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 ① 섹터와 국경을 넘는 재난대응 민관협력플랫폼, 아시아퍼시픽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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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재난은 거대한 플랫폼으로 막는다”

‘아시아 퍼시픽 얼라이언스(ASIA PACIFIC ALLIANCE)’. 줄여서 ‘A-PAD(Asia Pacific Alliance for Disaster Management)’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난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간 주도 재난대응 전문 국제기구다.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한국 등 아시아 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방재전문가인 ‘파이잘 잘랄(Faisal Jalal)’이 의장(Chairperson)을 맡고 있고 본부 사무국은 일본 도쿄에 있다.

각 국가의 A-PAD는 1,2,3섹터가 연합한 국가별 재난대응플랫폼을 만들고, 국가별 플랫폼들은 다시 국경을 넘는 국제적 플랫폼으로 묶여 상호지원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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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구호 현장의 모습. /A-PAD 제공

작년 4월 25일에 발생했던 네팔 대지진 때 A-PAD 활동을 보면 이들의 특징이 드러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의료진을 파견했고, 스리랑카에서는 구호전문가들을 파견했다. 일본에서는 긴급구조팀과 구조견을 파견해 인명구조작업을 실시하였다. 각 나라 A-PAD는 기본적으로 독자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호연계 되어 활동한 것이다.

당시 네팔에는 A-PAD의 멤버들이 없었지만 ‘ISAP(Institution for Suitable Actions for Prosperity)’,  ‘NEST(National Society for Earthquake Technology-Nepal)’ 등 현지 단체들이 재난공동대응에 참여했다. 이들 현지 단체는 네팔 정부군의 도움을 받아 헬기를 이용, 접근이 어려운 네팔-중국 국경의 오지마을까지 진출해 구호활동을 펼쳤다.

국제구호사업에 대한 한국의 상식으로는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 같은 개발도상국가가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이 생경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A-PAD 안에서는 모든 국가가 스스로의 재정과 인력으로 피해국가를 지원한다. 피해국가 역시 주체로서 구호활동에 함께 참여한다.

이는 재난대응에서만큼은 선진국이 후진국을 지원한다는 통상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각각의 나라가 자국 내의 자원을 모아 스스로 문제에 대처해야 하며, 국제적으로는 모든 나라가 주체가 되어 상호원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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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의 질문에 대답 중인 네키 카오리 A-PAD COO. /A-PAD 제공

도쿄 시부야구의 A-PAD 본부에서 주요임원 중의 한 사람인 ‘네키 카오리(根木佳織·39·사진)’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네키씨는 A-PAD의 실질적인 창립멤버로서 현재 A-PAD의 ‘COO(Chief Operation Officer)’를 맡고있다. 통역에는 A-PAD 본부의 한국인 직원인 박선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가 수고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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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NGO가 아닌 ‘플랫폼’이라고 부르는가?

우리가 말하는 플랫폼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기업·NGO가 연계해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구호활동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A-PAD의 전신이 되는 NGO ‘씨빅포스(Civic Force)’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씨빅포스는 NGO활동가들의 직접 구호사업 뿐만 아니라 방송사, 항공운송회사, 해운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 다양한 기업들과 각각의 장점을 살린 협력으로 구호활동에 기여했다. 원활한 구호활동을 위해 피해지역 지방정부와의 협력은 필수였다.

이처럼 시빅포스에서 하나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1,2,3섹터가 각자의 역량과 장점을 활용해 협력하는 경험을 한 후, 이같은 방식이 국제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아시아 각국의 재난관련단체들을 설득했다. 몇 번의 협의과정을 통해 2012년 10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열린 ‘제5차 UN재해경감 아시아각료회의(AMCDRR)’에서 A-PAD가 정식으로 발족되었고, 일본이 사무국을 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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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D 제공

플랫폼으로서 A-PAD는 어떤 일을 하나?

NGO들이 활동을 잘하면 재해지역에는 그만큼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재난에는 정부의 대처능력도 중요하다. 이렇듯 각각의 재난대응 주체들이 각자의 기능을 잘 수행하도록 도우면서, 그러한 기능들이 더욱 잘 쓰일 수 있도록 주체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 A-PAD가 하는 일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일단 긴급구호사업을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복구사업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복구사업이 끝나기 전에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재난이 발생하고, 다시 긴급구호사업이 시작된다. 큰 그림에서 보면 개별적인 재난이 따로 따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재난의 사이클이 계속 돌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재난들에 매번 새롭게 대응하는 것보다 평상시에 각 국가의 재난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대응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국가의 재난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것은 행정과 주민이 평상시에 잘 연계돼 대응준비를 하는 것이다. 재난발생시 기업의 자원을 잘 결합해나갈 수 있도록 사전에 약속의 체계를 잘 만드는 것도 대응능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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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구호현장에 참여한 방글라데시 팀. /A-POD 제공

선제적인 대응체계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1,2,3섹터가 함께 대응체계를 만들어간다는 기본 방향 외에는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세부 방법이 다르다. 필리핀은 전통적으로 시민사회 힘이 강해서 NGO가 중심이 돼 정부와 기업을 끌어들였으며, 스리랑카는 기업이 주도해 정부와 NGO를 규합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업과 정부가 주도하고, NGO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마을단위 재난대응 워크샵을 진행하는데 ▲기존 구호사업들에 대해 토론과 평가를 진행하고 ▲다음 재난에 대비해 지역 주민의 주거정보와 자원정보를 확인하며 ▲재난 발생 전 정부와 기업의 자원 경로를 준비한다.  마을 단위 방재계획을 세우면서도, 실제 재난발생시 정부와 기업의 자원이 어떻게 결합될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재난을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강제 조항은 없다. 2013년 필리핀의 하이옌 태풍이나 2015년 네팔 대지진때 각국의 A-PAD 멤버들이 구호활동을 펼쳤는데, 각자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지원을 결정했다. 네팔 대지진 당시 A-PAD 방글라데시 멤버인 다카커뮤니티병원재단(DCH Trus: Dhaka Community Hospital Trust)과 A-PAD 스리랑카 멤버인 ‘인도주의 기구 컨소시움(Consortium of Humanitarian Agencies)’이 현지로 구호팀을 보냈다. 각국 A-PAD의 특성을 살린 재난공동대응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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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D 제공

적십자나 월드비전 등 여러 글로벌 재난대응 조직들이 있다. 그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A-PAD는 아시아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이는 따로 따로 움직이는 섹터와 기관을 연결하고 국경을 넘는 자원이동을 통해 더 큰 임팩트를 만들고자 함이다. 우리 세계의 상호의존적 속성을 살리는 아시아적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재난대응의 주체를 현지로 이동시켰다는 것에도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각 나라의 재난은 발생양상이나 대응방식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나라의 사람들이며,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 해서 재난대응의 경험이나 내용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없다. 또 개발도상국의 재난은 같은 개발도상국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구분을 넘어, 멤버 국가들이 서로 배우고 연합하는 시너지를 내려 한다.

국가별로 1,2,3섹터의 여러 자원들을 미리 연결하고 있는데, 이는 외부에서 주어진 계획이나 방식에 맞추는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 만드는 ‘아래로부터의 구성’이다. 이렇듯 각 국가의 주도성이 중요하다보니, 국제적으로도 수평적인 의사결정이 중시된다. 풀뿌리 레벨에서는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국가 레벨에서는 정부와 기업의 참여통로를 만들고, 국제 레벨에서는 국가 간의 상호지원 시스템을 만듦으로써 다양한 계층과 조직의 조화를 만드는 통합적 접근이 우리의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쉬운 방식도 아니고, 정확히 설명하기에도 어렵지만,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이 늘고있다. 막상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의 활동을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에 한국에도 A-PAD을 설립했다고 들었다.

한국에는 이제 막 사무국을 설치했다. 한국은 다른 회원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연재해가 덜한 나라다. 반면 필리핀 등은 태풍 피해가 잦아서 재난의 사이클이 계속 된다. 재해로 인한 구호, 복구, 새로운 재해, 또 다른 구호, 또 다른 복구를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만큼 여유가 없다.

한국이 일본과 더불어 자국 내 재난대응력을 강화 하면서도, 동시에 필리핀처럼 조력자가 필요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지원플랫폼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대기업의 자원과 국제사회에서 커지고 있는 한국 정부의 영향력 등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재난공동대응에도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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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D는 지난 8월 도쿄의 의원회관에서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의 5개국 국회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재난대응을 위한 아시아·태평양 의원연맹’을 출범시켰다. A-PAD가 사무국을 맡는 이 모임은 각 국가로 플랫폼을 확산시키려는 A-PAD의 노력 중 하나로 향후 모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의회와 접촉하게 될 것이다.

A-PAD는 재난 대응을 가장 잘 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장 뛰어난 기관이 되는 것을 추구하지 않았다. 대신 재난 대응을 가장 잘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다가 ‘플랫폼 스타일’이라고 부를만한 자신들의 방법을 만들었고, 지난 몇 년간 그것을 증명하려는 과정에 있다.

마을의 역량을 준비시키고, NGO들을 연결하고, 기업의 참여통로를 만들고, 정부를 설득하는 등 하나의 NGO가 하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전방위적이고 스케일도 크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고 빈번해지는 재난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A-PAD의 ‘Trans-sector, Trans-national’의 방법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A-PAD 홈페이지(한국어,영어,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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