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⑦] 금감원장의 CSR 공시 발언과 기업 평가의 향방

CSR 정보 공시가 재계에 미칠 영향 

‘지속가능경영’.
최근 학계뿐만 아니라 재계 및 일반 사회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프랜차이즈의 착취 구조, 기업의 수익성 악화 및 파산 증가, 환경보전과 관련된 우려 등을 감안했을때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커진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지속가능경영을 논의할 때 그 주체를 명확히 해야한다. 각 주체별로 지속가능경영을 달성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사에 담긴 내용과 그에 대한 반응이 좋은 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기업 공시 항목에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보호’, ‘노사관계’와 같은 사회적책임(CSR) 관련 활동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좋은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재계에서는 결국 기업들을 줄세우는 결과가 될까봐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CSR에 대한 금감원과 기업의 견해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쪽의 견해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CSR에 대한 금융당국과 기업의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실천방안이나 평가지표가 객관성을 띄지 못한다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다. 금융당국은 평가지표에 대한 명확한 배경 및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해야한다. 예를 들어 ‘저출산 대응 노력’이 평가방법으로 적절한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수반돼야한다. 특히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취지라면, 그러한 평가방법에 ‘보편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가 선행돼야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금융당국의 이번 시도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자사의 상황을 검토해보고, 궁극적으로 개선방향을 찾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ISO26000을 기준으로 CSR 활동 성과를 ESG 프레임워크, 즉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등 3가지 영역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환경보호’나 ‘노사관계’는 낯선 평가지표가 아니다. 그러한 평가지표를 염두에 두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 해당 기업의 경쟁력 유지 및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가 지표의 보편 타당성 여부가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보편 타당성’ 있는 평가지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금융당국이나 정부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와 기업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지표는 없을까?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유엔 차원에서 CSR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를 가시화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총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169개의 세부 목표가 최종 채택됐다. 

ⓒwww.unglobalcompact.org

SDGs의 경우 목표에 대한 이행책임성이 강조되기 때문에, 각국은 의무적으로 이행 과정과 성과 보고 및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한국의 SDGs 현황은 어떨까. 2016년 기준 66.3점수로써 24위에 그치고 있다. 1등을 기록한 스웨덴(80점)에 비해 현저히 낮고, 아시아권에서는 일본(69.7점)에 비해서도 뒤쳐져있다.

앞으로 각국 정부는 SDGs의 이행을 위해 기업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이 동의한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 의제’의 제67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 활동과 투자 그리고 혁신은 생산적·포괄적인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의 주요 동인입니다. 우리는 영세기업에서 협동조합, 다국적기업까지 민간부문의 다양성을 인식합니다. 우리는 모든 기업이 지속가능발전의 도전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창의력과 혁신을 발휘할 것을 요청합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2030 의제 제67항

SDGs는 새로운 형태의 비관세 장벽이 될 가능성도 크다. 자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들에 대한 투자 허가를 포함, 세금감면 여부 등을 결정할 때, 각국 정부가 해당 기업들의 SDGs 이행 가능성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DGs이행과 관련된 개별 기업의 역량과 과거 경험 등은 새로운 종류의 경쟁 우위로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기업이 추구하려는 지속가능경영 향상 방안과 한국정부가 평가하려는 방법이 서로 배타적이기보다는 상호 보안적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다.

2001년 9월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 미국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Ph.D.)를 취득했고, 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중남미연구소 위원, KOTRA 글로벌CSR사업 심의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전략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CSR 및 글로벌 관련 이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IGI (Inno Global Institu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Ranking을 조사 분석하여 그 결과를 경제지에 2001년부터 매년 발표했다. 2015년부터는 평가대상 기업을 한국, 일본, 중국 및 주요 아세안국가의 대기업들로 확대하여 그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CSR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저서로는 “The Rol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in Asian development: A case study hand-book”(2017년)”, “Green leadership in China: Management strategies from China's most responsible companies”(2014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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