 임차 보증금(34%)과 운영 지원에 사용되는 임대 운영비 등(13%)으로 마련했다.

기아대책은 2011년 강남구 청담동에 있던 사옥(현 FNC엔터테인먼트)을 처분하고,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의 염창동 사옥을 56억8000만원에 매입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산하기관인 밀알학교가 위치한 강남구 수서동 인근 오피스텔 두 개 층을 사무처로 쓰는데, 그중 1개 층만 10억원에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서대문구 미근동에 있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05년 중구 정동에 있는 현재 건물을 260억원에 매입해 거처를 옮겼다.

단체 설립 초기, 해외 NPO나 후원자로부터 받은 부동산을 기반으로 사옥을 마련한 곳도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전신인 CCF(Christian Children’s Fund)는 “건물 임대업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라”며 1979년 재단에 건물을 증여하고 한국을 떠났다. 시청 인근에 자리한 어린이재단의 사옥은 연면적 1만2178.98㎡(약 3700평), 지상 11층 지하 3층 규모로 개별 공시지가만 3306만원(㎡, 2017년 기준)에 달해 10개 단체 사옥 중 최고가다.

월드비전은 설립 초기에 외국 후원자들이 김포에 세워준 아동병원 건물을, 세이브더칠드런은 2004년 개인후원자가 기부한 합정동 소재 부동산을 매각해 신사옥을 마련한 경우다. 월드비전은 여의도 인근에 지상 11층, 지하 4층 규모의 사옥을 매입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을 준공해 사무실로 쓰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출연자인 해리 홀트의 출연금으로 세워진 합정동 사옥이 2008년 재개발을 거치면서 연면적 3381.57㎡(약 1000평), 지상 6층 지하 1층의 건물로 새로 지어졌으며, 2017년 기준 개별 공시지가는 1333만원(㎡)에 이른다. 컴패션은 단체 중 유일하게 부동산 자산 없이 후원자 소유의 건물을 보증금 10억원의 10년 장기 임대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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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매입하면 임차 비용 절약… 임대료 수익, 편의성 등 고려해

비영리단체가 건물을 소유하는 건 쉽지 않다. 건물을 사고 팔거나, 임대할 경우 이사회와 총회(사단법인)의 심의 및 의결을 거쳐야 한다.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무 관청에서 건물이 법인의 설립 목적에 맞는지 확인한 뒤,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 더나은미래가 만난 10개 단체 모두 건물을 소유하거나 임대하기까지 “짧게는 6개월에서 최대 3년이 걸렸다”고 답했다.

법인 형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비영리단체 실무자들은 “통상 사회복지법인은 사단법인에 비해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대출을 받는 절차가 훨씬 까다롭다”고 했다. 수익사업 목적으로 부동산 취득 허가를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 “사단법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고 주무 관청의 재량에 달려있다 보니, 자산의 매각이나 매입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굿네이버스나 유니세프에서 상대적으로 고가의 사옥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것도 ‘사단법인’이라는 형태가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굿네이버스의 경우 외교부 산하에 등록된 ‘사단법인 굿네이버스 인터네셔널’에서 매입금의 53% 이상(약 103억원)을 대출받아 건물을 매입했으며,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가 사단법인이 소유한 건물에 입주한 구조다. 유니세프 역시 상당한 금액을 대출받았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대부분의 NPO가 건물을 매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체들은 “직원 증가, 높은 임차료, 이사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매입을 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굿네이버스는 “비용 측면에서도 임대 사무실 두 곳에서 임차비와 관리비로 연간 약 2억4000만원을 내야 하면서, 은행이나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기존 사옥을 팔고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사서 임대를 주는 편이 연간 1억7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유니세프는 “직원이 늘고 어린이체험관·국제회의실 등 추가 공간이 필요해졌고, 청운동 일대 지대가 오르면서 기존 건물을 매각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는 편이 비용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10곳 중 유일하게 건물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있는 컴패션 또한 현재 건물의 임대 계약이 끝나는 2020년에는 사옥 매매도 고려중이다. 컴패션은 “임차료 인상이나 이전 비용을 고려할 때, 사옥을 소유하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고 봤다”며 “아직 매입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임대료 인상이나 건물 매입을 대비해 현재 운영비의 일부를 ‘인프라 준비금’으로 지정해오고 있다”고 했다.

건물 ‘임대료’로 얻는 추가적인 수입원 또한 비영리단체가 건물 매입을 고려하는 이유다. 단체 운영이나 목적사업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비영리단체의 경우 주무 관청이 허가할 경우 임대차 사업을 할 수 있고, 임대수익을 목적사업에 쓴다는 전제 하에 일부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현재 세이브더칠드런, 밀알복지재단, 기아대책을 제외한 나머지 법인은 사옥의 일부를 임대 중이다.

현재 매입한 사옥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단체의 사업 성격이나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가격과 더불어 ‘교통 편의성, 인근 환경(유흥시설 여부 등), 사옥 규모나 활용도’ 등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배분기관인 만큼, 모금 협력기관에서 접근하기 쉽고, 교통이 좋아야 하며, 사무실 규모가 충분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기아대책은 “자산 현금화를 위해 기존 청담동에 있는 사옥을 팔고, 그 금액으로 이전 가능한 서울 외곽지역 건물을 물색했다”며 “추가적으로 기본 자산을 늘리지는 않는다는 원칙이 암묵적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옥의 매매 기준이나 금액 상한선, 조건 등에 대해 명문화된 원칙을 별도로 두고 있는 곳은 없었다.

주선영·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

☞[비영리 부동산 대해부] ‘비영리단체 건물 소유, 어떻게 봐야 하나’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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