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스팜피나토 이케아재단 커뮤니케이션총괄 인터뷰
연간 집행 기부금만 1억4000만유로(약 1300억원). 출처는 세계 10대 부호이자,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의 모회사인 스티칭 잉카재단(Stichting INGKA Foundatio)에서 나온다. 매년 천문학적 기부금을 활용해 이케아그룹의 사회공헌을 전담하고 있는 ‘이케아재단’, 그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로 얼룩진 국내 공익재단에 주는 인사이트는 뭘까. 지난달 23일, 새롭게 시작한 ‘세상을 바꾸는 놀이(Let’s Play for Change)’ 캠페인을 위해 한국을 찾은 조너선 스팜피나토(사진) 이케아재단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케아재단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케아에 목화를 공급하는 인도의 협력업체에서 아동노동 착취가 있었다. 공급망체계를 반성하고, 아동노동을 근절하려 했지만 공장이 아이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불안정한 가정 수입이나 질 낮은 교육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케아재단은 어린이의 권익보호를 위한 ‘자선(philanthropy)’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보다 건강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후 이케아재단은 ▲안전한 주거환경 ▲건강한 삶 ▲양질의 교육 ▲지속가능한 가정 소득 확보 등 4가지 요소를 ‘Circle of Prosperity(더 나은 미래를 위한 순환고리)’로 정의하고, 세상 모든 어린이의 더 나은 삶에 집중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놀이 캠페인’에 대해 소개해달라.
“2013년, 유니세프의 긴급구호 키트(Emergency Childhood Development Kit)에 포함될 장난감을 보내면서 빈곤지역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케아에서 책 또는 장난감이 한 개씩 팔릴 때마다 이케아재단에서 1유로를 적립해 기금을 만들고, 이를 빈곤국가 어린이의 놀이와 성장을 돕는데 기부한다. ‘놀이’는 그 자체로 아이들의 발달에 중요한 요소이며, 빈곤지역의 아동들도 안전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이하며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많은 기업재단이 회사의 비전과 무관한 사업 설계로 지속성을 잃고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는 이케아 그룹의 비전이 재단 사업에서 적절히 구현된 캠페인이 있다면.
“2014년 시작한 ‘난민을 위한 새빛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LED 전구나 조명이 판매될 때마다 이케아재단이 1유로를 유엔난민기구에 기부하고, 그 기금으로 난민캠프에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공급한 캠페인이다. 매출의 일부를 기부금으로 조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 행위 자체가 캠페인이 되는 방식이다. LED전구는 수명이 최대 20년에 달하고, 백열전구보다 에너지 사용량도 85% 적기 때문에 전구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가정에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이케아재단이 판매량에 따른 기금을 조성하기 때문에, 소비행위 자체가 난민어린이의 더 나은 삶에 보탬이 되는 효과도 있다. 이케아 그룹 전체의 비전을 가장 알맞게 실천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문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지구온난화로 수몰위기에 처한 코모로(Comoros) 섬 아이들의 사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환경문제는 이미 아이들의 삶에 현실적 문제로 다가와있었다. 이케아는 2014년부터 기후관련 사업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으며, 그 결과 ‘2020년까지 총 10억유로를 기후변화 방지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4억유로는 이케아재단이 사람과 지역사회에 쓰고, 6억유로는 이케아그룹이 회사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조성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재단은 현재 잠비아의 여성들이 보다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적정기술 펌프 개발에 투자했으며(Climate-adapted agriculture, 지역별 기후 특성에 맞춘 농업 지원), 전력이 부족한 지역에 재생에너지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Green grids, 그린 그리드)을 시작했다.”
-이케아재단의 의사결정 구조를 공유해달라.
“이케아재단은 천문학적 기부금을 집행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한 조직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권익’이라는 크고 명확한 재단의 비전은 출연자와 그 가족으로 구성된 재단 이사회의 비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사회의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혁신이 필요한 분야일수록 누군가는 앞장서서 조직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이사회는 이케아재단이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근거이며,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간섭이나 제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사회공헌 사업을 직접 집행하려는 국내 분위기와 다르게 이케아재단은 거의 모든 사업을 파트너NGO에 대한 기부로 진행한다. 건강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NGO는 우리가 갖지 못한 현장 전문성을 갖고 있다. 그들과의 협업은 우리에게 늘 새로운 인사이트를 준다. 그만큼 파트너단체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케아재단은 보통 3년 단위로 신규 캠페인을 만드는데, 이에 맞는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해 ▲기금운영 역량 ▲기금운영 계획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단체를 살펴본다. 이 과정은 적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까지 걸린다. 이케아재단만의 ‘투자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파트너 단체가 선정되고 단체별로 기금이 조성되면, 각 프로그램 매니저는 기금별로 책임을 지고 재단 자체 KPI(핵심성과지표)에 근거해 1년 단위 보고를 실시한다. 사업 종료 후에는 외부 컨설턴트의 자문을 구한다. 건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면 신뢰를 근거로 한 사업도 가능하다. 이케아재단이 최근 발족한 긴급구호기금(1000만유로)은 국경없는의사회·세이브더칠드런·유니세프 등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단체 3곳을 통해 재난 48시간 내에 기금을 집행하도록 설계됐다.”
-이케아재단의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이케아재단의 모든 기부금은 모재단인 잉카에서 온다. 그룹의 사회공헌 예산을 받기위해 마케팅 성과를 내지 않고, 이사회와 재단의 비전대로 아이들의 권익에만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케아그룹의 고객과 직원(Coworker)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한 해 동안 전 세계 이케아 매장을 찾는 고객만 약 10억명에 달한다. 공급망 노동자를 포함한 임직원은 90만명에 이른다. 이케아의 고객과 근로자에게만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해도, 영국 국영방송사 ‘BBC’의 전 채널에 광고하는 것보다 4배 이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재단의 미션과 비전을 이해시키기 위한 이케아 그룹 내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있나.
“2012년 시작된 ‘I Witness’가 있다. 한 해동안 약 100여명의 이케아 임직원을 파트너 NGO에 보내 재단 사업을 견학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직원은 자원봉사가 아닌 순수 관찰자(Observer)로서 현장을 방문하고, 그 경험을 이케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한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이케아 재단의 사업을 전하는 대사(大使)이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사업을 보고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Witness 프로그램에 선발되는 인원은 지위의 높낮음이나 근로조건에 상관없이 각 나라의 이케아 지사가 그들만의 방법으로 직접 선발한다. 한국에서도 5명의 직원이 스웨덴 직원 2명과 함께 중국 사천성 성도에 위치한 세이브더칠드런의 ‘Inclusive Education’ 현장을 방문했다.”
-한국은 사회공헌사업, 공익활동에 대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부족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 중 하나로 ‘외부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선정되기도 했다(IGI, 2016 아시아CSR랭킹 조사). 이케아재단의 커뮤니케이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모금이나 매출을 위해 소통하지 않는다. 우리의 목적에 공익적 활동에 더 많은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2년 전, 이케아재단은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500만유로를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는 ‘EU가입국 중 18개 국가가 이케아보다 더 적은 돈을 기부했다’고 지적했다. 유럽에 기반을 둔 이케아로서는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재단 운영에 부정적인 효과가 있더라도, 그것을 드러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2013년, 필리핀 하이옌 태풍 당시 ‘이케아가 중국정부보다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중국정부가 기부금을 늘린 일이 있었다. 중국의 결정이 이케아재단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이케아재단이 ‘보여주기’를 통해 더 많은 공익활동을 이끌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조너선 스팜피나토 이케아재단 커뮤니케이션 총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