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①] 국내 공익법인법, 이젠 변화해야할 때

한국의 비영리 공익법인 규정,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최순실 사태’로 인해 ‘재단법인’이란 단어가 수많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에 비영리법인, 공익법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더욱 부정적으로 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난받을 공익법인보다는 칭찬 받을만한 모범적인 비영리 공익법인들이 더 많다. 

과거 60년간 경제성장을 이뤄온 대한민국 역사에 발맞춰, 비영리 공익 분야 역시 1990년대부터 급성장해왔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비영리단체들은 기로에 섰다. 1950년대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개발원조단체 및 외국인 기부자(후원자)들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의 모습을 보고 후원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더이상 지원할 나라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비영리 공익단체들은 스스로 자립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국내 상위 10위권에 있는 비영리 공익단체들 중 다수가 해외 후원금이 끊겨 1990년대 존립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젠 이들 단체들이 우리나라의 공익 분야를 이끌고 있으며, 전세계로 진출해 개도국을 지원하는 대형 비영리단체로 성장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시민사회발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시민사회를 지원할 ‘시민사회발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시민공익위원회’ 설치 계획도 포함돼있다. 공익법인과 비영리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내 비영리 공익법인 관련 제도 및 법규정은 수년 전부터 정부 및 국회에 꾸준히 건의된 이슈였다. 우리나라의 비영리 공익법인 관련 법령은 1960년 시행된 민법 규정 중 (비영리)법인 관련 항목에 일부 포함돼있다. 공익법인법 역시 1975년 제정된 규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요즘 국내 현실과의 간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령별로 서로 상충되는 내용도 많다. 

반면 미국은 19세기말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등이 설립된 이후 많은 비영리공익단체들이 등장했고, 1943년과 1950년에 비영리 공익단체 중 면세단체에 대한 세법 개정이 이뤄졌다. 특히 1960년대 중반 일부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관련 법규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어, 1966년 세제개혁법(Tax Reform Act of 1969)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세금을 면제받던 비영리 공익단체들은 국세청(IRS)에 공익수행활동 등을 입증하는 서류들을 제출하게 됐다. 1996년엔 세법(Tax Act of 1996) 개정을 통해 면세 단체들의 재무보고에 혁명이 일어났다. 이들이 국세청에 제출하는 양식(Form 990)을 디지털 문서로 제출하라는 조항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자선활동의 원조라 불리는 영국 역시 최근 자선법을 개정했고, 호주·싱가폴·홍콩 등도 수년 전 공익법인 및 회계 투명성에 관한 개혁이 이뤄졌다. 우리나라 제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일본 역시 1896년 공익법인에 관한 민법 제34조 규정을 제정했다. 시대의 요구에 맞는 규정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지면서 1996년 여당에서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후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6년간의 연구 및 논의를 거쳤고 2008 12 1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됐다

1960년대 초 일본의 제도를 참고해 만든 우리나라 역시 비영리 공익법인 관련 규정을 손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개정은 단기간에 졸속으로 이뤄질 이슈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100년 대계의 공익법인 제도를 만들어야한다.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논의가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역시 2~3년 내에 꼭 맞는 개정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본다.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
최근 비영리 공익법인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60년대 초 일본의 제도를 참고해 만든 우리나라의 비영리 공익법인제도는 시대 흐름과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일본의 비영리 공익법인 제도 개혁과 시사점 분석을 시작으로 호주, 싱가폴, 홍콩 등 다른 나라의 제도와 트렌드를 소개할 예정이다.

 

배원기 교수는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 회계사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등에서 32년간 회계사로 일했고, 2010년부터 홍익대 경영대학원에서 세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 15여년 전부터 비영리단체 4~5곳의 비상근 감사직을 맡으면서 공익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후 비영리 공익법인 회계기준의 제정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1월 '비영리법인(NPO)의 회계와 세무'라는 책을 펴냈고, 홍대 경영대학원에서 “비영리법인의 회계와 세무”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신한회계법인 비영리 회계 세무그룹의 고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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