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참사가 발생한 북아프리카 리비아에 세계 각국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은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에서 1000만 달러(약 132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유엔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고 비상팀을 동원하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리비아 당국,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영국과 독일, 이집트 등 세계 각국에서 구호물품과 구급대를 보내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지난 11일 리비아에서는 토네이도를 동반한 폭풍 ‘대니얼’이 북동부 지역을 강타해 상류 지역의 낡은 댐 2개가 붕괴했다. 댐에서 한꺼번에 물이 쏟아지면서 인근 도시가 거대한 물살에 휩쓸렸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데르나시에서는 13일 기준 5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시신의 상당수가 바다로 떠내려갔으며, 많은 시신이 건물 잔해에 깔렸다. 당국은 데르나시에서만 사망자가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데르나 인구가 12만5000명인 것을 고려하면 주민 6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이재민은 최소 3만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압둘메남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실질적으로 시신 수습에 특화된 팀이 필요하다”며 “잔해와 물속에 많은 수의 시신이 있어 전염병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에는 국제 사회의 긴급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100만 파운드(약 16억5000만원) 규모의 긴급구호 패키지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리비아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웃 국가인 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는 구조대를 파견됐다. 튀르키예는 데르나 현지에 임시병원 두 곳을 구축하기 위해 자재와 의료인력 148명을 태운 구조선을 보냈다. 독일 정부는 침낭, 텐트, 발전기, 정수 필터 등 지원품을 전달했다.
다만 현지에서는 피해지역과 연결된 도로가 파손돼 구조대원 이동과 구호물품 이송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력 공급도 멈췄다. 바시어 오마르 리비아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은 “추가 감전 우려가 있어 지역 내 전력망을 모두 비활성화했다”며 “음식도, 전기도 없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구호활동을 위해 이재민들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3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번 참사는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와 리비아 내 정치 혼란이라는 인재가 겹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지중해 열대성 저기압 파괴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동안 리비아 내 정치적 갈등은 더욱 심화해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한 과도정부 리비아통합정부(GNU)는 서부를, 군벌 리비아국민군(LNA)은 동부를 각각 통치하고 있다. 내전이 이어지는 동안 노후한 기반시설의 유지·보수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번에 무너진 댐들은 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2002년 이후 보수가 되지 않았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