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비영리를 위한 박람회, ‘제1회 NPO 파트너 페어’
1만3464개. 국내 등록된 비영리 민간 단체 수다(2016년 행정안전부 등록 기준). 이 숫자는 지난 6년간 6% 내외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산업 규모가 성장하고 기부 금액이 늘면서, 비영리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의 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서울시와 서울시 NPO지원센터가 ‘2017 제1회 NPO 파트너 페어(이하 NPO 파트너 페어)’를 개최했다. 지난 24~25일 양일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행사장을 찾은 NPO 관계자 약 2300명과 기업, 전문가 그룹, 지원 기관들은 한자리에서 실무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공유했다. NPO 파트너 페어 현장에서 국내 비영리 산업 생태계 전반을 조망해봤다.
◇비영리 전문 경영 지원 솔루션, 법률·회계 돕는 프로보노 파트너들
NPO의 설립 단계부터 회계, 노무, 인사, 법률 등 운영 전반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비영리를 위한 경영 관리 솔루션을 이용해볼 수 있다. ‘나눔셈’은 목적별 후원 약정 및 후원 내역 관리부터 관리 회계까지 가능한 종합 관리 프로그램이다. 나눔셈을 개발한 ㈜엔지오웨어는 비영리 단체의 후원, 회계, 인사, 세무, CRM 관리를 포괄하는 전사적 업무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 제공하는 기업이다. 급여 아웃소싱 소셜 벤처 뉴젠P&P의 ‘나눔페이롤’ 서비스는 NPO의 급여 관련 업무, 연말정산 대행 등을 아웃소싱하는 서비스로,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급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성공하세요.com’란 이름의 전자 경영 장부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성공하는사람들도 대표적 경영 지원 파트너다.
NPO 성장을 위해 법률 및 회계와 관련해 지원하는 프로보노(probono) 그룹도 있다. 법무 법인 태평양이 국내 로펌 최초로 사회 공헌을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 동천이 대표적이다. 동천은 작년 12월부터 NPO를 집중 지원하기 위한 ‘동천 NPO법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김종하 동천 프로보노 어시스턴트는 “비영리 관계자들을 변호사와 일대일로 매칭해 최소 2년간 무료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프로보노 지원센터’도 법률 지원이 필요한 NPO와 변호사와 중개한다. 프로보노 지원센터의 홈페이지에서 프로보노 변호사를 검색하고, 주기적으로 열리는 프로보노 라운드테이블에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이 외에 삼화회계법인은 비영리 조직 외부 감사와 경영 컨설팅, 세무 관련 자문을, 한국공익법인협회는 공익 법인 실무자 교육과 연구, 자문 등으로 NPO를 지원한다.
◇디자인, 영상, 보드게임까지… 비영리 홍보 돕는 파트너들 다양해
“아프리카 난민, 이주 여성, 미혼모, 탈북 여성이 함께 디자인하는 이 손거울은 어떠세요? 다른 상품을 원하시면 같이 상담해서 기획하셔도 됩니다.”(정지연 ㈜가치모아 대표)
연간 보고서와 소식지, 후원 신청서와 리워드 상품…. 대중을 상대로 소통하는 NPO에 디자인 마케팅은 긴밀하게 협업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가치모아는 NPO와 함께 아트클래스를 진행, 이때 나온 디자인을 기반으로 단체의 색깔이 묻어나는 상품을 만드는 곳이다. 정지연 ㈜가치모아 대표는 “순이익의 20%를 사회 취약 계층에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영상과 온·오프라인 캠페인 등 홍보를 전문 지원하는 곳도 있다. 모든브릿지는 NPO의 브랜딩과 홍보 전략부터, 홍보 영상 및 웹/모바일 페이지 제작, 온오프라인 프로모션까지 전담한다. 두유미 모든브릿지 브랜드전략기획팀 대리는 “7년간 중소기업 홍보를 맡아온 모든커뮤니케이션이 공익 프로젝트에 특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 모든브릿지”라며 “공익 단체의 브랜딩과 홍보 영상, 모금 영상 제작 등을 꾸준히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체인지메이커들의 행사 및 소모임에 저렴하게 공간을 대여해주는 나눔 콘텐츠 전문 기업 허그인, CSR 이벤트·모금 캠페인·프리마켓 등 공익 행사를 기획하는 비영리 단체 전문 행사 기획사 홍구기획 등이 비영리를 응원하는 대표적인 홍보 파트너들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보드게임, 도서, 교육 툴킷 등을 활용해 공익적 가치를 전파하는 곳이 돋보인다. 가치교육컨설팅은 팀 빌딩을 위한 ‘게임형 워크숍’과 게임 내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는 ‘사회적 보드게임’등을 개발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교육 기업이다. 안상호 가치교육컨설팅 대표는 “게임을 하면서 그 안에 담긴 주제 의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양한 NPO와 협업하거나 스터디해 재미와 가치가 담긴 게임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서출판 아르케는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총서 등 NPO 관련 전문 도서 출판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비영리와 기술이 만나면?… IT로 NPO 돕는 기업들
비영리와 뗄 수 없는 모금 분야에서는 최신 기술과 접목한 솔루션을 가진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도너스’는 후원자 관리부터 온라인 후원 결제창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테크놀로지 솔루션으로, 기부자의 행동을 분석해 효과적 모금 전략과 모금에 적합한 웹사이트를 제공한다. 굿임팩트의 ‘나누기 스토어’ 앱도 재미있는 사례다. 나누기 스토어는 앱에서 기프티콘을 구입하면 고객과 판매자의 이름으로 구입 금액의 1%씩이 기부되는 소비 기부 커머스다. 이준수 굿임팩트 대표는 “앱에서 기프티콘 하나를 살 때마다 고객 개인 이름으로 1%가 자동 기부되고, 기부 내용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디엘티(DLT)는 모금을 핀테크 기술과 접목해 대면 기부의 투명성을 강화시킨 ‘디지털 모금함’을, ㈜아이피미라클은 NPO와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IT 모금 솔루션 ‘헬로펀루’와 오프라인 모금 교육 ‘헬로펀루 스쿨’을 운영한다.
모금뿐 아니라 NPO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크게 증대시킨 것도 IT 기업들이다. 세계자연기금(WWF), 그린피스, 유엔난민기구 같은 대형 NPO를 포함해 1080여 비영리 단체가 사용하는 후원자 관리 솔루션 ‘MRM’을 만든 ㈜휴먼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이규철 ㈜휴먼소프트웨어 대표는 “작은 단체는 회원 및 모금 관리 시스템이 불합리해 직원들이 퇴사가 잦은데 MRM 솔루션을 도입하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해 효율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 제품을 정가의 10% 정도 가격으로 NPO에 공급하는 비영리IT지원센터(테크숩코리아), 전국 이주민 지원 단체들과 이주민 법안 번역본을 공유하는 집단 지성 플랫폼 ‘루티(ROOTY)’를 운영하는 ‘라임프렌즈’도 있다.
☞류가영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가 직접 담은 ‘NPO 파트너 페어’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